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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음계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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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음계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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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음계 1-07


第 四 章 악령(惡靈)의 마시(魔 )


다솔스님은 낡아 빠진 부처상을 쳐다보며 이죽거렸다.
"이녀석아! 저까짓 쇠붙이가 뭘 안다고 허구한날 저기에다 대고 비
냐? 무릎 꿇고 앉아 있어봐야 다리만 저리지....."
풍류영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부처님은 모든 소원을 다 들어주신다고 하던데요?"
"쯧쯧쯧.....이런 놈이 있으니 중(僧)들이 먹고살지."
"예?"
"이놈아! 부처가 정말 소원 다 들어준다면 이 세상에 부자 아닌 놈
누가 있겠냐? 오백살 전에 뒈질 놈은 누가 있고....."

기도 안 찬다.
소위 스님이라는 작자가 부처를 이처럼 무자비하게 깎아 내리고 헐뜯
다니.....
"그런데 스님은 왜 머리를 깎고 중이 됐어요?"
"중은 심심해서 해본 거고 머리는 기르기 싫어 깎았다."
".....?"
".....?"

이런 억지를 가진 사람은 아마 세상에 둘도 없을 것이다.
"헌데.....다솔스님은 왜 이런 곳에서 혼자 살아요? 쓸쓸하지도 않으세
요?"
다솔스님은 시큰둥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래서 살붙이 하나 만들어 볼 생각이다."
"자식이요?"
"그래, 이놈아!"

풍류영은 두 눈을 휘둥그래 뜨며 한참 동안 다솔스님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다솔스님이.....어떻게 혼자서 아기를 낳아요?"
"미친놈! 사내 혼자서 애 만드는 거 봤냐?"
"그럼 여자를.....?"
다솔스님은 만면에 기이한 미소를 흘리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하나 주워올 생각이다."
"엉터리.....!"
일순 다솔스님은 정색을 하며 풍류영을 쳐다보았다.
"엉터리? 껄껄껄껄....."
그는 하늘을 우러러 호탕한 웃음을 토했다.
이어,
"이놈아, 세상은 모두 엉터린 게야. 너나 할 거 없어..... 알겠니? 우리
는 지금 엉터리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거라구."
"....."
다솔스님은 웃음을 그치며 풍류영의 어깨를 툭 쳤다.
"계속 빌어 봐라. 혹시 또 아냐? 부처님이 한 번쯤 헤까닥해서 네 소
원을 들어줄지..."
".....!"
그는 이 말을 마친 뒤에 느긋하게 뒷짐을 지고는 팔자걸음으로 유유
히 사라졌다.

(말투만 고치면 득도하실 분인데.....)
풍류영은 한참 동안 다솔스님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
려 부처상을 쳐다보았다.
"노여워하지 마세요. 말씀은 저렇게 하셔도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거
예요."

그는 쓸쓸하게 웃었다.
"내일은 못 올 것 같아요. 할 일이 많거든요."
풍류영은 부처를 향해 합장을 하고는 무릎을 일으켜 세웠다.

헌데,
그가 막 몸을 돌리려는 순간,
"....."
그는 갑자기 등뒤로부터 한 줄기 무서운 흡인력이 달려들어 자신을
잡아 당기는 것을 느꼈다.

(억.....!)
풍류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순간,
붕.....!
그의 몸은 강한 흡인력에 견디지 못하며 부처상이 놓여진 뒤쪽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찰나,
마루바닥의 한 구석이 위로 열리는가 싶더니 그의 몸은 그 속으로 빨
리듯 사라지고 말았다.

괴사(怪事)!
뜻하지 않은 괴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 * *

풍류영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갈쿠리처럼 움켜잡고 있는 깡마른 손을 내려다보
고 있었다.

