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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59. 9화 다가오는 그림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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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59. 9화 다가오는 그림자(4) 

토도사-음란한 인기야설 모음 토도사에서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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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는 오래간만에 느긋하게 늦잠을 잘 수 있었다. 그동안 바쁜 여정에 쫓기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하루 하루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오니 누구도 아하루의 늦잠을 깨우는 사람도, 그리고 그것을 책망하는 사람도 없었다.
가끔 조카들이 잠자고 있는 아하루의 방에 왔다간 계속 잠만 자대는 아하루를 보고는 실망해서 다시 돌아가기만 반복했을 따름이었다.
한참을 달게 잤을까? 아하루는 온 몸이 노곤하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한 상쾌한 느낌을 받았다.
아하루가 채 뜨이지 않는 눈을 간신히 비비고 있을 때 살며시 문이 열리더니 어린 꼬마가 하나 들어왔다.
"삼촌, 일어났어?"
아하루가 흐릿한 인영을 보기위해 다시 눈을 비볐다. 큰 형의 아들 카리에 였다.
"응, 카리에 어서와"
"칫 삼촌은 잠꾸러기"
약간 삐진 듯한 카리에의 말에 아하루가 실소했다.
"삼촌은 잠꾸러기 아냐, 단지 여행 때문에 피곤 해서 그래"
카리에가 귀여운 고개를 잠시 갸웃 하더니 알겟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삼춘, 엄마가 점심 먹으러 내려오래"
아하루가 그 말에 놀라서 창을 가리고 잇던 커텐을 제쳤다. 따가운 태양 빛이 창을 통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흠, 벌써 이렇게 됐나?"
아하루는 내려가기를 재촉하는 조카 카리에의 손에 이끌려 허둥 지둥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방 박으로 나섰다. 방 밖에는 또 다른 조카 레이첼이 방을 나서는 아하루와 카리엔을 보면서 손가락을 입에 물고는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 레이첼이구나? 잘잤니?"
아하루가 빙긋이 웃자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린아이의 서툰 말투로 또박 또박 말하는 레이첼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아하루가 레이첼을 잡아서 품에 안았다. 그리곤 레이첼의 볼을 자신의 뺨으로 몇 번 비벼 댔다.
"아앙, 삼촌 따가워요"
레이첼이 아하루의 아직 손질되지 않은 수염이 못내 못마땅한지 자그마한 손으로 아하루의 얼굴을 밀어댔다.
아하루는 그런 레이첼의 손을 붙잡고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어머 도련님 깨어나셨어요?"
큰 형수인 리이가 아하루를 1층에서 반갑게 맞았다.
"안녕하셨어요? 다들 어디로 가셨죠?"
리이는 젖은 손을 앞치마에 잠시 닦고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 그이는 지금 도련님과 같이 오신 카미야란 분과 잠시 대련 중이시고, 둘째 도련님은 서재에서 음... 훼리나라고 하셨던가요? 왜 그 머리카락이 약간 붉은 빛 나고 좀 갸름하게 생긴 분이요"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훼리나요"
"그래요, 그 훼리나 양과 서재에서 책에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잇어요. 그나저나 우리 도련님은 재주도 좋지. 어떻게 그렇게 아리따운 아가씨를 세명씩이나 데리고 다닐수 있죠?"
리이가 웃으며 말하자 아하루는 쑥쓰러운지 고개를 긁적였다.
아하루와 조카들이 계단을 다 내려오자 카리에와 레이첼이 얼른 엄마인 리이 품에 안겼다.
리이는 자신에게 안겨오는 카리에와 레이첼의 옷 매무새를 다시 매만져 주고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카리에 너는 삼촌한테 가서 식사하라고 말씀드리고 지금 당장 오시라고 해라. 그리고 레이첼 너는 아빠한테 가서 그만 대련하시고 엄마가 빨리 들어오시래요 하고 전해라?"
카리에와 레이첼이 '네'하고는 총총거리는 발걸음으로 각자 찢어졌다.
"자 도련님 먼저 식당에 들어가시겠어요?"
아하루가 뭔가를 생각하다 리이의 말을 듣고는 정신을 차렸다.
"에? 아, 아뇨 잠시 뭐좀 가져올게 있어서요"
아하루가 기껏 내려왓던 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그런 아하루의 뒤를 대고 리이가 말했다.
"뭔진 몰라도 지금 곧 내려오세요. 얼른 안오시면 오늘 점심은 없어요"
아하루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금 계단을 올라갔다.
아하루가 올라가는 모양을 지켜보던 리이가 다시 손을 앞치마에 닦아대고는 천천히 식당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식탁은 전날 저녁보다는 조촐했지만 단란함은 더욱 넘쳤다. 그들은 각자 웃고 떠들면서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자 리이가 직접 하녀들을 지휘해서 식탁을 치우게 하더니 향이 좋은 차를 내왓다.
