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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ic evil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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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ic evil 1부

풍요의 왕국 리저스, 그 중에서도 수도인  벨 아베스 곳곳에는 풍요가 넘치다 못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그 뚝뚝 떨어지는 풍요를 한 방울도 얻지 못한 것처럼 더럽고 남루한 빈민가다.  벨 아베스의 양면성은 동전의 안과 바깥처럼 확실했다. 그렇게 넓지도 않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빈민가는 너무나 비참했다.

나는 환자다. 병명은 '역행성 기억 상실증' 과거의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지만 분명 순하고 착했음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하고 착한 성격이란 이곳 빈민가에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금 아니 아주 비열해야 한다. 나 같은 녀석은 낙오자가 될 뿐이다. 그런 이유로 나도 별로 착해지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지만..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 이유도 알 수 없이 가슴이 한 구석이 아려 오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나 자신도 내 정확한 나이를 모르기에 나는 남들이 추정하는 대로 내 나이를 맡겨놓고 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너 열 세살이지'하고 물어보면 나는 '네'라고 대답하고 다른 사람이 "너 열 살쯤 되는 거 같은데?'라고 물어봐도 '네'라고 대답한다. 어쨌든 내가 지금 마마와 함께 살게 된 이유는 나의 어린 나이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잘 생긴..... 아니 예쁜.. 그래 젠장 여자 같은.. 외모 덕분이다.

비가 내려 더럽게 땅바닥이 질척거리던 날. 나는 나 자신도 모르는 골목에 엎어져 있었다.  나는 정신이 들자 마자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실체적인 고민을 해야 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나는 어떤 변태 로리 컴플렉스로 추정되는 대머리 뚱뚱남에게 발견되었다.

아마도 그 변태 로리 컴플렉스로 추정되는 대머리 뚱뚱남은 분명 나를 예쁜 여자아이로 착각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더라면 왜 나를 강간하려 했겠는가. 뭐 예외적으로 남자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이 슬픈 현실은 나를 남자처럼 생기게 하지는 않았단 말이다. 그리하여 나의 순결이 위협받던 시점에 마마가 그것을 보게 되었다. 마마는 그 변태 로리 컴플렉스로 추정되는 대머리 뚱뚱남의 뒤통수에 거센 정권을 날리고 그녀의 그 굵은 무다리로 등을 후려 찼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에게 구해지게 되었다. --마마가 나중에 말하기를 내가 못생겼더라면 절대 구해주지 않았을 거란다.. --

음 그렇게 해서 나는 5개월 전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그녀에게 보호를 받게 되었다. 아마 그녀에게 구해지지 않았더라면 그 대머리 뚱뚱남에게서 어떻게 도망쳤더라도 나는 아마 강물에 퉁퉁 불은 시체로 떠다니거나 어떤 부잣집 변태에게 팔려가 노리개가 되었을 거다.

그렇게 마마에게 구해진 나는 거의 백지상태와도 가까운 어린 애였기에 마마와 함께 지내면서 나의 말투와 가치관은 그녀를 닮게 되었다. 하지만 마마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었다. 그녀는 허름한 술집 겸 음식점의 성격 괄괄한 여주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식당에서 홀 서빙을 하며 밥값을 할 수 밖에 없다. 뭐 나도 이제는 나도 상황파악이 꽤 되는지라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하지만 대체 왜 여자처럼 머리에 리본을 묶고 여자 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 거냔 말이다........ 아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다. 마마 말로는 그래야 손님이 더 많이 오게 된다고도 하지만 내가 변태 로리 아저씨들의 눈요기 감이 되야 한다는 현실은 너무나 슬프기 그지없다.

마마는 내게 이름도 지어주었다. 페이라는 이름이다. 페이 페이 페이 페이이잇! 대체 뭐야 흑흑 발음할 수록 귀여운 게 여자 이름 같잖아... 흑흑 멋있는 이름이 얼마나 많은데...

"페이이이잇!!! 술통 위에서 쭈그리고 궁상떨고 있지마! 손님 왔잖아!"

아 마마가 나를 부른다.. 쯧 가봐야지. 그녀의 솥뚜껑 만한 손이 나의 가녀린 등짝을 뜨겁게 안마하기 전에 말이다. 나의 연약한 몸으로는 마마에게 절대 반항할 수 없는 것이다. 흑흑흑

나는 술통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메뉴판을 들고 쪼르르 달려가 손님이라는 작자에게 내밀었다. 흘낏 얼굴을 보니 혹시나가 역시나다. 과연 이런 가게에 올만한 후즐그레한 외모라는 이야기다.

"흐음.. 꼬마야 이 가게에서는 무얼 제일 잘하지?"

오옷.. 이런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잘 하지 않는 대사다. 아무거나 시키고 주는 대로 쳐먹는게 대부분인데..

"으음. 저희 가게는요 애플파이가 특히 맛있어요. 미트볼이랑 고로케도 괜찮죠. 하지만 저는 커틀릿이랑 버섯구이가 좋아요."

훗 썩은 사과로 만든 애플파이가 참 맛있기도 하겠군..  어쨌든 나는 속마음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게다가 나는 말끝에 생긋 웃어주기 까지 했다. 역시 나의 매혹적인 웃음에 헤벌레하게 넘어가는 표정이라니..... 음 좀 비위 상한다. 하지만 나의 웃음은 서비스업의 생명은 웃음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내 등을 몇번이나 후려치면서 행해진 마마의 교육에 따른 결과일 따름이다. 내 생각에는 이 가게엔 웃음보다는 청결이 더 필요할 것 같지만 말이다.

