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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56. 9화 다가오는 그림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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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56. 9화 다가오는 그림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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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버린 기사단의 단장 베이오트 후작이 탁자에 있던 서류를 손에 쥐는 대로 집어들고는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어 던졌다.
"도대체 이걸 변명이라고 하나?"
베이오트 후작 앞에서 고개만 숙이고 있는 사내들은 모두 다섯. 허나 그중 누구도 감히 베이오트 후작의 말에 일언반구 대꾸하는 이가 없었다.
그들이 고개만 숙이고 있자 베이오트 후작은 더욱 열이 뻗치는지 그 중 한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래, 아미란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름이 불리운 사내가 흠칫 놀라더니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슨말이든 해야했다.
"제 생각에는.."
"그래 자네 생각은 뭐야?"
베이오트 후작의 비꼬는 말에 아미란이 더욱 움츠러 들었다. 곁에 있는 사내들의 표정은 안됐다는 듯 동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으로 봐선..."
베이오트 후작이 다시 책상위에 잇는 것들중 손에 집히는대로 아미란에게 던졌다.
'빡' 소리가 나며 아미란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하지만 아미란은 감히 상처를 만질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잠시 휘청이던 몸을 바로 했다.
"빨랑 말해 새끼야"
베이오트 후작의 입에서 급기야 쌍소리까지 튀어나오자 아미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내들의 동작도 더욱 굳어졌다.
아미란은 그 짧은 시간에 더욱 빨리 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어진 자료로는 판단내리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넷. 현재까지 놈들은 루운야에서 동쪽 방향으로 간걸로 판단 됩니다. 그곳에 있는 영지는 총 127개 영지가 있습니다. 각 영지에 협조 요청을 보내서..."
'퍽'
베이오트 후작이 다시금 눈 앞에 잇던 물건을 집어 던졌다. 다행이도 이번에는 아까처럼 얼굴에 맞지는 않았는지 아미란에게 던져진 물체는 아미란의 가슴쪽에 부딪치고는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은으로 만든 수공예 품이었다.
아미란은 비록 내색은 안했지만 맞은 상처로 인해 숨조차 제대로 쉴수 없을 정도 였다.
"새끼, 그래 참모부란 새끼가 고작 의견이 그따위야? 야 이새끼야, 최대한 조용하고 은밀하게 그리고 튀나지 않게하란 공작지시도 못들었어? 엉? 너 같은 놈들이 있으니 우리 기사단이 고작 용병들에게 깨지지 이 새끼야."
베이오트 후작이 다시 다른 희생양을 찾아 눈을 번뜩이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누구야"
베이오트가 언성을 높이며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를 쳐다 보았다.
"어? 전대요?"
얼빠진 대답에 베이오트 후작의 표정이 잠시 멍 해지더니 다시 있는대로 고성을 질렀다.
"저가 누구야. 새끼야. 당장 얼굴 비춰봐"
베이오트 후작의 말에 베이오트 앞에 선 사내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누군지 얼굴을 확인한 베이오트 후작의 얼굴이 구겨졌다.
"끙, 미듀린이군 그래 무슨일인가?"
베이오트 후작이 자신의 화를 간신히 참으며 애써 태연한 얼굴로 용건을 물었다.
"아, 네, 오늘 회의 한다고 하셔서..."
베이오트 후작이 자리에 털석 앉아 잠시 머리를 움켜쥐었다.
"우후, 자비와 자애의 여신이신 아크레온이시여 이 몸을 불쌍히 여기소서"
하지만 정작 베이오트 후작 앞에선 사내들은 오래 전부터 아크래온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베이오트의 나직한 한마디였다.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은 베이오트가 굳은 얼굴로 미듀린을 쳐다보았다.
"그래 여기온 용건이 그게 단가?"
딴에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서 나직히 씹어먹을 듯이 말을 내뱉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 없는 미듀란도 온 몸으로 느꼈는지 재빨리 품에 있던 서류를 꺼내들고는 베이오트에게 내밀었다.
"사실은 이것을 가져오느라 늦엇습니다."
베이오트는 눈 앞에 내민 서류와 미듀란을 잠시 번갈아 보더니 천천히 서류를 집어들었다. 서류를 읽어 가는 동안 베이오트의 안색은 언제 화냈냐는 듯 점차 환해지기 시작했다.
서류를 다 읽은 베이오트의 얼굴이 환하게 펴져있자 아까부터 기슴 졸이고 있던 사내들의 얼굴도 같이 펴졌다.
"수고했네, 역시 미듀란 자네 밖에 없어"
베이오트의 입에서 이런 칭찬의 말이 나오자 미듀란의 얼굴이 웃음으로 헤벌쭉 해졌다.
"헤헤, 감사합니다."
베이오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말했다.
"그래, 그럼 가서 쉬도록 하게"
미듀란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더니 천천히 문을 나섰다. 미듀란이 문을 닫고 나간 것을 확인한 베이오트의 눈매가 다시금 사나워졌다.
"부하란 것들이 기껏 공작의 후견으로 들어온 저 덜떨어진 미듀란보다도 못하니 에잉"
공작이 못마땅한 듯 혀를 차고는 서류를 아미란에게 건넸다. 그러자 아미란이 서류를 받아들고는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방금 미듀란이 가져온 서류에 의하면 놈들은 하베이도로 간 걸로 나오 있습니다."
사내들이 잠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미란은 사내들이 웅성거리게 잠시 놔두고는 서류를 계속 읽어 나갔다.
