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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1부

TODOSA 1 189 0

 

진이  1부


들길을 따라 냇가에까지 내려가던 난 이상한 광경을 보고 말았다. 하도 기가 막혀 뭐라
고 할 수도 없어서 잠시동안 그걸 보고 말았다. 동네 아이들인 듯한 낯익은 예닐곱의 아
이들이 한 여자아이를 윤간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녀석들은 여자아이의 위에서 식식거
리는 동료를 히죽거리며 보기도 하고 여자아이의 속으로 들어가 있는 남자아이의 몸을
자세히 보려는 듯 모래판에 엎드리기도 했다. 참을 수 없어 막 고함을 지르려는 찰나에
그 밑에 깔려 얌전히 있던 여자아이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그 여자아이의 눈은 위에서
식식거리는 사내아이를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무심한 눈이었다.
"히힛...했다."
한 녀석이 부르르 떨더니 여자아이의 몸에서 엉금 엉금 기어 내려와 모래판에 퍼져 버
리자 다른 녀석이 바지를 내리고 조그만 고추를 곧추세우고 여자아이의 몸에 엎드렸다.
나와 마주친 여자아이의 눈이 마치 참견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는 듯 했다. 어째 해야 할
지 혼란스러운 와중에 내가 본 두 번째 녀석이 부르르 엉덩이를 떨었다. 불과 열에서 열
서넛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요즘에야 열 두어살이면 바람을 피우는 아이들도 있
다곤 하지만 그래도 이런 건 너무한다 싶었다. 여자아이의 눈과 한번 더 마주쳤을때는
다른 한 녀석이 올라간 후였다. 무심해 보이던 눈에 무언가 애원하는 듯한 표정이 생겼
다. 방해하지 말라는 단호한 의지같은 것이기도 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갈대숲
사이로 보이는 장면에서 등을 돌렸다. 담배를 꺼내 물고 한 개피를 다 피우고 나자 낄낄
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내아이들이 왁자지껄 달아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녀석들
은 메뚜기 떼가 풀 위를 날아가듯이 껑충거리며 무리를 지어 달아나고 있었다. 그래도
그 애들보다는 나이가 든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여자애는 사내아이들에게 당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다리를 벌린 채 누워 있었다. 허연 액체가 다리사이에서 흐르고 있었고
엉덩이 사이의 모래가 끈끈하게 젖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며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는데 그 애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씨도 해요?"
이게 무슨 말일까? 혼란스럽다. 의아한 내게 그 여자아이는 손을 내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애들은 오백원인데 아저씨는 크니까 이천원이야."
손에 돌돌 말아 쥔 팬티와 오백원짜리 동전 네 개. 그리고 천원짜리 지폐.
"괜찮아?"
"응! 괜찮아. 맨 날 하는 건데 뭐! 빨랑 해요."
여자아이는 상체를 반쯤 일으키며 싱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티 하나 없는 웃음. 그 웃
음을 보며 내가 미쳤지 싶다.
"일어날 수 있겠어?"
"?"
여자애는 이상하단 눈으로 날 보더니 씨익 다시 웃는다.
"닦고 하자고?"
씩씩하게 벌떡 일어나더니 알몸으로 물가로 걸어간다. 그 아이 몸에는 맞지 않을 듯한
어른용 원피스 하나가 땟국에 절은 채로 누웠던 자리에 깔려 있었다. 여자아이가 대강
씻고 올라와서 다시 누울 준비를 한다.
"됐어. 난 안해."
"왜? 좋은 건데...."
"너 집이 어디야?"
"집?"
"그래. 집. "
"없어."
"부모님은?"
"그런 거 없어. 난 고아야. 할머니랑 살았는데 죽었어."
"그럼 어디서 잠을 자?"
"잠 자는 곳? 그런 건 알아서 뭐하려고?"
"너 돌봐 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
"일어나. 나랑 가자."
"....."
"빨랑 일어나."
여자애는 내가 가자는 말을 다른 의미로 들었는지 순순히 일어나 바닥에 깔려 있던 원
피스를 주섬주섬 입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팬티를 띠뚝거리며 발에다 꿰고 올렸
다.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가랑이에선 아까 그 녀석들의 것일 허연 액체가 주르르 흘
러내렸다.
