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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의 눈 > 제 1부

르몽드 0 779 0

< 태풍의 눈 > 제 1부

소라-9/ 609 

토도사 - 카지노 토토 매거진 Todosa casino toto magazine 

22-6 제휴업체 현황_416

출처  토도사 - 카지노 토토 정보매거진

" 이것 보시오. 최사장!.. 이 건물은 허가난 합법적 건축물이란 말이오.. "


" 누가 불법이라 그랬소? 그래도 이 건 너무하지 않소?.. 당신이 내 입장이


라면 그냥 보고 있겠소? "


이 곳은 강남구 외곽진 개발지구 공사장이다. 서강표가 회사가 새로 맡은,


꽤 큰 러브호텔 신축을 위해 기초공사를 지휘하고 있는데 오후에 장비를 넣


자마자 난데없이 데모가 일어난 것이다.


늙고 젊은 남녀 10여명이 떼를 지어와 포크레인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공사


가 중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사무실에서 서강표가 급히 쫓아 와 보았더


니 바로 신축건물 뒤의 기존모텔 주인과 그 가족, 그리고 종업원들이다.


신축건물의 높이가 자기들 건물보다 더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항의차 몰려


왔다는 것을 전해 들은 서강표는 일단 대화로 해결하자고 제의하여 기존모텔


의 사장인 최병수와 모텔의 로비에 마주 앉았던 것이다.


" 글쎄,, 최사장 기분은 이해는 하오만.. 그렇다고 이렇게 공사를 방해하면


어쩝니까? "


커피를 홀짝이는 서강표의 표정은 느긋하다. 이쪽은 아무런 하자도 없는 것


이다.


" 좌우간 7층은 안됩니다. 우리 건물이 5층이니 같이 5층까지만 올려 주시오


.. "


" 어허 참!.. 이 양반이.. 세상 이치를 아실만도 한데.. 법에도 없는 어거지


를 쓰면 됩니까? "


" 법, 법 하지마시오. 무슨 법이 그래.. 남의 집을 가로막고 볕도 가리면서


짓도록 되어 있답 디까?.. "


" 또 같은 얘기를 해야겠구먼.. 건축법 51조와 53조를 찾아보시우.. 분명히


건축물의 높이제한과 일조권에 대해 정해 놓았고, 우리 건물은 그만큼 공지


를 띄웠으니까요.. "


" 거.. 제발.. 법만 들먹이지 말고, 내 사정도 좀 봐 주시오.. 안 그래도 건


물이 완공되면 앞 을 가로막아 전망이 캄캄할 텐데... 높이까지 우리건물보


다 더 올리면 우리 모텔은 죽으란 얘기밖에 더 됩니까? "


" 그런 사정은 현장소장인 나로서는 어쩔 수 없어요.. 건물사장한테나 가 보


시던지.. "


아마 신축건물 사장한테는 가 볼 엄두도 못낼 것이다. 듣기에 신축건물 사장


은 이 지역 건달 출신으로 영동에서 나이트클럽으로 번 돈을 투자해서 짓는


것이라 했다.


" 그러지 말고 서소장님께서 한번 사정이야기나 전해 주시오.. 너무 억울해


서 요즘 잠도 못 자고 눈이 벌건 우리가 불쌍지도 않습니까? "


사태가 불리해진 최사장이 이젠 사정쪼로 나왔다.


( 웃기는 소리 하구 있네.. 이런 모텔을 가진 사장이 불쌍하면, 나 같은 놈


은 벌써 자살이라도 했어야 것네... )


그런 입속말을 중얼거리던 서강표가 돌연 눈을 치떴다. 서강표의 마주보는


쪽으로 이층계단이 보였는데, 그 계단을 밟고 내려오던 두 사람을 무심코 바


라보다, 땅땅한 40중반의 남자 뒤로 바싹 붙은 여자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다.


바바리코트를 걸친 스물대여섯가량의 여자도 서강표를 보자말자 황급히 남자


의 등뒤로 숨으면서 종종걸음으로 현관을 뛰어나가는데, 서강표는 잠시 얼이


빠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서강표가 따라나서려다 말고 멈칫거린다. 이미 상황이


끝난 것을 이런 자리에서 소동을 벌여 봐야 자신도 같이 망신만 당할 뿐인


것이다. 순간적으로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 서강표는 현관입구에 서서 협상과


정을 지켜보고 있던 현장서기 김석기를 불러 귓속말로 빠르게 지시를 했다.