"그래, 아하루 이제 어디 들를 참이냐?"
아하루의 아버지인 라이만이 아하루에게 물었다.
"글세요? 딱히 생각나는 곳은 없는데요?"
그러자 트루발이 생각난 듯이 말했다.
"참 아피림에는 들렸느냐?"
트루발의 말에 곁에 있던 리이가 트루발의 옆구리를 건드렸다. 그제서야 트루발도 자신의 실수를 눈치 챘는지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공기가 약간 어색해졌다.
아하루가 그런 분위기를 얼른 감지해내고는 일부러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아파림이요? 여기오기전에 들렀어요. 그곳에 계시는 삼촌이 아버님한테 안부전하던 데요?"
애써 웃음 짓는 아하루를 보고 다들 이미 아하루가 어느정도 눈치 챗음을 깨닳았다. 다들 침묵에 쌓인채 가만히 잇더니 라이만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래 네 생각은 어떠냐? 레소니를 포기할수 잇겠느냐?"
리이가 상황을 모르고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들을 인솔하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카미야와 르네등도 리이를 따라서 밖으로 빠져 나갔다.
그들이 빠져나간 것을 잠시 지켜보던 아하루가 입을 열었다.
"레소니가 행복해지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트루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떤 길이 레소니가 행복해 지는 길이겠느냐?"
아하루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어릴 때 맺은 약속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아마 레소니는 어머니와 저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될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아버님과 의형제로 지내시던 두분의 관계도 결코 전처럼 소원할수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네가 보는게 맞을 게다"
라이만이 잠시 눈을 감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 눈을 떳다.
"아하루야 나한테는 카발리에도 소중하고 너도 소중하다. 하지만 나는 평생을 같이 해온 카발리에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구나. 만일 저쪽에서 파혼을 요청한다면 나는 그에 응할 작정이다. 이번 일은 네가 양보하도록 해야겠다."
아하루가 빙긋이 웃으며 답했다.
"저도 이미 각오하고 있던 일입니다."
"그래, 오래간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안좋은 일이 생겨 안타깝구나"
트루발이 안타까운 듯 아하루를 위로했다.
"하하 괜찮아요. 혹시 알아요? 나중에 더 마음에 드는 연인이 생길지? 그건 그렇고 형님"
아하루가 애써 웃으며 안쓰러워 하는 트루발을 오히려 달래고는 캄포냐를 불렀다. 여태껏 가만히 잇던 캄포냐가 무슨일인가 싶어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하루가 식탁 밑에 놔두었던 가방을 하나 꺼냈다. 가방을 펼치자 그곳엔 일전에 산 책들이 담겨 있었다.
"이건 이번 여행에서 산건데 루운야에서 미처 못팔고 왓어요. 일단 형님 방에다 맡아 두겟어요?"
다들 흥미롭다는 눈길로 아하루가 꺼낸 책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실소하고 말았다.
트루발이 그중 몇 권을 들어서 소리내어 읽었다.
"잉? 이게 뭐야? '빛나는 갑옷의 기사와 레이디 마르오', 훗 이것 봐라 '부드셀린의 사랑의 방랑기'라"
"오호라 오래 전에 유행했던 '아이솝과 호루스의 웃기는 사랑'도 있구나?"
라이만이 자신도 알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선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캄포냐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 책은 거의 300년전에 나왓던 책 아닌가요? 이제보니 우리 아하루가 고금의 모험 소설을 전부 모우고 잇던 중이었군요?"
아버지와 형들이 이렇듯 올려대자 아하루가 얼굴이 붉어지며 항변했다.
"이.. 아니예요. 이건 원래 루운야에서 팔건데 다 못팔고..."
트루발이 그런 아하루의 말을 중간에 잘랏다.
"알아 알아, 욘석이 어디서 그런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동행으로 꼬셨나 했더니. 매일 같이 이런 책으로 단련 했구먼?"
"형"
"큭큭큭, 어디 그뿐 인줄 아세요? 그중 한 아가씨 한테는 이녀석이 뭐라더라? '댈러웨이 부인의 은밀한 사랑'이라던가? 그런 요상한 책을 선물했지 뭡니까?"
"으하하하, 정말? 천생 샌님인줄 알앗던 아하루가 그런 바람둥이 행동을 하다니 수도에서 단단히 벼르고 왔구나"
라디안 마져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아하루의 얼굴이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아하루가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어? 어디가니? 아하루?"
아하루가 갑자기 일어나자 아직도 킬킬 대며 트루반이 물었다.
"밖에요. 일행한테 이곳 구경시켜주기로 약속했단 말이에요"
아하루가 볼멘 목소리로 말하자 트루반이 다시 놀렸다.
"알았다. 그런데 소설하고 혼동해서 허튼짓을 하면 안된다?"
트루반의 말에 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하루가 얼굴을 구긴체 소리를 질렀다.