"아이....또 나오네...닦았는데...."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기분으로 앞장을 선 내 뒤를 여자애는 순순히 따라왔다. 거처로
얻은 폐가로 가는 동안 내내 여자애는 내 몇 발자국 뒤를 따랐다. 2년 전까지 사람이 살
았다는 집을 얻어서 얼기설기 고쳐놓아서 우물에서는 수도시설까지 되어 있었다. 가지
고 들어온 살림살이 중 절반 가량은 아직 짐을 풀지 않아서 윗방에 처박혀 있었고 안방
에는 당장 필요한 것들만 대강 정리가 되어 있었다. 여자아이는 거침없이 방으로 들어
가려 했다.
"안돼 옷 벗고 여기 와서 씻어...비누랑 여기 이 타올로 때도 밀고..."
"에이..귀찮게..."
여자아이는 투덜대면서 벽이 무너져 거적을 둘러친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물을 끼얹는
소리가 나더니 좀 이어서 무슨 만화영화의 주제가인 듯한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
렸다. 방과 붙어있는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하는데 여자애가 들어섰다.
"그게 닦은 거야? 물만 바른 거지?"
"얼마나 더 닦으라구..."
"따라와 내가 씻어주는 게 낫겠다. 아예 옷을 벗은 채 나체로 활보하는 여자애를 데리고
들어가 구석구석에 붙은 때까지 말끔히 닦아내었다. 마른 체구였지만 벌써 여자의 상징
이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약간 볼록해진 가슴과 다리사이의 솜털이 조금 거뭇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너 몇 살이야?"
"열 한 살.. 이름은 진이."
"진이? 성은?"
"성은 은이고 이름은 진."
"다리 벌려."
다리를 벌리게 하고 수도에서 나오는 호스를 가랑이에 대고 물을 틀었다.
"뭐 하는 거야? 아씨..."
"가만있어."
"아...이..씨..."
낯모르는 아이를 데려와 발가벗기고 이러고 있는 걸 동네사람들이 본다면 어떤 소동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등골이 오싹했다. 누가 본다면 진짜로 심각한 일이 생길
게 뻔했다. 변명이 통하지도 않는...
"잠깐 기다려.."
티와 면으로 된 반바지 하나를 찾아 입혔다. 티는 마치 코트를 입은 것처럼 보였고 반바
지는 흘러내려 무릎에 걸쳤다.
"아....이..."
"투정부리지 말고 손으로 여길 쥐어. 방에 가서 허리띠 줄게."
"그냥 내 옷 입을래."
"저걸 어떻게 입어. 안돼 빨아야지."
세제를 푼 물에 옷가지들을 던져 놓고 고약한 냄새 때문에 도리질을 하면서 밥상을 차
렸다. 라면과 봉지김치. 참치캔과 장조림캔, 찬밥이 전부인 상을 보고 여자애는 군말없
이 전부 먹어치웠다.
"더 주리? "
"됐어. 꺼억..잘 먹었다."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해놓고 방으로 돌아오자 그새 곤하게 잠이 들어있다. 윗목에 여
분의 침낭을 깔고 그리고 옮겨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일 전용선이 가설되고 몇 가
지 기계가 더 오면 완벽한 나만의 공간이 될 곳이 바로 이 폐가였다. 사실 이 시골에서
어찌 보면 너무 튀는 모습이겠지만 나와는 조금 인연이 있는 이 동네라면 별 일은 없을
것이다. 불법 복제 씨디의 원본을 만드는 것이 바로 내 직업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돈
주고 사야하는 프로그램들의 복사방지장치를 깨고 아무나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
작업인 것이다. 주로 한 밤중에 혼자서 작업을 하는 탓에 도회지의 시끌벅적함과 술친
구들의 방해를 견디다 못해 이 시골로 내려온 것이다. 현재까지 못 깬 프로그램의 리스
트를 확인하고 그 중 인터넷에 패치파일이 떠 있을 만한 프로그램의 리스트를 뽑아내는
것으로 오늘의 일과는 종이다. 찌릭거리며 리스트를 인쇄하는 프린터 소리가 오늘따라
귀에 거슬린다. 소음이 가장 적게 나고 빠른 모델로 샀는데도 이 곳이 조용한 탓인지 아
무래도 시끄럽게 들린다. 인쇄가 끝난 문서를 손에 들고 방바닥의 침낭으로 기어들어
대강 훑어보다가 잠이 들었다.