뛰어가는 김석기를 보며 자리로 돌아 온 서강표가 다시 한번 혹시 자신이 비


슷한 얼굴을 착각한 건 아닐까 생각도 해 봤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비록 얼굴에 실크스카프를 둘렀지만, 그녀는 틀림없는 그의 막내동생의 아내


현지우였었다. 만에 하나, 아니라면 그녀가 놀라 고개를 숙이고 달아날 이유


도 없지 않은가...


" 왜 그러십니까? 혹시 아는 사람이세요? "


" 아닙니다. 잠시 다른 사람과 혼동했나 봅니다. "


" 좌우간 잘 좀 부탁드립시다.. 성사만 되면 내가 큰 술 한번 사 올리지요..


"


" 알았습니다.. 말씀은 전해 보지요.. "


지금 그런 얘기가 귀에 들어 올 턱이 없는 서강표는 건성으로 대꾸하고는 황


황히 자리를 떴다.


 


현장사무소로 돌아와 소장실의 푹신한 쇼파에 몸을 묻은 서강표는 곰곰히 생


각을 해봐도 영문을 알 수가 없다. 딸들이 미스코리아 뺨친다고 할만큼 뛰어


난 미모의 소유자인 막내제수 현지우가 어떻게 외간남자와.. 그것도 애인같


지도 않은 40중반의 사내와 대낮에 모텔을 드나들 수가 있는가.... 더구나


항상 반듯한 언행과 기품있는 자세가 한 점 빈틈도 없어보인 그녀 였는데...


IMF이후로 생활고에 찌들린 가정주부가 탈선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현지우는 그 것도 아니다. 막내동생인 서명기는 버젓한 증권회사


의 직원인 것이다.


현지우의 겁탈사건을 꿈에도 알 수 없는 서강표였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


도 무리는 아니었다. 현지우는 남편의 직속상관인 강동기부장과의 호텔사건


이후 관계를 끊으려 했지만, 강부장의 계속된 협박으로 사건 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 달에 두어번씩 자의반, 타의반의 불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오늘 기어이 꼬리를 잡히고 만 것이다.


그것도 공교롭게도 가장 어려운 처지인 남편의 큰 형님인 시아주버님께...


 


어떻게 돌아왔는지, 정신이 멍멍한채 집으로 돌아 온 현지우는 그대로 침대


로 쓰러져 어깨를 들썩거렸다.


( 흐윽!!.. 이 일을 어쩌나... 이젠 끝장이야... 진작 좀 더 독한 마음으로


관계를 끊어야 했었 는데... 흐윽!..흑!.. )


냉정히 돌아다 보면, 끊어야지 하면서도 어쩌면 자신도 강부장의 호출을 가


끔 기다린지도 몰랐다. 결혼전 여고시절을 타고난 미모 때문에 친구들보다


몇 배 더 남자친구를 경계한 탓인지 이렇다 할 연애도 못해 보고 지나쳤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일찌감치 남편 서명기에게 찜을 당해 일편단심 매여있다


가 결국 결혼까지 하는 바람에 타고난 끼를 자신도 모르고 살아 온 현지우였


다.


그러다가 반년전 남편보다 훨씬 강한 테크닠과 정력을 과시하는 강동기를 만


나 비로소 육체의 기쁨을 알았고, 자신의 타고난 끼도 어렴풋이 느꼈던 것이


다. 강동기와 섹스를 가질 때면 비밀스런 관계라는 스릴이 겹쳐서인지 이상


하게 할 때마다 짜릿한 절정이 솟아 오르고는 했다.


한동안 흐느끼던 현지우가 다시 냉정을 되찾으면서 앞으로 닥쳐 올 사태를


여러 가지로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 혹시,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걸로 지나치지는 않을까?.. )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처럼 가냘픈 기대도 가져보지만, 그


건 희망사항 뿐일 것 같다. 차에 오르면서 얼핏 보니 아주버님인 서강표가


현관까지 따라나와 이쪽을 보고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에는 놀란 끝에 자기


도 모르게 강부장의 몸뒤로 숨어버린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머리카락을 휘어잡히는 추태를 면한 것만도 오히려 다행스


럽게 여겨야 할 정도였다.


