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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의 조건 1부 1장

니콜키크드먼 3 1377 0

소라-8/ 608 



교환의 조건 1부 1장


....무거운 아침이다.

하긴 괜찮은 아침일리가 없었다.

어제 학교에서 기말고사 성적을 과목별로 확인하고는 거의 학사 경고가 결정된것을 알았을 때, 세번째 학사경고땐 퇴학이라는 담당교수의 말이 아니더래도 기분이 끝을 알수없는 무저갱속을 헤매이는 것 같았고 그 여파로 마신 술로 어젯밤 늦게까지 아픈 머리로 잠을 못 이루웠는데 그렇게 눈을 뜬 아침이 좋은 아침일리가 있을리가 없었다.


그렇다 치더라도 몸이 너무 무거웠다. 몸이 침대를 거쳐 속을 통과해 그 밑에 있는 방바닥까지 가라앉는듯한 느낌이었다.


"젠..장..침대...싫어  ..."


..?


잠깐? 침대?......내방에 침대가 있었던가? 아니, 우리집에 침대가 있었던가?


아니면 이불을 너무 두껍게 깔아서 그걸 내가 침대로 착각하고 있는건가?


수습되지 않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눈을 서서히 크게 떠나가자 눈앞에는 조금씩 조금씩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세상은 전혀 낯선 풍경이었다.


"뭐..야...여관인..건.  ..가...."


순간 어제 내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여관에 간걸 지금 착각하고 있는건가 싶었지만 여관의 그 무덤덤하고 밋밋한 방안 구조물의 배치와는 뭔가 확연하게 틀린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인해 그 생각이 틀렸다는걸 금방 깨달을수 있었다.


그렇다면 친구집인건가.....라는 생각에 이르렀을때 조금전 내목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뭔가 이상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게까지 잔 아침의 그 코맹맹이 소리하고는 차원이 틀린, 아주아주 이상한 느낌의 목소리였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아까부터 떠져있던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도 상당히 기묘한 것이었다.


핑크색의 이불, 침대 바로옆에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거울이 달린 경대, 그리고 그 경대위에 놓인 어디서 많이 본듯한 가지각색의 병들,내 기억으로는 '화장품'이라고 불리우는 그것들과 그 옆으로 놓여있는 제각각의 크기와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는, 이것또한 내기억으로는 '인형'이라고 불리는 것들.


이런 저런 조합으로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여긴 여자방이다!!'


그렇다면 내가 술에 취해서 여자친구의 집에 쳐들어온건가...싶었지�  � 한가지 중대한 생각의 실수는 내가 아는 여자 집은 없다!라는 것이였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급선무는 조금전부터 울리기 시작한 저놈의 자명종 시계를 끄는 것이다.


-참 깜찍하게 보일려고 노력한 시계로군.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강아지 모양의 시계로 손을 뻗었을때 난 뭔가 아주아주 심각한 위화감을 느꼈다.


희고 가늘고 매끄러운 손이 내 손대신에 시계쪽으로 향해 있었다.


-누군가 내 대신에 손을 뻗은건가.


라며 그 손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지만 분명 그 손은 팔을 거쳐 내 어깨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


그리고 옮겨진 시선이 어깨를 거쳐 잠옷속의 가슴쪽으로 갔을때 그 곳에는 더더욱 심한 위화감이 있었다.


"...브라...."


섹시한 브라다. 검은색의. 언젠가 여자친구한테 무슨색깔이냐고 물어봤다가 일주일동안 못본적이 있었다.


이렇게 쉽게 볼수가 있는 것을......


잠깐......


왜..이런게..눈에 보이는..걸까....


꿈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서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 앉았다.


스르륵...


어깨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일부가 노란색으로 탈색된 긴 머리카락....이런걸 브릿지라고 하던가?


.........


한참동안 망설였던것 같다.


마침내 결심을 세우고 거울앞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긴 머리카락이 보이고..귀가..보이고 얼굴의 반이 나타났다.


갸름한 얼굴...그에 비해 잠이 덜깨 엄청 멍해 보이는 눈은 놀란 토끼눈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마침내 거울앞에 반신이 보이게 되었을때 그 거울속에 있는 모습이 굉장히 눈에 익은, 지구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생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때 정리되지 않는 머리속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아직 꿈속이군."


거울속의 그 여성은 그대로 입을 따라하고 있었다.


