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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138 - 23화 피바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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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138 - 23화 피바람(3)


잭 일행은 거리에서 광란의 괴성을 지르고 있는 병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의 대로변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와간다"
나달이 잠시 뒤를 돌아서서는 잭과 발크에게 말했다. 등에 한짐을 잔뜩 지고 있던 잭과 발크의 얼굴에는 온통 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씨팔 도대체 어떤 년들이기에..."
잭이 숨이 가쁜지 투덜거리며 말했다. 나달이 빙긋 웃으며 손을 들어 엄지를 펴보였다.
"기대하라구 아주 죽이는 년들이지"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돌아서는 나달의 눈에선 잠시 빛이 어렸다 사라졌다.
내성을 향해 쭉 뻗어나간 대로를 따라 얼마간 걸었을까? 좀전 병사들에 의해 온갖 약탈과 방화가 행해지던 거리에 비해 이곳은 비교적 깨끗한 집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로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집들은 대부분 이전 거리에서 보던 집들과는 달리 몇층으로 올려져 있는 저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건물들이 늘어서있자 잭과 발크의 얼굴이 차츰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봐 이봐 괜...괜찮겠어?"
발크가 주위의 건물에 기가 눌리는지 앞서 걸어가는 나달에게 물었다. 나달이 몸을 돌리지도 않고 걱정말라는 양 손을 흔들었다. 잭과 나달이 얼굴 가득 불안감을 느낀채 나달의 뒤를 따랐다.
어느새 잭과 발크는 점점 말수가 적어지기 시작하더니 늘어선 집들이 점차 더욱 높고 웅장해 질수록 그들의 입은 더욱 다물어져만 갔다.
"여기야"
나달이 마치 자신의 보물을 자랑이라도 하는 양 가슴을 내밀며 화려한 담장으로 둘러친 대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잭과 발크의 입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크게 벌어진채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이봐, 나달, 자네 제정신이야? 이런 곳은 그 안에 노예들도 몇이나 있을지 모른다고. 그리고 행여나 잘못되면 어쩔려구"
잭의 말에 발크가 겁을 집어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잭과 나달을 바라보던 나달이 피식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흥, 이제보니 자네들 겁쟁이구만? 생각해보라구 이런 집에는 귀중품도 그득하다구 그깟 일반 영주민들 집을 밤새껏 털어봐야 이런 곳 하집 터느니만 못할걸?"
"아니, 그래도 우린 고작 셋이잖나? 보아하니 이런 집이면 노예만도 기십은 될텐데 행여나 차칫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발크가 생각만해도 두렵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말에도 나달의 얼굴은 굽힐 줄 몰랐다.
"흥 그래봐야 노예들이나, 하인 나부랭이들이 조금 있겠지... 하지만 그놈들은 대충 겁만 주면 모두 도망갈 놈들일걸? 그리고 이런 집은 남자 하인이나 노예보다는 여자 하인이나 여자 노예를 더 많이 쓴다구
그리고 행여 남자 노예들이 있었다곤 쳐도 그놈들이 아직두 남아 있었겠나? 정 자네들이 안들어 가겠다면 나 혼자라도 들어가서 재미볼테니 나중에 딴소리나 하지 말라구"
나달이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쥐고 있던 창으로 정문을 힘껏 두둘기기 시작했다. 나달의 뒤에서 서로 얼굴만 보고 있던 잭과 발크가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더니 서로 무언 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열어. 안 열면 당장 불싸 지르겠다. 안열텐가?"
발크가 소리나게 문을 두드려댔지만 안에서는 별다른 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발크가 얼굴살을 찌푸리고는 잠시 담장의 높이를 갸늠해 보았다. 저택의 주인은 제법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있었는지 담장은 화려하다 할 뿐 그리 높지는 않았다. 손을 뻗어 올리면 담장의 윗 부분이 손에 닿을 정도 였다.
나달이 창을 담 밑에 기대 두고는 잭과 발크를 향해 눈짓했다. 잭이 잠시 어정쩡 거리다가 할수 없다는 듯 담 밑에 몸을 숙였다.
"살살해라"
잭이 그렇게 말하고는 몸에 힘을 주었다. 나달이 잭의 몸을 밟고 담장 위로 올라가더니 다시 발크가 내민 창을 받아 들고는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컹컹컹'
집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듯한 개 짓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그리고 곧이어 굳게 닫혀져 있던 정문이 쇠를 긁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려졌다.