( 어차피 엎질러 진 물... 아주버님의 연락이 오기 전에 오늘 밤이라도 남편


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이혼을 당하던지.. 어떤 사태라도 감수하고 말까...


)


( 아니야.. 연락이 가려면 벌써 갔는지도 몰라.. 아!!.. 어쩌다가 내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


그런데, 그런 절망과 비탄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녀의 마음속으로 한가닥 거


부감이 일어났다. 결과야 자신만 죽일 년이 되었지만, 사실 원인제공은 남편


서명기한테 있지 않은가... 서명기가 투기성 임의매매만 안 했다면 자신이


강부장을 만날 이유도 없었고, 수면제에 취해 호텔방으로 끌려가는 그런 어


처구니없는 사건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현지우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그래!.. 기다려 보는거야.. 이야기를 전해들었으면 먼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는거야.. 내가 먼저 서둘러 고백할 필요는 없어.. )


 


그날 저녁, 회사에서 돌아 온 남편 서명기는 그러나 아무런 특별한 움직임도


없었다. 지레 발이 저린 현지우가 슬금슬금 눈치를 봐도 혹시라도 알면서 시


침떼는 조짐은 전연 보이지 않았다.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현지우의


까맣게 타는 가슴속으로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 별다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현지우의 촉각은 알면서도 아무 말이 없는 시아주버니 서강표


쪽으로 옮겨 갔다.


 


한편 그 시간, 서강표는 회사 앞 커피숍에서 바로 밑의 동생 서만기를 만나


고 있었다.


" 그러니까.. 실력있고 입이 무거운 애들 둘 정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지요?


"


" 그래.. 아무도 모르게 부탁하네.. "


" 도대체 무슨 일인지 저한테도 말씀 못해 주세요? "


유라 사건이후로 이젠 큰 형님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 흐뭇해 하던 서만기가


볼이 약간 부운 목소리로 투덜거렸지만, 서강표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다


른 사람은 몰라도 특히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붙여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날 밤, 서만기가 주선해 준 지하 룸에서 인상이 차가운 두 사내를 만난 서


강표는 차분히 자신의 계획을 설명해 나갔다. 작전중 취득한 비밀에 대한 함


구를 거듭 부탁하면서... 그리고 착수금쪼로 200만원을 내밀었지만, 두 사내


는 펄쩍 뛰며 사양을 하고 일주일 후에 뵙겠다며 주문한 양주도 다 비우지


않고 물러 갔다.


 


그 날, 돌아온 김석기로부터 40대 남자가 MG증권의 관리부장 강동기라는 사


실을 전해 들은 서강표는 확실히는 모르지만, 대강의 사건배경이 짐작이 갔


다. MG증권이라면 바로 막내가 다니는 회사다. 그렇다면 같은 직장의 상사가


부하직원의 아릿따운 아내와 통정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그게 막


내제수와 눈이 맞아 돌아가는 건지 아니면 어떤 피치못할 사건이 개입되어


끌려 다니는 건지 그 것부터 밝혀야 했던 것이다.


제수를 만나 듣는 것이 손쉬울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런 만남이 굉장히 어색


하고 어려운 자리가 될 것 같고.. 어차피 어느쪽이던 그 강부장이라는 사내


는 혼찌껌을 내줄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고객의 초청으로 일식횟집에서 풀코스 접대에다 반주까지


거나해진 강동기가 대리운전을 부탁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눈을 감고 졸고


있던 강동기가 문득 눈을 떠보니 자기 집 방향이 아니다.


" 이봐요.. 우리 집은... "


그러나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틈에 올라탔는지 운전석 옆자리에서 불쑥


고개를 쳐든 사내가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댔던 것이다.


" 찍 소리 말어.. 살고 싶으면.. "


" 너.. 너희들은.. "


강도를 만났다는 생각에 술기운이 확 달아난 강동기가 순간적인 동작으로 차


문 고리를 열었지만, 이미 운전석에서 잠궈 놓았는지 꿈쩍도 않는다. 결국


시외 어느 창고로 끌려간 강동기는 애써 냉정을 찾으면서 반격할 기회를 노


렸다. 왕년에는 그래도 한가닥 한 솜씨인 것이다.


그러나, 상대를 잘 못 골랐다. 창고문이 열리고 등을 떠밀리는 순간 몸을 비


틀며 뒤쪽 사내의 턱을 날렸지만, 주먹이 허공을 가르면서 오히려 중심을 잃


은 강동기의 옆구리에 엄청난 충격의 발길질이 날아 와 박혔다.