"아저씨 일어나요."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잠에서 깨었다. 동그란 눈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 누구야?"
"나야. 밥 먹고 자."
"밥?"
"응. 내가 했어. 일어나."
방 한쪽에 밥상이 놓여 있었다.
"니가 밥을 했어? 어? 그래도 잘 찾아 했네"
'조그만 게 기특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상하다. 반찬으로 올려놓은 통조림 중 부엌
에 있던 건 참치와 장조림뿐이고 깻잎장아찌나 훈제닭 같은 건 박스 안에 넣어져서 윗
방에 있었는데...'
아무래도 녀석이 집안을 좀 뒤진 모양이다.
"먹을 걸 좀 얻어갈까 했는데 부엌엔 별로 없어서 웃방엘 보니 좀 있대."
녀석은 천연덕스럽게 내 생각을 읽은 듯 말을 했다.
"잘 했네. 너 시집가도 되겠다."
"그러까? 나 아저씨 색시해도 돼?"
"뭐어? 농담이야 임마. 누구 맞아죽는 꼴 볼려고 그래. 밥이나 먹자."
밥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려고 부엌에 나와보니 가스버너가 아닌 전주인이 놓고간 석
유풍로에 밥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매캐한 석유연기와 시커멓게 그을은 냄비.
"이게 켜지긴 하디?"
"석유병에 조금 남아 있어서 그걸로 살렸어."
"하하..촌놈. 일루 와 봐. 여기 가스버너 있잖아. 이렇게 돌리면 착하고 불이 켜진단 말
씀이야."
"와 좋다. 끄을음도 없고...."
"응. 근데 이게 가스라서 잘못하면 펑하고 터져. 그러니까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가스는 어떻게 채워?"
"이걸 열고 요걸 요렇게 한 다음 이걸 바꾸어 넣으면 돼."
"쉽네. 에이...그걸 모르고..."
진이는 아까부터 내가 컴퓨터를 만지는 걸 보면서 자기도 해보고 싶은 듯 궁금해 죽겠
는 눈치다. 하지만 이건 내 밥줄이기에 쉽사리 넘겨 줄 수는 없었다. 눈치를 주어도 꿈
쩍도 하지 않고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로 작업에만 집중하는 내 옆에 바싹 다가온 진이
는 마침내 크게 하품을 하고는 옆으로 스르륵 기울어진다.
"왜? 심심해?"
"응. 나...그거 해보면 안돼?"
"안 돼. 여기 있는 기계들은 건들면 절대로 안 돼. 이건 내 밥줄이니까.."
"아 심심해.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나중에 내가 알려줄게. 어쨋든 지금은 절대로 만지면 안돼 약속!"
"알았어. 에이...그럼 나 볼만한 거 뭐 없어?"
"책?"
"응. 만화책이나 동화책."
"만화책은 지금은 없는데....어쩌지?"
"에이...그럼 나 갈게."
"어딜 가려고...."
"그냥...나가서 애들하고 놀려고.."
"안 돼. 너 또 그 짓하려고..."
"뭐 어때? 내가 아저씨 색시도 아닌데...."
"뭐? 기가 막혀서...얌마. 그건 나쁜 짓이야."
"나쁜 짓? 그런 말하는 어른은 아무도 없던데... 다들 그거 좋아하는데... 우리 동네 아저
씨들 나랑 다 했어. 돈도 주고..."
"뭐? 뭐야! 동네 아저씨들이 전부?"
"거짓말하는 거 아냐. 윗말 정식이네는 할아버지도 나랑 했는데...정식이 아버지도 하고
.... 정식이도 하고..."
"이....이런.."
"어제 아저씨 처음 봤을 때 하던 애가 정식이야. 그 자식 아버지껀 정말 크다구...이만
해."
"제엔장"
"그러니까 아저씨도 나랑 해. 아저씬 돈 안 받을게. 잠 자는 거 하고 밥만 얻어 먹을게."
"이 자식이 말이면 다 하는 줄 아나. 그만 두지 못할래! 그건 그런게 아냐 임마. 그건 나
쁜 짓이란 말야."
"뭐가 나빠. 아저씨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먼저 돈주며 하자고 했는데...."
"돈 받고 하는 건 나쁜 거야. 그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란 말야."