"어이 어서 들어오라구"
나달이 문 안에서 손짓을 하자 잭과 발크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달이 고개를 내밀었던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우와. 이거 귀족놈들 저택 아냐?"
잭이 문 안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듯 수려하게 펼쳐진 정원과 하얗고 웅장하게 서잇는 건물들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사를 토해냈다.
발크역시 잭과 마찬가지 심정이었던지 연신 문 안의 경치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하지만 나달은 그런 경치에 별관심이 없는지 그런 둘을 이끌고 저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누구냐? 감히 이곳에 더러운 발을 들이밀다니 너희가 죽고 싶은게냐?"
약간 늙으수레한 목소리와 함께 저택 앞에서 노예인 듯한 사내들 일여덟명이 각기 몽둥이와 간단한 무장을 하고는 저택 앞에서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나달등을 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는 방금 말했던 듯한 집사차림의 늙은이가 사납게 컹컹대는 개 두 마리를 양손에 잡고는 노예들의 뒤에서 나달등을 노려보았다.
"왜 대답이 없나? 네놈들이 죽고 싶은게냐고 묻지 않았느냐?"
늙은이의 말에 나달이 코웃음을 쳐댔다.
"흥, 늙은이. 나서지마 그 나이에 뼈라두 뿌러지면 어쩔려구 그러나?"
나달이 앞장서서 그렇게 얘기하자 집사의 얼굴이 분노로 이그러졌다. 그리고는 앞으로 나서는 나달을 향해 뭔가를 이야기 하려다가 갑작스레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놀란 눈을 하고는 입만 뻐끔거렸다.
"너..넌"
하지만 노인의 말은 채 입에 나오기도 전에 다시금 나달의 호통에 가려졌다. 나달이 주위를 둘러선 노예들을 향해 일갈을 퍼부었다.
"물러서라. 너희는 지금 짐보만의 정규 병사에게 대적하는 것이다. 만일 너희들이 앞길을 막는다면 너희들을 지금 당장 죽여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없을 터, 하지만 너희들이 나를 따라 이곳의 무도한 주인을 같이 벌주겠다면 내 너희들을 그동안의 노예 생활에서 자유를 베풀어 주겠다."
나달의 말에 노예들이 뜻밖의 제안 덕분이지 무기를 쥔 손이 약간 처지며 서로 얼굴을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 중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섰다.
"정말이오?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있겠소?"
나달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너희는 포고도 못들었는가? 자신의 주인의 부의한 행동을 용감히 고발한 노예에게는 비단 그 노예를 해방시킬 뿐 아니라 그 주인이 지녔던 재산의 1/4 도 주어진다.
이 집 주인은 카페이레 전하에게 반기를 들었던 패역한 놈이니 날이 밝으면 곧 정식으로 군대가 들이닥쳐 이곳의 모든 사람들 뿐 아니라 너희들도 잡아가서 처형시킬 것이다.
어쩔것인가? 나와 같이 행동해서 너희들의 자유와 재물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너희를 때리고 인간 취급도 안하던 주인들과 같이 목이 잘릴텐가?"
나달이 그렇게 말하자 노예들의 동요는 더욱 심해졌다. 그런 노예들의 움직임에 집사 노인이 노예들을 향해 호통을 내질렀다.
"무슨 맘을 품고 있는게냐 이놈들, 그동안 이 집의 은혜를 잊었단 말이더냐?"
집사노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 웅성거리며 뭔가를 이야기하더니 좀전의 그자가 다시금 앞으로 나섰다.
"좋습니다요 나으리. 이 집의 재산은 저희들은 관심없습니다요. 다만 저희가 노예에서 벗어나는 것이 틀림없는지요. 그것을 보장해 주시겠는지요?"
노예의 뒤에 있던 집사 노인이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해지며 다시금 고함을 질렀다.
"이런 천하의 못쓸 놈들 같으니라구, 네 이놈들 저놈들의 말을 어떻게 믿는단 말이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네놈들이 정녕 육시를 당하고 싶은게냐?"
집사노인의 그말에 노예들의 얼굴이 변했다. 그들은 서로간에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몽둥이를 땅에다가 떨구어 뜨렸다. 그런 노에들의 모습을 본 집사노인이 입에 거품을 물 듯 성을 내었다.
