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스 7 인기야설 토도사
토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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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1 09:31
#로망스 7 인기야설 토도사 #토도사 인기야설
다음날은 강당에서 시청각 교육이 있었다. 물론 수능을 끝낸 3학년들을 위한 시간 때우기식 수업이었다. 때마침 한 때 히트쳤든 ‘엽기적인 그녀’가 오늘 상영작이었다.
강당에 불이 꺼지자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수군거림이 들렸다. 선옥도 제일 앞좌석에 앉아서 웃으며 영화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소년을 함께 묻어 달랬다더군. 보통 잔망스럽지 않아.] (단편 소설 ‘소나기’의 패러디)
남자 주인공의 얼굴에 스치는 공포감에 비례해서 슬픈 내용이라며 눈물짓는 여 주인공의 모습이 대조적이어서 학생들 사이에서 야유가 섞여 나왔다.
선옥은 정말 보통의 커플로 보기엔 엽기스럽지만 그들의 순애보가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이 나무 아래서 2년뒤 만나는 거야. 그때 내가 그를 잊을수 있으면 다시 나올테고 만약 내가 나오지 않는다면 난 그때까지도 그를 못잊어서 네게 마음을 열수 없는 상태일거야.]
여자의 말에 남자는 그녀가 나오길 바라지만 2년후 남자 혼자만이 그 나무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다시 몇 년이 흐른 후 드디어 여자가 그 나무 아래 나타났다. 하지만.....
[아마도 작년이었지. 물난리에 이 나무가 뿌리채 뽑혀 나갔어. 한데 이를 지켜보며 안타까워 하던 젊은이가 있었지. 그 젊은이는 여기다 그와 비슷한 나무를 심었더랬지.]
노인이 일러주는 말을 들으며 여자가 남자를 찾으려 애썼지만 남자는 찾을 수 없었다.......
선옥은 눈물이 났다. 인연은 만들어 가는 거라는 남자의 말을 들으며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보였다. 결국 너무나 애타게 찾을 땐 서로 어긋나다가 여자의 첫사랑이었던 남자의 엄마가 조카라며 여자에게 소개해준 남자가 바로 주인공이었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면서 웃는다. 두사람의 손이 서로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꼭 쥐어진다.
불이 켜짐과 동시에 학생들의 야유와 박수가 터져나오고 선옥은 반 아이들을 정렬하기 위해 돌아섰지만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선생님, 우신다.]
누군가의 야유에 반아이들이 그런 선옥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자, 모두 교실로 들어가. 선생님은 워낙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래. 니들은 어째 눈물도 없냐?]
선옥은 반아이들의 환한 표정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어..? 선생님 울다가 웃으면 신체 어디가 변한다던데요...하하하...]
[짜~아식들. 또 선생님 갖고 놀고 있어. 모두들 들어가.]
선옥은 우르르 몰려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영화의 뒷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퇴근길, 선옥은 여전히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교길이라서 학생들로 붐비는 가운데 누군가 어깨를 툭쳤다.
[민수야.]
뒤돌아 보니 언제 따라 탔는지 민수가 그녀를 환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샘, 영화 슬프지도 않던데 왜 울었어요?]
[그냥, 감동적이었어. 여자는 그런걸 꿈꾸지. 허황되지만 누군가 오랫동안 그렇게 나만을 지켜 봐주길 바라고 헌신적이길 기대하지.]
[내가 샘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줄께요.]
녀석이 그녀의 귓가에서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이듯 얘기했다. 귓가에 닿는 녀석의 숨결에 선옥은 몸이 떨렸다.
[하지만 그것도 타이밍이 중요해. 모든 것이 때가 있다는 뜻이지.]
[때라.....졸업식?]
녀석의 말에 선옥은 갑자기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최소한 졸업은 한뒤에 관계를 갖자고 한 그녀의 말을 민수는 이렇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등뒤로 녀석의 몸이 그녀에게 바짝 다가와 있다. 덩치가 큰 녀석이 그녀곁에 붙어있자 선옥은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가빠졌다.
[아악~]
갑자기 차가 무엇에 부딪힌 것처럼 한쪽으로 쏠리면서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선옥이 균형을 잃고 흔들리자 민수의 강한 팔이 감겨 오면서 그녀를 잡아주어 다행히 쓰러지진 않았다.
[에이, 뭐야...]
기사가 화를 내면서 버스에서 내려서 맞은편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선옥은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픈 기억이 악몽처럼 떠올라서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샘, 왜 그래요?]
[민수야.......]
선옥은 결혼을 사흘 앞둔 상태에서 행복에 겨워하고 있었다. 마침 학교에도 휴가계를 내놓은 상태여서 신혼여행까지 앞으로 2주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오빠, 퇴근 아직 멀었어? 언제까지 업무를 해야 돼?]