"뭐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야. 아저씬 이상해. 정식이 아버지랑 정식이네 옆집 미주엄마
랑 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하는 거야? 정식이 아버지랑 미주엄마랑은 부부도
아닌데?"
"이..이런 시양놈의 새끼덜..."
복장이 터져 미칠 지경이다.
"야. 맘대로 해. 나가서 돈을 받고 하던 말던 상관 안 할테니 너 가서 맘대로 살아. 다신
이 집에 얼씬도 하지 말고...나가 버려."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때 누가 찾는 소리가 들렸다. 동네 이장이라면서 어제 찾아왔던
아저씨가 쭈삣거리며 마당에 서 있었다. 택배 배달원 두 사람이 어깨에 멨던 짐을 마루
에 내려놓았다.
"길을 알려 주러 왔어. 아침은 했는가?"
"네. 고맙습니다. 어른께선 진지 드셨어요?"
"응. 난 벌써 했네. 그나저나 쟤가 여긴 웬일이여?"
"진이요? 방금 밥을 같이 먹었거든요."
"허헛. 쟤가 그래도 할머니 살아 계실 때는 밥술이라도 굶지는 않았는디....에잉 쯧쯧"
혀를 차는 이장의 표정에서 '너도 별 수 없는 놈이구나.'하는 경멸의 표정을 읽을 수 있
었다. 아마도 나 역시도 자기네와 같이 그렇고 그런 목적으로 진이를 데려다 밥을 먹였
을 거란 생각을 하겠지. 아마 어쩌면 이 마을 남자들은 모두가 다 공범이 아닐까? 진이
말대로라면 전부 다 했다는데 그건 자기들끼리도 다 알고 있는 걸까?
"근디 이건 다 뭐랴? 뭔 짐이 이렇게 많어. 총각 혼자 사는디?"
"컴퓨터 부품들이에요."
"컴퓨터? 우리 집 애들도 컴퓨터 사달라고 난린디....컴퓨터 잘 하남?"
"조금 배웠거든요."
"컴퓨터 비싸지? 요새는 얼마나 줘야 사나?"
"한 이백만원 정도는 줘야 괜찮은 거 살겁니다."
"이백이면...아이구..비싸다."
마지막 짐을 내리던 택배 배달원이 그 소리를 듣고 한마디 한다.
"아 이백이 뭘 비싸요. 이장님이면 그 정도는 눈 딱감고 자식 교육에 투자 하셔야죠."
"자식 교육이고 뭐고 이 동네야 뭐 버는게 있어야지. 이 동넨 순 헛거여."
"자 다 내렸습니다. 여기 인수증에 사인하시고...."
이장은 한 시간 남짓 앉아서 이 동네 돌아가는 사정도 얘기하고 컴퓨터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묻기도 하다가 돌아갔다. 이장의 얘기로 대강 들은 바에 의하면 진이의 할아버지
가 오십년쯤 전에 훌쩍 이 동네로 흘러들어 머슴살이를 하며 조금씩 땅을 사서 밥술이
나 먹을 만큼 되었단다. 그리고 슬하에 독자는 서울로 나가서 대학도 나오고 꽤 큰 기업
에 다니며 서울 여자랑 결혼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자도 손이 귀한 집이라
무남독녀여서 처갓집이라고 해봐야 다 합쳐서 한 식구밖에 안 되었단다. 신혼이 지나
중년에 접어들도록 아이가 없던 두사람이 결혼 십년이 지나서 아이를 하나 가졌는데 그
아이가 진이였다. 동네 사람들은 아마 남편의 아이가 아닐 거라고 수군댔고 결국 그 소
리가 시골에 남은 두사람의 부모, 진이의 할아버지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다. 진이가 두
살 되던 해 술김에 진이의 출생문제를 가지고 농찌거리를 하던 이웃집 사내 하나가 진
이 할아버지 작대기에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생겼다. 사고소식을 듣고 시골로 달려오
던 진이 아버지의 자동차가 사고가 나서 세상을 달리해 버렸다. 진이 할아버지는 외아
들 독자의 사고소식을 듣고 경찰서 유치장에서 혼절을 하고는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한꺼번에 부자의 초상을 치르게 된 진이 할머니는 반실성을 해 버렸다. 장례가 끝나고
삼우제까지 다 지낸 뒤 진이 어머니는 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사라져 버렸다. 개가
를 하기 위해 진이를 버렸을 거라는 것이 이장의 짐작이었다.