"이..이놈들이. 놈~"
집사노인이 자신의 손에 묶이운채 연신 짖어대고 있는 사나운 두 마리 개의 줄을 손에서 놓았다.
'컹컹'
개들은 집사 노인의 손에서 벗어나자 마자 한 마리는 눈 앞의 노예들에게로 다른 한 마리는 병사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아앗"
"저..저것"
노예들이 눈에서 불똥이 튀는 개 가 자신들을 향해 다그쳐오자 혼비백산하며 겁에 질렸다. 개는 노예들에게 재빨리 다가들어서는 그중 제일 나이 어려보이는 노예의 목덜미를 물어 뜯었다.
"안..안돼.. 크악"
나이 어린 노예의 목에 달라 붙은 개가 노예의 목덜미 깊숙히 자신의 이빨을 박아 넣었다. 순간 노예의 목덜미에서 피가 쏟아져 내리며 목덜미를 물어 뜯는 개의 얼굴로 뿜어져 내리며 개의 얼굴을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다른 한 마리 개는 병사들에게로 달려들다가 그들이 창과 칼로 개를 위협하지 쉽사리 달려들지 못하고 낮게 몸을 웅크려 으르렁 짖기만 할 뿐이다.
"어서 물어 뜯어버려 모두 죽여버려라"
노예가 한명 바닥에 구르며 피를 흘리며 물어 뜯기고 있자 집사 노인이 신이 나는지 환호성을 올리며 큰 소리로 자신의 개들을 독려했다.
나달이 자신을 향해 달려 들 듯 말 듯 하던 개를 향해 창으로 힘껏 후려갈겼다.
'깨갱 깨갱'
나달이 휘두른 창에 얻어 맞은 개가 꼬리를 말고는 고개를 숙였다. 나달이 연속해서 창끝으로 개의 몸을 노리고 창으로 깊에 찔러댔다. 피가 튀면서 개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는 바닥으로 쓰러져버렸다. 개를 창으로 죽인 나달이 노예의 목을 물어뜯고 있는 개에게 다가가선 다시금 창대로 개의 머리쪽을 후려쳤다.
'껑'
노예의 목에 피범벅이 되었던 개가 재대로 반항도 못하고 바닥으로 굴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노예들이 어린 노예에게 모여 들었다. 노예는 목덜미쪽이 한웅큼 뜯겨져 나가잇었고 그곳으로는 연신 펑펑 피가 솟구쳐 흘러내렸다. 이미 살기는 틀린 듯 보였다.
노예들 중 한명이 자신이 떨구었던 몽둥이를 주워들고는 바닥에서 아픈 듯 낑낑 거리는 개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이놈들 무슨 짓이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집사 노인이 개를 향해 다가가는 노예를 향해 고함을 질러 댔지만 눈에서 광기마져 흐르는 노예의 귀에는 집사노인의 고함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바닥에서 간신히 일러나 으르럴 거리기 시작하는 개를 향해 있는 힘껏 몽둥이로 내쳤다.
'깨갱 깨갱'
노예의 몽둥이에 맞은 개가 언제 흉폭했었냐는 듯 꼬리를 내리고는 한껏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잇던 다른 노예들이 바닥에 떨궈진 자신들의 몽둥이를 들고는 개에게 다가갔다.
'컹'
노예들의 몽둥이 찜질에 개가 비명을 지르고는 몸을 바르르 떨며 죽어갔지만 노예들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가 새빨간 고기덩이로 변할 때까지 두들겨 팼다.
"이놈들 이.. 천하의 못쓸 놈들"
집사 노인이 노예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의 매 타작을 멈추려 했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노예들은 그런 집사 노인 마져 자신의 공격 대상안에 포함시켰다. 노예들은 집사 노인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는 몽둥이로 집사 노인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으악"
집사노인은 온 몸을 맞으며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그깟 늙은이는 죽게 내버려 둬, 그보다 어서 집안의 모든 년 놈들을 끄집어 내라 단 한놈도 남기지 말고 말이야"
잭이 잘다져진 고깃덩이가 되어가는 집사 노인의 죽은 시체를 보다 못해 그렇게 말했다. 노예들이 그제서야 집사 노인의 몸에 때려대던 몽둥이를 거둬 들이고는 몸을 돌려 저택으로 향했다. 그들의 눈에는 피에 취한 듯 묘한 광기마져 떠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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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02.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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