" 어억!!.. "


그대로 창고 안쪽으로 꼬꾸라진 몸위로 무수한 발길질이 떨어지는데, 눈앞에


별이 번쩍번쩍 한다. 맞으면서 문득 이 사내들이 단순한 강도가 아니라는 생


각이 들었다.


" 자.. 잠깐.. 이 놈들아.. 왜.. 왜 이러는지.. 이야기나 해주고 때려라.. "


" 이 친구.. 그래도 맷집은 있는데.. 때릴 맛이 있군.. 후후.. "


강동기는 괜한 오기를 부린 덕분에 다시 무수한 매타작을 맞고 마침내 쭈욱


뻗어 버렸다.


" 어퍼!! "


찬물을 쏟아 붓는 바람에 정신을 차린 강동기가 다시 흠칫한다. 시퍼런 칼날


이 눈앞에 다가 왔던 것이다.


" 자!..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 우린 성질이 급해.. 만약 우리가 묻는 말


에 대답을 머뭇거리거나 거짓말을 하면 그 순간에 네 놈의 눈깔 하나는 명을


다할꺼야.. 알아 듣겠어? "


두 사내중 청바지에 세무잠바를 걸친 아까 운전석의 사내가 나무의자에 앉아


낮게 깐 목소리로 소곤거리는데.. 강동기는 소근거리는 소리가 고함보다 더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마치 지옥에서 온 나찰을 마주하고 있


는 것 같다. 이젠 오기고 뭐고 다 달아난 강동기가 허겁지겁 대답했다.


" 네!.. 네!.. 뭐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


 


결국 강동기는 현지우와 얽힌 사연을 그대로 털어놓고 말았다.


" 그럼, 그 동안에 몇 번 만났어? "


" 자.. 잘 모르지만.. 한 열 번은 될 겁니다.. "


" 개새끼.. 재미 많이 봤군.. 이런 자식이 어떻게 높은 자리에 앉아 호의호


식하고 지내는지.. 좆같은 세상이네.. "


" 사.. 살려주십시오.. 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


" 다시는? 너만 재미보고? 안돼지.. 그건.. 안 그래 선생?.. "


" ........ "


" 조사해보니 네 놈한테..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더군.. 어때.. 네 마누


라하고 딸을 내가 열 번만 할테니까.. 그러면 이자까지 계산이 되겠지? "


" 제.. 제발 그.. 그것만은.. "


" 이 새끼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


세무잠바가 눈짓을 껌뻑하는 순간, " 아악!! " 강동기의 비명이 창고를 울렸


다. 옆에 서 있던 작업복의 사내가 뾰족한 구두끝으로 강동기의 항문을 쑤셔


박듯 차 올리는데, 강동기의 온 몸이 펄쩍 뛰어 오를 정도로 격심한 통증이


엄습했던 것이다. 이 놈들은 예사 깡패가 아니다. 아까도 기절할 만큼 맞았


지만, 속 골병만 들고 겉으로는 피 한방울 내지 않는다.


" 어때? 해도 되겠나? "


" 우욱... 차..차라리 나를 죽여라.. 이 놈들.. "


" 후후후.. 그래.. 그 정도 기백은 있어야지.. 그래도 대 기업의 중역이신데


.. 좋아.. 기백을 높이 사서 거래를 바꿔보지.. 네 놈이 열 번 재미 본 보상


으로 한 번에 천만원씩 일억을 내 놔.. 내일 오후3시까지다. 경찰에 알리고


싶으면 알려.. 깜방이야 우리 집 비슷한 곳이 니까... 그 대신 신고하는 순


간 네 놈의 인생도 끝장이겠지.. 어때? 하겠어, 말겠어? "


잠깐 갈등의 눈빛으로 올려다 본 강동기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흥정할 상


대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 그럼.. 그렇게 알고.. 내일 오전중으로 입금할 계좌를 불러주마.. 그리고


말 하나마나지만, 앞으로 그 여자의 주위에 얼씬도 하지말아.. 네 놈이 찍어


도 잘 못 찍었어.. 그 여자는 우 리가 하늘처럼 모시는 분의 가까운 친척이


란 말이야.. 알겠어? "


강동기는 힘없이 고개를 끄떡일 수 밖에 없었다. 지난 6개월간의 짜릿했던


오입의 대가로는 너무 비싼 청구서였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남은 인생과 바


꿀 수는 없었다.