그렇다곤 쳐도 상당히 리얼한 꿈이다.아무래도 어젯밤에 너무 심하게 걱정을 했었던 나머지 이런 현실도피적인 꿈을 꾸게 된것 같다.


어차피 꿈이라면 한번 자세히 관찰해보는 것도 좋을듯 싶으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아예 거울쪽으로 의자를 댕겨 앉고는 찬찬히 얼굴과 몸을 뜯어 보았다.


미인이다.


아니,미인이라고까진 할순 없지만 달걀형의 얼굴과 깨끗한 피부, 커다란 눈과 눈망울은 검은 머리결과


잘 어울렸고 작은 입과 코는 미인이라기보다 귀염상에 가까웠다.


거기에 가느다란 목과 그 목선을 따라 이어지는 어깨..그리고 그 밑으로....


꿈임에도 불구하고 긴장되는 것을 느낀 나는 저절로 목에 침이 삼켜졌다.


시선은 거울을 떠나 아까 보았었던 검은 브라로 가 있었고 손은 잠옷을 살짝 들어 그속에 있는 매끄럽고 봉긋한 가슴을 향해 가고 있었다.


좋은 가슴이다.


적당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니 동양인 치고는 큰편인 가슴은 브라속에서 답답한듯 숨쉬는 정도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이거 아침에 일어나면 틀림없이 몽정이겠군.'


거칠어진 숨과 뜨거워진 얼굴을 느끼며 내 손은 가슴에서 빠져나와 두 다리 사이로 서서히 접근했다.


"보자보자 하니까 놀고 있군.혼자서"


순간 뒤쪽 아주 가까운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까지 이렇게 리얼하게 들리다니. 이런꿈은 정말 처음이야.'


앞뒤가 안맞는 감동까지 해가며 뒤로 돌아다 봤을때 꿈이지만 이상스럽게도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애 목소리였던것 같아 밑으로도 시선을 돌려봤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


"여기야,여기. 바보~ 어딜 보고 있는거냐?"


목소리는 위쪽에서 나고 있었다.


긴머리가 순간 눈을 가려 손으로 거두어내고 시야을 확보했을때 그곳에는 인형이 떠 있었다.


날개를 가진 조그마한 사람모양을 한 인형.


최근까지도 보아왔었던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흔히 등장하는 요정이라고 불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 그 인형은 공중에서 팔짱을 끼고는 양반다리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놈이 나한테 말을 건것 같다.


"너냐? 방금 나한테 바보~라고 한게?"


말하는 목소리가 영 어색하게 들린다. 하긴 여자 목소리니까.


그 놈은 질문엔 답하지 않고 어흠~하며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


"그대와 나 사이의  계약은 이루어졌으며 원칙에 따라 무효화되는 일은 없다.


그대는 이 계약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수 없으며 그 결과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의없이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그 결과에 거부할경우 그에 따르는 보상은 마땅히 그대의 책임에 달려있다."


어디서 많이 들은듯한 어투로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줄줄 나열하는 녀석에게서 형사들의 '미란다 원칙'을 외는 모습이 떠올랐다.


"어이. 잘 들었냐?"


"..........."


"뭐, 들었건 안들었던 상관없어. 어차피 이건 형식적인 말이니까. 그건 그렇고, 이야~ 너 대단한데?


백만명에 한명꼴로 인간은 우리를 찾을수 있고 그중에 다시 천명에 한명꼴이 우리와 계약을 하는데 넌 용케도 그 중에 들었구만?"


"........."


".................."


팍~!


잡을수있었다. 보통 요정이라고 하는 놈들은 손에 안잡히기 마련인데 이놈은 잡을 수가 있다.


"얌마! 뭐하는 거야! 당장 놓지 못해!!!"


"아니아니, 비록 꿈이지만 요정을 이렇게 보는게 신기해서 말이야~~ 좀더 가까이 보고 싶은데."


순간 녀석이 발버둥을 멈추고는 나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이녀석,암놈인지 숫놈인지 모르겠다. 아니, 그런게 없나?


"휴~우~~"


따끔~!


"아얏!"


방금 그놈이 들고있던 꼬챙이 비슷한걸로 내 손을 찍었나보다. 보기보다 난폭한 녀석 같다......응?


..자..잠깐...아프다고?


아프다는건? 느낌이 있다는건?


"..이봐..이봐..너 아직 잠에서 덜깬 모양인데....지금 여기 꿈이 아냐......."


"..에?"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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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토도사 2022.10.0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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