노인이었다.
오른쪽 가슴에는 부러진 화살이 깊숙이 박혀 있었으며 왼쪽 옆구리에
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두 눈은 회색빛으로 죽어가고 있었으며 숨결 또한 들리지 않을 정도
로 미약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노인의 바로 옆에는 몸서리쳐질 정도로 끔찍한 시체 한구가 비스듬히
누워 있지 않은가?
살은 썩어 문드러져 피고름으로 뒤엉켜 있었으며 군데군데 허연 뼈가
드러나 있었다.

뿐인가?
얼굴의 살이 녹아 흘러 형상조차 분간할 수 없었으며 싯누런 물이 고
름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우욱.....!)
풍류영은 일찌기 이런 끔찍한 시체를 본 적이 없는지라 심한 구토를
느꼈다.

문득,
"허억..... 허억 ....."
풍류영의 손목을 움켜잡은 노인이 거친 숨결을 몰아쉬었다.
풍류영은 깨달았다.
흡인력을 이용하여 마루 밑으로 끌어들인 사람이 바로 이 노인이라는
것을.....

실로 경악할 일이었다.
생명이 경각에 달한 사람이 그토록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다
는 것을.....

그것으로 볼 때 노인의 공력과 무공은 최강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느
낄 수 있었다.
풍류영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하.....할아버진 누구세요?"
"허억.....헉....."
노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희미한 음성으로 말문을 꺼냈다.
"노부의 이름은 육천염.....! 옆에 죽어 있는 노우는.....역계송이라.....부
른다....."

그들이었다.
추적자를 피해 고찰로 스며들었던 두 노인.....!
그런데 분명 육천염과 역계송이라 했는가?

아아---천산이부령!
이들이 바로 전설의 기인이라는 천산이부령이란 말인가?

수수초은(袖手憔隱) 역계송(逆戒頌)---!
만상제(萬象帝) 육천염(陸泉閻)---!

백년전 그 위명을 중원천지에 떨쳤던 천산의 두 신선이 바로 이들이
었다니.....!
육천염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풍류영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부, 부탁이..... 있다."
풍류영은 손목이 부러지는 듯 아파왔으나 이빨을 악물고 참았다.
"말씀해 보세요."
육천염음 한쪽 손으로 가슴을 더듬어 하나의 상자를 꺼냈다.
떨리는 손으로 상자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 한 권의 책자와 악마의
형태를 한 열쇠가 보였다.
핏빛을 띠고 있는 것이 섬뜩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열쇠의 이름은.....악령의 마시! 인간이 지녀서는 안될.....아니, 이 세
상에 존재해서는 안될.....무서운.....마물이다....."

[악령(惡靈)의 마시(魔 ).....?]
"이것이 있으면.....악령의 문을 열고.....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악령의 문---!
그것은 또 무엇인가?
육천염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안간힘을 써서 말했다.
"노부가 아는 것은.....그것밖에 없다..... 자세한 것을 아는 역노우는.....
이미 죽었으니까....."
".....!"
역계송이 이미 죽었으니 악령의 마시는 또다시 비밀에 싸이게 되었는
가?
"노부는 곧.....역노우의 뒤를 따를 것이다. 더 이상 마시를 간직할 수
없다.....이제는....너에게 맡긴다."

풍류영은 흠칫했다.
생면부지의 자기에게 악령의 마시를 맡긴다니.....?
육천염은 곧이어 상자 안에 있는 한 권의 책자를 꺼냈다.
"이것은..... 천년전..... 제일마성으로 불리웠던.....지옥대마성이 남긴.....
그의 비급이다."
풍류영이 책자를 보니 겉표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지옥(地獄)의 토혈(吐血)로 천하를 씻으며.....지옥십결(地獄十訣)>

섬뜩한 글귀였다.
육천염은 두 가지 물건이 들어 있는 상자의 뚜껑을 닫으며 풍류영에
게 건네 주었다.
"이제.....이 물건의 주인은 너다."
".....!"