 


부탁한 일주일보다 이틀 빠른 닷새째, 다시 룸에서 사내들을 만난 서강표는


경과를 보고받고는 고개를 꺼덕였다. 역시 현지우는 강동기의 간계에 말려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닌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경위를 알아보고 혼


을 내서 다시는 현지우와 가까이 못하도록만 부탁했는데.. 뜻밖에 거액의 보


상금까지 받아 온 것이다.


앞에 놓인 1억원의 현금다발을 놓고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서강표는 돈


을 도로 밀어 냈다. 몸을 빼앗긴 대가라면 제수씨 현지우가 과연 이 돈을 받


아 줄 것인가...


" 이 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 부탁드린 것도 아니구요.. 가져가십시오.. "


"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저희는 말씀 안 하셔도 당연히 그 정도 보상은 받아


야 한다고 생각 했을 뿐입니다. 이제와서 돌려줄 수도 없고... 제발 받아 주


십시오.. "


사실은 큰형님 이종구의 명령을 받고 한 일인데 그 걸 말할 수도 없는 형편


이다.


" 그렇다면, 그 돈을 조직자금으로 써 주시면 안될까요? "


" 안됩니다. 우리는 비록 음지에서 먹고 살지만, 의뢰인의 돈을 챙기는 의리


없는 짓은 안 합 니다.. 그럼 또 뵈옵지요.. "


" 자.. 잠깐만요.. "


그러나, 말을 마친 두 사내는 벌써 성큼성큼 문쪽을 나서고 있었다.


 


그날 밤 내내 고민하던 서강표는 마침내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사건 전모야


계속 비밀에 붙이겠지만, 어차피 막내 명기를 강동기밑에 계속 근무시킬 수


는 없지 않은가.. 전보를 시켜도 언젠가는 또 만날 확율도 없지 않고... 차


제에 아예 사표를 내게 하고 이 돈에 퇴직금을 보태, 독립을 시켜주는 것이


어떨까 싶었던 것이다.


전에 언젠가 명기가 자금만 좀 있으면 증권분석 및 투자상담사로 독립해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으니 명기도 싫다고는 않을 것 같다.


 


" 찌르르릉.. 찌르르릉.. "


그 일로 인한 고민때문인지 요즘 들어 부쩍 핼쓱해진 현지우가 샤워후 빗질


을 하다 말고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란다.


" 여보세요? "


" 저.. 유라 애빕니다.. "


" 흐읍!.. "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킨 현지우가 애써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인사를


했다.


" 네.. 아..아주버님.. 안녕하세요? "


" 본론만 간단히 말씀드리지요.. 모든 건 깨끗이 해결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그 남자한테서 연락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안심하세요.. "


" 네에?.. 아!.. 네에.. 그.. 그런데.. "


현지우는 대답은 해야겠는데... 뭐라고 말할지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 다른 건 묻지 마시구요.. 이 번 사건.. 명기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으니까


.. 제수씨와 나만 알고 넘어가야 합니다. 참! 한 가지만 더 말씀드려야 겠군


요.. 명기가 지금 다니는 직장에 서 계속 근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


요.. 그래서 제가 독립을 시켜 줄 계획입니다. 자금은 제가 집사람도 모르게


비밀리에 모아 둔 돈이 한 일억 정도 되니까.. 앞으로 잘되 면 갚아 주시구


요.. 아시겠지요? "


" 아.. 아주버님.. 흐윽!!.. "


" 그럼.. 다음에 뵙지요.. 참.. 이 번 일요일이 시사니까.. 그 때 뵙겠네요


.. 그럼 안녕히.. "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끊긴 전화를 망연자실하게 쳐다보고 있던 현지우는 긴


장이 풀리면서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한동안 울고나니 가슴이 후련


해지면서 문득 시아주버니 서강표의 사려깊은 처리가 가슴깊이 감동으로 다


가왔다. 평소에는 그냥 몸집이 좋고 호방한 성격이지만 남편보다는 무식하다


고만 생각해 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선입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사흘 후인 일요일,


현지우는 아침까지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가지않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것


같고.. 시아주버니에게 기회를 봐서 인사라도 드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되어