[후후후 기다려요. 아가씨. 오늘까지만 업무 마쳐 놓으면 돼요.]
[아잉~나 심심해. 오빠 회사로 갈께.]
[으이구...참으셔. 오빠 없는 동안 공백을 보충해 놓으려면 많이 늦을거야. 내일 보자. 오늘은 집에서 쉬고 있어.]
[피.....알았어.]
그때 형준의 말을 듣기만 했더라면...
선옥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일로 인해 자책을 했는지 모른다.
‘오빠를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
선옥은 도시락을 준비해서 그가 근무하는 빌딩으로 찾아갔다.
[오빠...]
[어? 선옥이 왔구나. 보시다시피 오빠는 아직인데...울 꼬맹이 오빠 말 안듣네.]
[호호호 도시락 가져왔어. 울 낭군 영양 보충해줘야지.]
[낭군? 하하하 그거 듣기 좋은데..]
선옥은 도시락을 맛있게 비우는 형준의 모습에 흐뭇했다.
[오빠, 아직이지? 나 그만 가볼께. 더 이상 방해하면 안되잖아.]
[그럴래? 이거 오빠가 바래다 줘야 하는데..]
[염려마. 나 애마타고 왔잖아.]
[선옥아, 너 차 끌고 나왔니?]
[웅..이래뵈도 베스트 드라이버라구요.]
[.....................]
[오빠, 나 갈께..]
[선옥아. 잠깐..]
[왜..]
[오빠가 불안하다. 너 면허증 딴지 얼마 됐다고...오빠랑 같이 가자.]
[오빠 일은 어쩌구...]
[대충 끝냈어. 좀더 손보려 했는데 안되겠다. 같이 나가자.]
[오빠, 이래뵈도 나 실력 많이 늘었어.]
선옥은 조수석에 앉는 형준을 향해서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너 접때 접촉사고 낸거 벌써 잊었어?]
[아..그거야 차 파킹하면서 살짝 끌힌 거지.]
[아무튼 조심해.]
[오빠차는 어쩌지?]
[그건 내일 가지러 오지, 뭐.]
선옥은 쭉 뻗은 8차선을 시원하게 달리며 옆에 앉은 형준에게 미소지으며 재잘거렸다.
[오빠, 그런데 걔가 뭐라는줄 알아? 아 글쎄....]
[선옥아, 조심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선옥의 장밋빛 미래는 한순간에 조각나서 깨져버렸다.
[선생님...]
민수가 걱정스런 얼굴로 선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미안. 선생님이 좀 피곤하다.]
선옥은 자신을 부축해서 집안으로 들어서는 민수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보냈다.
[그만 가봐.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
여전히 떨고 있는 선옥을 보며 민수는 집안에 보일러 스위치를 작동시켰다. 선옥은 힘겹게 외투를 벗어서 쇼파에 던지더니 쓰러지듯 침대로 다가갔다. 그런 그녀를 지켜 보며 민수는 이불을 그녀의 목까지 덮어주었다.
[흑흑흑...]
선옥의 입에서 나직한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침대가 들썩이면서 민수가 그녀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선옥은 녀석의 품에 안겼다.
선옥은 오랫동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점차 편안함을 찾았다.
[선생님 바보같지?]
[네. 애기 같아요. 무서워서 어쩔줄 모르는 애기.]
[맞아. 아깐 무서웠어.]
[내가 있잖아요. 샘곁엔 항상 내가 있는데요. 이젠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말아요.]
[와. 너 그렇게 멋있는 말도 할줄 아니? 나 전지현 부럽지 않은데....]
[전지현?]
[아까 그 영화속 여주인공 말야. 니 또래 애들은 그런 배우 좋아하잖아.]
[쿡쿡쿡. 아닌데 나는. 나는 아주 나이 많은 샘을 좋아하는데~]
[야~ 너 지금 선생님 놀리니?]
선옥은 작은 주먹을 쥐며 녀석의 가슴을 툭툭 쳤다.
[이제 아파하지 마요. 무서워하지도 말고..]
민수가 진지한 얼굴로 선옥의 움켜진 주먹을 잡았다.
선옥은 그런 녀석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기다렸다는 듯 녀석이 정열적으로 답해왔다. 선옥의 손이 녀석의 머리를 감쌌다.
[흡.....아.........]
[하아......음........]
민수의 손이 선옥의 가슴을 만졌다. 적당히 부푼 그녀의 가슴위로 녀석의 가슴이 맞닿으며 민수의 체중이 느껴지는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다.
[.............민수야........ 배고프다....]
[..............샘~...... 쿡쿡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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