"저두 그쯤은 알아요. 어쨌든 캄포냐 형 형 서재가 제일 넓으니깐 형이 좀 맡아 줘요"
캄포냐가 웃느라 숨이 찬지 대답은 못하고 손만 알겠다는 듯이 까닥였다.
아하루가 그런 형들을 원망스런 눈초리로 잠시 째려보다가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 밖으로 횡하니 나가버렸다.
아하루가 문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자 그제서야 셋은 웃음을 그쳤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그다지 괴로워 하는 것 같지는 않군요"
라이만이 고개를 저었다.
"글세 모르는 일이지. 저 아이는 어려서부터 늘 맘속에 담아두길 좋아하지 않았더냐. 너희들이 저 아이를 잘 달래도록 해라"
트루반과 캄포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선 아까 아하루를 놀리는 모습대신 진정으로 아하루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버지와 형들의 모습만이 남았다.

아하루가 문 밖으로 나오자 문 밖에서 안의 분위기를 살피던 리이가 금새 아하루에게 다가왓다.
"도련님 안에서 무슨일이예요? 무슨 재미난 이야기라도 나눴어요?"
아하루가 잔뜩 구겨진 얼굴을 황급히 펴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별거 아니예요. 그냥 간만에 온 저를 못잡아 먹어서 저래요"
리이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도련님하고 형님들은 언제봐도 사이가 좋은 것 같아요"
아하루가 무슨 말이야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사이가 좋긴요 언제나 저를 못 놀려서 안달이 났는데요. 에휴~ 이제 집에 왓으니 한동안 또 얼마나 날 놀려 먹으려 들까?"
리이는 평소 점잖던 트루발과 캄포냐는 물론 늘 신중하고 무게있는 모습만 보이던 라이만 까지 아하루를 놀려대는 모습을 눈에 그리며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아하루가 그런 형수에게 눈을 찡그렸다.
"형수님, 이젠 형수님 마져 저를 배신하깁니까? 아 믿었던 형수님한테 마져 배신당하다니 오 아하루여 너의 청춘이 너무나 가련하구나"
아하루가 짐짓 무대의 배우처럼 그렇게 말하자 리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크게 웃고 말았다.
"호호호호, 도련님 호호호, 더...."
리이가 한참을 말을 못잇고 웃어대더니 간신히 진정을 하고는 말을 이엇다.
"호호, 다른 분들이 밖에서... 기다려요"
아하루가 그런 형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몸을 돌렸다.
"후~ 형수님 그럼 나가볼께요"
리이가 앞에 두른 앞치마에 손을 닦더니 얼른 말햇다.
"그래 근처를 놀러다니신다고요. 밖에 잇는 일행분들에게 간단한 요기거리를 드렸어요. 그렇다고 너무 멀리 나가지는 마세요?"
"고맙습니다."
아하루가 형수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는 집을 나섰다.
"아~ 외로운 청춘이여. 네 쉴곳은 어디메뇨? 네 안식은 어디에 잇느뇨?"
아하루가 문을 나서며 다시 연극 배우 흉내를 내며 장탄식을 터뜨리며 말하자 조금 진정되었던 리이가 다시금 자지러졌다.
"도...도련님 그만이요..호호호호"
저택의 문에서는 카미야와 르네등이 아하루의 괴상한 말투를 듣고는 놀란 듯이 아하루를 쳐다보았다.
아하루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쑥쓰러움에 머리를 긁적였다.
"방금 무슨 말을 하신거죠?"
카미야가 이상하다는 듯이 묻자 아하루가 빙긋이 웃었다.
"별거아냐, 가족들이 내가 너무 걱정 안하고 잇다는 것을 보여준거야"
카미야는 그런 아하루의 말을 잘 이해가 가지 않앗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근데 이제 어디로 갈거죠?"
마리안의 말에 아하루가 잠시 고민하더니 눈을 빛냈다.
"좋아 이곳에서 우리가 왔던 길쪽으로 되돌아가다 보면 작은 언덕이 하나있거든? 그곳에서는 비교적 테실리아 산맥의 전체적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그곳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이번 기회에 르네도 말타는 연습을 할겸해서 말야"
그러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에서도 말을 타본 적이 없었던 르네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좋아요, 이번 기회에 말타는 것을 완전히 마스터 하겠어요"
그러자 곁에 있던 마리아가 혀를 내밀었다.
"어머 언니 말타는건 그리 쉽게 익혀지는게 아니라구요"
하지만 르네는 고개를 저었다.
"걱정마 이래뵈도 어릴 땐 동네에서 날 당할 사내들이 없었다구"
아하루가 그들을 마굿간으로 인도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각자 자신의 맘에 드는 말을 골라 올라탓다. 르네에게는 가장 온순하고 얌전한 말이 주어졌다. 하지만 르네가 정작 그 말을 올라타고 문을 빠져 나가기 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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