시사에 남편과 동행했다. 그러나, 막상 큰 집에 도착하고 서강표와 눈빛이


마주치면서 현지우는 내색 않으려해도 자꾸만 목이 움추려 들었다. 자신의


불륜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서강표가 대범한 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그 표


정 안쪽으로는 자신이 강부장의 몸아래서 짓뭉개지고 있는 광경들을 상상하


고 있는 것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


차라리 조용한 곳에서 만나 뺨이라도 두어차례 때리며 호되게 꾸짖어 주는


것이 오히려 맘이 편할 것만 같았다. 시종 가시방석같은 자리에서 전전긍긍


하던 지우는 결국 그 일에 대한 인사 한마디도 건네지 못한채 시사가 끝나자


마자 남편을 졸라 황급히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로부터 꼭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점심을 먹고나서 오후 작업을 배치시킨 후, 현장소장실의 쇼파에 기대 잠시


눈을 붙이려던 강표는 전화벨 소리에 짜증스런 표정으로 수화기를 잡았다.


" 여보세요.. 현장소장입니다.. "


" 저.. 저에요.. 아주버님.. "


뜻밖에 현지우의 가냘픈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오자 강표는 전화기를


고쳐 잡았다.


" 어.. 왠.. 왠일이세요? "


" 지금 바쁘세요? "


" 그렇게 바쁜 건 아닙니다만, 왜 그러시죠? "


" 저.. 좀.. 만나 뵈웠으면 해서요.. "


" 어딥니까? 전화하시는 곳이... "


"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와 있어요.. 시내쪽 국도변에 있는 프린스장 1층


커피숍이에요.. "


" 아..알았습니다.. 요즘 매일 그 앞으로 지나다녀 잘 압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죠...."


 


프린스장은 이 일대에서 가장 큰 호텔급 모텔이다. 11층 건물인데, 1,2층은


커피숍과 식당, 노래방 등이 있고 3층부터 10층까지가 객실, 11층은 스카이


라운지다. 차를 몰아 가면서 서강표의 마음속으로 온갖 상념이 실타래처럼


엉켜 왔다. 사실 지난 한달전 사건을 해결하면서 갈등도 많이 느꼈었다.


처음 현지우의 탈선을 지켜 본, 하루이틀동안은 아릿따운 그녀의 육체가 강


동기라는 사내의 몸아래 꿈틀거리는 장면이 자꾸만 아른거리면서 불륜을 빌


미삼아 자신도 한 번쯤 안아 볼 수 없을까 하는 응큼스런 욕망이 불쑥불쑥


솟아나기도 했다.


이미 바로 손윗동서 송혜리와의 전과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결국 냉정한 이성으로 사건을 처리해놓고 스스로도 멋지게 마무리지


었다고 자부해 왔는데... 오늘 불쑥 걸려온 전화로 다시 은근한 기대가 타다


남은 불씨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다.


전화가 걸려온 장소가 묘한 곳이어서 더욱 그런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다소곳한 고전미의 송혜리와는 달리 인형같은 차가운


미모와 말투 한마디마다 똑 똑 자르는 듯한 현지우의 도도한 자세가 떠오르


면서 강표는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 같지가 않은 것이


다.


( 그나저나.. 도착하면 무슨 말부터 시작하지?.. 먼저 만나자고 했으니 그냥


기다려 봐?.. )


 


" 어서오세요.. 아주버님.. "


" 많이 기다렸어요? "


인사를 건네며 맞은 자리에 앉으면서 서강표는 우선 눈부터 부셔 왔다. 원래


미인이라고 생각이야 해 왔지만, 항상 그늘진 집안에서만 대하다가 오늘 밝


은 곳에서 가까이 보니 한마디로 화사하다는 느낌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창


가의 테이블 그라스에서 반사되는 햇볕이 그녀의 베이지색 바바리코트위로


튀면서 백자같은 목을 타올라 흑진주같은 눈동자 속에서 한 점으로 모여 반


짝이고 있다.


어깨까지 치렁하게 내려온 브라운빛이 섞인 흑발이 바바리 깃과 멋진 앙상블


을 이루고, 무엇보다 갓 출하된 백도같은 피부위로 눈, 코, 입술이 그린 듯


정교하게 자리잡고 있다. 딸들이 막내숙모가 최지우라는 탤런트를 많이 닮았


다고 자랑하곤 했지만, 오늘 보니 그 어떤 탤런트도 그녀보다 나을 것 같지


않다.


