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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雪景) 1부

아침 공기가 싸늘하다. 눈을 뜨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이불속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결국은 자명종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어김없이 또 생활전선으로 뛰어들 시간이 온 것이다.

하루 하루 되풀이 되는 일상에 이제는 짜증조차 부리기 힘들 정도로 나는

그것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삶의 노예가 된다는 말이 아마도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고 따듯한 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거울속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여자의 몸 이라는 것은 신기하다.

몸의 굴곡 하나 하나가 세상의 이치들을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신이라는게 있다면 아마도 그가 창조한 것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여자의 몸일 것이라 생각하며 나는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 속에 몸을 맡겼다.

늘 샤워를 할때면 야릇한 흥분이 밀려든다.

작은 물방울이 피부를 자극할 때마다 세포 깊숙히 숨어있는 욕망의 덩어리들이 하나씩 고개를 내민다. 나는 조금더 샤워기의 물을 세게 틀었다.

물방울이 젖꼭지를 때릴때마다 나의 유방이 점점 단단해져 왔다.

분홍색의 젖꼭지가 점점 거무스레하게 변하면서 작은 돌기들이 뭉쳐 빳빳하게 서기 시작한다.

유두가 완전히 솟아서 머리를 들자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연약한 그곳을 아프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자극을 내심 즐기면서 물을 더 세게 튼다.

"아............"

한동안 물살을 맞으며 서 있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7시 30분이다.

훗...더이상 계속 하다가는 지각하리란 것을 알기에 나는 대충 몸을 비누거품 내서 문지르고 씻은 후에 욕실을 나와야 했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회사로 향했다.

역시나 지각이었다.

훗... 매일 듣는 잔소리 이지만 부장의 잔소리는 오늘도 10분 이상 계속된다.

아무도 모르게 어디로 끌고가서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훗.그렇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하루종일 공상만 했다.

이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산더미 같이 밀려있는 작업은 뒤로한 채

점심시간을 틈타서 회사를 나와버렸다.

왠지 들어가기가 싫었다. 지긋지긋한 일 따위는 며칠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작정 어디론가 가고만 싶었다.

그 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여보세요?'

".....음...나야...."

잔잔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 나왔다.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나는 단번에 그가 누구임을 알았다.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오빠..... 어디야?"

"응 지금 공항이다. 막 도착했어."

"지금 갈게 기다려...알았지?"

내가 목숨처럼 사랑했던 그가 온 것이다.

나를 여자로 만들어준 그가, 사랑하는 그가 온 것이다.

벌써 2년이 지났던가....하며 나는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나보고 자기를 기다리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여지껏 다른 남자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으며 그를 기다려 왔던 것이다.

"아......."

드디어 한줄기 빛이 비추이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