"놈들은 검사로 추정되는 남자 두명과 치료술사 여자 한명 그리고 노예 두명이다. 남자중 한명은 하베이도 남작의 아들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아미란이 서류를 덮자 베이오트가 다른 사내에게 턱짓으로 지적했다.
"두어슨, 하베이도가 도대체 어디야? 찾아봐"
그러자 사내 중 한명이 재빨리 어디론가 나깠다가 잠시후 돌아왔다. 그는 지도를 한웅큼 들고 오더니 그중 하나를 한쪽에 놓인 테이블 위에 펼쳤다.
베이오트가 자리를 옮겨 테이블 쪽으로 다가갔다.
두어슨이 베이오트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베이오트가 자리에 앉자 자신이 찾은 하베이도를 손으로 짚었다.
"하베이도 영지는 테실리아 산맥 인근에 있는 작은 영지 중 하나입니다. 여기 바로 이곳입니다."
두어슨이 손으로 짚은 곳은 복잡한 선들이 교차해 있었고 그 주위로 빽빽이 나무를 넓게 표기해 놓은 곳이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쯤 오목하면서 들어간 빈 공간이 있었다. 그곳엔 자그마한 글씨로 하베이도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자잘하게 하베이도 영지에 관한 자그마한 정보들이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두어슨이 그 정보들을 소리내어 읽어 내려갔다.
"마을은 두 개가 존재하며, 인구는 총 2300명 정도입니다. 병사는 총 150명 정도이고 그중 상비병은 고작 20명 정도입니다.
관도는 아직 뚫리지 않았으며, 기타 신관이나, 역참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어슨의 말에 베이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각기 방책을 마련해 보게"
그러자 한 사내가 앞으로 한 발짝 나와선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저희 2전대에게 맡겨 주십시오, 그까짓 조그만 영지 반나절도 안돼 초토화 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사내의 자신있는 말에도 불구하고 베이오트의 안색이 그리 펴지지 않았다. 잠시 가만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돼, 저번에 3전대를 빼는 것도 엄청난 고생을 했던 것 기억 안나? 이번에 또 그짓을 하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설혹 그 짓을 하더라도 시간에 맞춰질지 의문이야. 다른 의견 없나?"
베이오트의 말에 앞으로 나섰던 사내는 고개를 숙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이번에 다시 아미란이 앞으로 나섰다.
"각하 현재 이 근처에 신전 사찰단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베이오트가 눈을 빛냈다.
"신관 사찰단? 어떤 놈이 맡고 있지?"
"예, 라디엔이라고 펠리온을 모시는 신관으로서 이 지역 부교구장 입니다."
"라디엔이라 믿을수 있는 자인가?"
베이오트의 질문에 아미란이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일전에 있었던 '들개 소탕' 작전을 같이 진행한 신관입니다."
아미란의 말에 베이오트의 얼굴이 환하게 폈다.
"오호? 그래? 그럼 그 신전 사찰단이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아미란이 잠시 지도를 살펴보며 말했다.
"현재 이곳 '미레보'영지에서 신전의 운영과 영지민의 신앙심을 감찰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오트가 지도를 살펴보았다. 미레보에서 하베이도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베이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것이야 말로 소데온의 가호이군, 좋아 아미란 자네가 직접 작전을 짜보도록 하게 그리고..."
베이오트가 좌중을 한번 둘러보더니 한 사내에게 시선이 떨어졌다. 시선이 떨어진 사내가 황급히 부동자세를 취했다.
"마론경 자네의 4전대가 수고해 주게, 일단 보병들은 됐고, 기병들을 골라서 지원하도록 하게"
마론이 차렷자세를 하고 우렁차게 대답했다.
"넷, 알겠습니다."
베이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고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케인경을 다시 한번 보고 가도록 하게"
베이오트의 눈빛에 아미란과 마론의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흘렀다.
"명심하겠습니다."
"임무를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베이오트가 그런 둘의 각오가 맘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아미란 자네가 이번 작전의 사령을 맡게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다. 알겟나?"
"넷"
"넷"
"가보게"
베이오트의 허락이 떨어지자 둘 뿐 아니라 다른 사내들도 발걸음을 옮겨 방을 빠져 나갔다.
방을 나선 그들의 얼굴은 사지에서 벗어난 듯 안도의 표정이 가득했다. 몇사람이 품을 뒤져 담배를 꼬나물었다.
그들이 건물에서 나오자 멀리서 훈련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널따란 연병장 사이 사이에 커다란 막대가 세워져 있는 것도 한눈에 들어왔다.
그 막대를 보는 사내들의 얼굴은 다시금 어두워졌다. 문득 그들의 귓가에 신음소리가 들렸다.
사내중 하나가 물고 있던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버리곤 발로 비벼버렸다. 그리고 잠시 안쓰러운 눈으로 옆을 바라보았다.
관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양 옆 기다란 장대에는 그들도 잘 알고 있는 케인 백작과 아츠 자작이 높이 달려 잇었다. 방금전의 신음 소리는 케인 자작이 낸 것이었다. 아츠 자작은 벌써 죽었는지 파리들이 그의 시체 주위를 윙윙 거리며 맴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널따란 연병장 주위로 빼곡이 가득차 있는 장대들 위에도 각기 한사람씩 매달려 있었다. 그들은 저번 전투에서 명령없이 함부로 후퇴한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특히 마론과 아미란의 얼굴은 더욱 굳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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