"그 할머니야 입버릇으로 진이 엄마가 돈을 벌어서 보냈다고 하지만 그걸 누가 믿어. 할
마씨가 어디 가서 조금씩 벌어오는 걸로 입히고 멕이고 하는 거 보면 척이지 뭐. 그 여
자가 암만해도 씨를 준 놈한티 간게라.....쟤도 지 에미 닮아서 곱다지만 여자 얼굴 고와
봐야 뒤웅박 팔자라네."
"그럼 진이 엄마가 죽은 건 아니란 말씀이네요."
"죽진 않았을 거여. 허긴 죽은 거나 진배없지 뭐. 쟤 가스나한틴 죽은 게 낫겠지. 이런
얘긴 좀 뭣하지만 저 아이 행여 자네가 맡을 생각은 말어. 컴퓨터도 잘 한다니 배운 것
도 있는 사람이 실수하랴마는 자네같은 사람이 이 산고랑에 들어온다는 걸 가지고도 삐
딱하게 보는 사람이 많아서 내가 무마를 시켰는디 게다가 저런 아이까지 거느리면 구설
수가 많을게여."
"구설수라뇨?"
"자네도 좀 있어보면 알게 되겄지. 하여간 내 말 명심하게. 저것이 요물이여. 저 아이 데
리고 있다가는 경치는 수가 생길지도 몰러. 그럼 나 이만 가네."
더 캐묻지 않아도 이장이 무얼 말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한 경고가 도대체 무
얼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택배로 온 물건을 정리하기도 전에 전화국에서 전용선
을 가설하러 왔다. 삼십분만에 작업을 마친 직원들이 가고 나서 진이를 데리고 읍내엘
가기로 했다.
"앞으로 그런 짓 않는다고 약속하면 읍내에 데리고 갈게. 어쩔래?"
"내가 거짓으로 약속하면 어쩔건데...."
"다신 안 볼거담마."
"약속할게."
"정말이야. 앞으로 무얼 주던, 무슨 얘길 하던 간에 그러면 절대로 안돼."
"알았어. 약속"
오토바이의 뒤꽁무니에 탄 진이가 신이 나서 만화영화주제가를 부른다. 너무 튀지 않는
색깔로 진이의 옷을 몇벌 사고 중고용품 가게에 들려서 냉장고와 에어컨등 가전용품을
몇 개 사고 나서 한가하게 시골 읍내의 어딘가 뒤틀린 듯한 모습을 구경하며 돌아 다녔
다. 현대와 근대가 묘하게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읍내의 장터였다. 한쪽에 들어선 상가의
번쩍이는 쇼왼도우와 반대쪽의 좌판에 초라하게 앉아 있는 지친 시골 여인네들. 먼지가
뽀얀 그네들의 앞에는 호박 몇 개, 감자 몇 개, 파 서너 단이 고작이었다.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를 이용한 범죄자인 내 입장에서는 슬그머니 미안해지는 광경이었다. 서울의 삐
까번쩍한 오피스텔을 마다하고 이런 지치고 힘든 농부들 틈에 끼여서 도시의 때만 잔뜩
벗겨놓고 달아날 내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 지난 날이 얼마나 편안한
삶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쩌다 만지기 시작한 컴퓨터에 미쳐서 살아온 몇 년
동안 나름대로 벼라별 고생을 다했다고 자위해 보지만 어쨋건 그건 농부들의 고단한 삶
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편안함이었다. 좋아서 하는 일이고 조그마한 재능이지만 인정을
받기 위해 악을 쓴 세월은 고단하기보다는 차라리 즐거운 일이었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락과 각종 트릭, 함정을 피해서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포장
된 소프트웨어가 내 손에 갈갈이 헤쳐지고 공씨디값에 약간의 수고비를 더한 액수로 컴
퓨터매니아들에게 건네지는 순간의 희열이란 말할 수 없이 큰 것이다. 물론 전문업자들
에게 원판을 건넬 때마다 내 손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내
나름대로의 노하우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남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일에 대해 비난을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아니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편하게 돈을
벌기 위해 남의 수고를 가로채는 도둑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얘기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해커 십계명을 들먹이지 않아도 현재의
소프트웨어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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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03.2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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