서강표가 새삼 발견한 현지우의 미모에 잠시 얼이 빠진 것을 그녀도 감지하


고는 입가에 엷은 미소가 피어 올랐다. 오늘 특히 정성을 다해 꾸민 보람이


있는 것 같아서다.


" 아이!.. 뭘 그리 빤히 보세요?.. 부끄럽게요.. "


" 아닙니다.. 진작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놀랐습니다. 제수씨가 이렇게 미


인이실줄은... "


" 정말이세요? 그럼.. 대전 형님보다 예뻐요? "


대전 형님은 송혜리다. 강표의 입가에도 미소가 어린다. 전혀 눈치를 못챘는


데.. 두 사람이 알게 모르게 서로의 미모를 의식하고 있었나 보다.


" 그럼요.. 각기 개성이 있지만, 미모로만 친다면 막내제수씨가 더 낫다고


애들도 그러던걸 요.. 허허.. "


엉뚱한 화제로 어색한 분위기가 많이 가셨다.


" 그건 칭찬같지만은 않은 걸요.. 마치 인간성은 못하다는 뜻 같아요.. "


" 아?.. 그.. 그게.. 그렇게 되나요? 아닙니다.. 그런 뜻은... "


" 알고 있으니 숨기지 마세요.. 아주버님이 나보다 대전형님을 더 귀여워 하


시잖아요... "


서강표는 순간 얼굴이 화끈 한다. 지난 언젠가의 사건을 들킨 것 같은 기분


이다. 그러면서도 여자의 직감이란 것이 무섭다는 느낌도 들었다.


 


주문한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흐른 침묵이 갑자기 기류를 바꾸어 버렸다. 이


제 본론인데, 서로가 먼저 입을 떼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손가락을 만지


작거리며 약간 고개를 숙인 현지우의 반듯한 이마와 오똑한 콧날을 보면서


강표는 새삼 강부장이라는 사내에게 증오감이 치밀어 올랐다. 이렇게 청초하


고 아름다운 여자가 끌려다니며 10여번이나 능욕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마침내 현지우의 입술이 먼저 떨어졌다.


" 아주버님.. 정말.. 고맙습니다..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


" 은혜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제가 그래도 우리 집안의 가장 아닙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


" 아니에요..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그 동안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이젠


지옥에서 빠져나온 기분이에요.. "


말을 하는 동안, 현지우의 눈속에 습기가 맺히는 것이 보이자 강표의 가슴이


찌르르하다. 역시 이번 일은 멋지게 처리한 것 같다.


" 이젠 아무 걱정마십시오.. 누구도 제수씨를 괴롭히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


고 앞으로도 혹 시 비슷한 고민거리가 생기면 주저없이 저한테 말씀하세요..


혼자 속 썩이지 말구요.. "


" 알겠어요.. 그럴께요.. "


다시 잠시 말이 끊겼다. 10여초에 불과한 침묵도 이상하게 어색해진 강표가


그만 일어나려는 자세를 취했다.


" 그럼.... "


" 벌써 가시게요?.. 참! 저는 위에서 조금 쉬었다 가겠어요.. 감기기운이 좀


있어서요.. "


" ... ?? ... "


지우가 오히려 먼저 일어서면서 탁자에 놓인 핸드백을 들어올리는데, 핸드백


뒤에 놓였던 반짝 빛나는 것이 강표의 눈에 들어왔다. 새파란 크리스탈로 된


방 열쇠다. 언뜻 보니 404호가 찍혀 있다. 몸을 돌렸던 현지우가 생각난 듯


이 다시 열쇠를 집어 들었다.


" 그럼.. 저.. 먼저 나갈께요.. "


강표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다가 지우가 나가는 것을 보고는 다시 엉덩


이를 주저 앉혔다. 뜻밖의 상황에 잠시 생각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


다. 강표는 천천히 담배를 한 대 빼어 물었다.