"으음 그럼 커틀릿이랑 샐러드 그리고 흑맥주 한잔만 주겠니."

아니잇.. 샐러드라니..... 그.. 그.. 금단의 음식을 시킨다는 말인가....... 이 가게에 자주 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빈민가 전체에는 마마의 샐러드가 어떤 것인지 아주 널리 퍼져있다. 정말 이상하다.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이 빈민가로 들어올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마누라가 무서워서 가출한 불우한 중년이 어쩌다 이곳까지 흘러 들어왔을 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아 불쌍해라..

"그런데 말이다........"

메뉴판을 다시 받아 들고 마마에게 달려가려던 나를 그 불우한 중년이 불렀다. 나는 내 멋대로의 추정으로 이 사람에게 약간의 동정심을 가지게 된 터라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왜 그러세요? 혹시 뭐가 맘에 안 드시는 거라도?"
"아.. 그건 아니고.. 듣던 대로 너가 참 귀엽고 예쁘게 생겨서 말이다."

뭐. 뭣이라고..... 아 이 사람은 오늘 참 나를 많이 놀라게 하는 군.. 나는 이 손님에 대해서 불우한 중년이라고 생각했던 인식을 바꿔야 했다. 어쩌면 내가 예쁘다는... 아니 잘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나를 잡아가기 위해서 찾아 온 인신매매범일지도 모른다. 나는 경계심을 돋구었다. 근데 그건 그렇고 내가 그렇게 소문이 퍼졌다는 말인가. 조금은 놀랍군..

"아.. 가 감사합니다."

난 최대한 경계심을 드려내지 않으려 슬금슬금 피하면서 억지 웃음을 만들어 대답하고는 마마를 향해 달려갔다. 등뒤에서 그 사람이 한숨을 쉰 것 같기는 하지만 뭐 나는 알 바 아니다.

-- = -- = --

"마마! 마마!"
"왜? 손님이 뭐 시켰는데?"
마마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저 손님은 커틀릿과 샐러드, 그리고 생맥주를 시켰지만 그건 중요하지가 않아요."
"그럼 뭐가 중요한 데?"

마마는 음식을 준비하러 주방으로 들어가며 대답했고 나는 그녀를 졸졸졸 따라가며 말했다.
"저 손님이 처음부터 나를 음흉하게 쳐다보는 데다가 예쁘다고 칭찬을 했는데.. 어쩌면 인신매매범일지도 몰라요!"
"이 가게에 온 손님 중에서 너를 안 음흉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있던?"
마마의 말에 난 잠시 과거를 떠올려 보다가 과연 한 사람도 없었다는 걸 알았다. 쳇 이 식당 수준이 원래 그렇다. 하지만 저 손님은 여태까지와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

"그.. 그런 게 아니에요. 저 손님은 마마의 샐러드를 시키기까지 했다고요. 분명 빈민가 바깥에서 왔다는 이야긴데..... 바깥 사람이 이런 가게까지 올만한 이유는 저를 납치하기 위해서 라는 거 외에는 생각하기 힘들다고요!"
"에라 이 녀석아! 내 샐러드가 어디가 어때서!"
그녀의 굵은 주먹이 내 이마에 알밤을 콩하고 먹였다. 너무 아파서 나는 이마를 쓰다듬느라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곳까지 흘러들어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정이 있는 게야.."
"하지만 마마.. 저 사람은 제 소문을 들었다고..."
"뭐...!"

마마의 눈동자가 잠깐 날카로운 빛을 띠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역시 마마도 뭔가를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저 손님이라는 작자가 심상치 않다는 걸.

"빨리 나가 봐라.. 다른 손님 올지도 모르니까.."
제길.. 이어진 마마의 말은 나의 기대를 무참히 부셔 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홀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알 밤 한대 더 맞기는 싫으니까 말이다.

카운터에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아까 그 손님이 계속 나를 흘낏 흘낏 쳐다본다. 아 정말 미소년 수난의 때가 도래하는 것일까.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페이!"
마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음식이 전부 준비가 된 모양이었다. 나는 주방으로 가 마마에게 쟁반을 받았다. 그리고는 손님이 앉아 있는 탁자로 가서 음식을 내려놓았다. 전부 놓고 가려고 하는 데 이 손님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 나이도 어려 보이는 데 힘들지 않니?"
"괜찮아요.."

훗 그딴 말로 나의 호감을 살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최대한 짧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 손님이 내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걸 눈치를 못 깠는지 괜히 친근한 말투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래도 힘들텐데.... 내가 너에게 정말 편한 일 소개시켜 줄 수 있단다.. 돈이 필요하다면 많이 주고..."
나는 엄청난 위기감을 그의 말에서 느꼈다. 그래서 소리쳤다.
"마마! 마마!"
마마가 무슨 큰 일이라도 생겼나 급하게 주방에서 튀어나왔다.
"무슨 일이야? 페이."
"이 아저씨가 저를 유괴하려고 해요!"
나를 꼬시려던 아저씨의 눈이 당황으로 크게 떠졌다. 후훗 나를 만만하게 봤던 걸까. 아저씨 당신은 큰 실수를 한 거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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