육천염은 까칠한 시선으로 비참히 죽어 있는 역계송을 바라보았다.
(역노우, 나는 오늘 이름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그것을 넘겨주었네.
잘했다고도 할 수 없고 또 잘못했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놈들 손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외롭더라도 잠시만 기다려 주게. 한 마디만 더하고 곧 자네를 따라
갈 테니.....)
육천염은 시선을 돌려 풍류영을 바라보았다.

"가거라. 놈들이 곧.....들이닥칠 것이다....."
"도대체 할아버지들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에요?"
육천염은 문득 가슴을 움켜쥐며 가래끓는 소리를 냈다.
"천하에서....가장 악독하며....무서운.....놈들.....그들은....그들은 바로...."
육천염은 입술을 몇 번 달싹거리다가 이내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말
았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죽었다.
천산이부령은 풍류영에게 커다란 기연을 안겨준 채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이다.

"할아버지---!"
풍류영은 육천염의 몸을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숨이 끊어진 그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헌데,
몸이 흔들리던 육천염의 품속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두 권의 책자였다.

<만상귀원경(萬象歸元經)>
<살수교첩(殺手敎牒)>

그것은 바로 천산이부령이 필생을 통하여 이룩해 놓은 독문절학이었
던 것이다.

풍류영은 두 권의  비급을 꼭 끌어안았다.
그러면서.....눈물 글썽이는 눈으로 두 노인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
다.

불세출의 기연----
그리고 두 노인의 죽음이 있었던 고찰에서의 이야기였다.

* * *

삼라만상은 깊은 잠 속에 빠져 들어 있었다.
헌데,
삐이익---삐익!
돌연 야천을 찢으며 뾰족한 호각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
다.
"저쪽이다! 놓치면 안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횃불이 어지럽게 움직였고.....골목 어귀마다 검
을 든 무사들이 종횡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연경총독부의 무사들이었으며 지금 이 시간 연경 일
대에 개미떼처럼 쫙깔려 있었던 것이다.

총독부에 무슨 변고가 일어났는가?
총독부의 무사들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
다.

그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총독부에 침입했다가 빠져나온 모양이었다.
허나,
단지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더 중대한 일이 없고서야 이렇듯 천라지망의 수색까지 펼치지는 않았
을 것이다.
그렇다면.....?

삐이익---삐익!
"동쪽이다! 놈이 동쪽으로 달아나고 있다!"
쫒고 쫒기는 숨막히는 추격전,
이 밤을 맞이하여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삐이이이---익---!
얕은 잠에 빠져 있던 풍류영은 돌연한 호각소리에 부시시 눈을 떴다.

(무슨 일일까? 호각소리로 보아 총독부 사람들인 것 같은데.....)
그는 고개를 조금 들어 밖을 힐끔 쳐다보았다.

삐이익---삐익---!
멀리서 들려오던 호각소리는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
다.

(누구를 쫒는 모양인데.....호각소리가 점차 가까와지는 것으로 보아
죄인이 이쪽으로 도주하는 모양이로군.)

풍류영은 이불을 젖히고 침상 아래로 내려섰다.
걸친 것이라고는 아랫도리의 조그만 속옷 하나 뿐이었다.
그는 창쪽으로 다가갔다.

드르륵.....
창문을 열고 바깥을 한 차례 휘휘 둘러본 그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죄인이 이쪽으로 도주하고 있다는 것이 웬지 마음에 걸려. 창문이나
잠궈 두어야지."
그는 이렇게 중얼거린 뒤 창문을 닫으려 했다.

헌데 그때였다.
불쑥!
돌연 창문 밑에서 하나의 예리한 검이 튀어나와 턱 아랫부분에 와 닿
는 것이 아닌가?

(억!)
풍류영은 느닷없는 변고에 대경실색했다.
슥.....
검이 튀어나온 뒤 하나의 시커먼 그림자가 창 밑에서 일어섰다.
마치 유령과도 같은.....
일신에는 시커먼 야행복을 입었으며 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검은
복면으로 가리고 있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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