( 감기라고? 거짓말이다.. 전혀 아픈 기색이 없었어... )


( 그렇다면, 지금 날 유혹하는건가?.. )


( 아니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뭐가 답답해서 중늙은이인 나를.. 저 도


도한 미녀가... 더구 나 남편의 형인데.. )


( 혹시.. 지난번 사건에 대한 보은으로?.. )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세상 어느 여자가 은혜를 입


었다고 시아주버니한테 몸을 바치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굴리던 강표의


머릿속으로 번쩍하는 것이 지나가면서, 이유야 어쨌든 지금 이 상황은 분명


히 자신을 불러 올리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파서 쉬더라도 그걸 궂


이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간 것이 그랬고, 일어설 때 열쇠번호를 자신에게 보


여준 것도 생각해 보면 의도적인 제스추어로 보였던 것이다.


 


두 번째 담배를 힘주어 껀 강표는 객실쪽으로 난 문을 열고 승강기 앞으로


향했다.


 


승강기를 기다리는 동안, 강표는 문득 지난 연초의 보은댁의 말이 생각나 뒷


골이 서늘해 졌다. 보은댁은 60이 조금 넘은 공사장 급식담당아줌마인데..


신이 들렸다던가.. 가끔 혼자 뜻모르는 소리를 하곤 했었다. 그날은 강표가


어쩌다가 저녁급식을 혼자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 앉아 지켜보고 있던


보은댁이 눈을 감고 두 손을 흔들며 뭐라고 중얼중얼 거렸던 것이다.


앞 뒤 말을 다는 못 들었지만, 중간에 한 마디는 강표의 귀에 지금도 생생하


게 남아있다.


" 이넘아!.. 금년에 평생 염복이 모였구나..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여자들과 어울릴 팔자야... 재미는 보겠지만, 그 대신 입조심하고 고비마다


길을 잘 잡거라.. 잘못하면 제 명 대로 못 사는 수가 있어... "


정신을 차린 보은댁을 잡고 자초지종을 다시 물어 봤지만, 본인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그 고비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룸넘버를 확


인해 가던 강표는 마침내 404호라 적힌 문앞까지 왔다. 그러나 막상 404호


룸 앞에 선 강표는 나이답지 않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왔다. 금단의 문


앞에 선 것이다. 만에 하나, 자신의 오버센스였다면 그런 창피가 어디 있는


가...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 쉰 강표는 노크를 할까 하다가 일단 도금칠을 한 손잡


이를 조심스럽게 돌려 보았다. 이것도 그녀의 의중을 확인하는 방법중의 하


나다. 그러나 곧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의 방문을 기다렸다는 듯 밤색 락


카문이 소리도 없이 안쪽으로 열린 것이다. 이제 어느정도 자신감을 얻은 강


표가 안쪽으로 들어가다 말고 멈칫했다. 룸 입구 오른쪽의 무늬유리문 안쪽


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신발을 벗고 일단 방안부터 들어서니 텅 비어있다. 역시 지우가 샤워중인 모


양이다. 바로 옆에서 현지우가 발가벗은 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다는 생각만


으로도 강표의 바지속이 대번에 팽창해진다. 일단 잠바와 작업 조끼를 벗어


걸고 난 강표는 흰 요가 깔린 넓직한 더블침대가에 걸터 앉으며 또 애꿎은


담배를 빼 물었다. 라이터를 켜고 불을 붙이던 강표의 눈에 문득 화장대위에


차곡차곡 개어진 현지우의 옷가지가 보였다.


호기심으로 일어나 가까이 가보니 따로 접어 놓은 바바리코트, 연두빛 투피


스 외에도 옥색브라우스, 셋트로 보이는 물빛브라자, 팬티가 함께 포개어져


있다. 완전히 알몸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팬티를 들고 코 밑에 갖다대니


젊은 여성 특유의 향긋한 체취가 연하게 배어 나온다. 이 것이 제수씨 현지


우의 사타구니사이에 끼어있었다는 상상만으로 다시 강표의 가슴이 쿵쿵거리


며 뛰어 왔다.


자신의 방문을 예견하면서 알몸으로 욕실로 들어가다니... 한 번 불륜을 겪


은 여자여서인지 참으로 대담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영리한 여자라는 생각


도 든다. 그가 방안으로 들어온 이상, 다른 겉치레 대화같은 건 아예 하지말


라는 무언의 의사표시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담배를 두 모금째 빨아들이던 강표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벌떡 일어나


남은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주사위는 위로 배를 들어냈는데, 더 무얼 망설


일 것인가... 팬티까지 훌훌 벗어던진 강표는 거침없는 발길로 다가가 욕실


문을 벌컥 열었다.


 


****** < 태풍의 눈 > 제1부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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