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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욕망 3부 (완결)

대추나무사람걸렸네 1 974 0

17 소라 

소외된 욕망 3부 (완결)

제 3 부 : 새 로 운 세 계


"아니... 그 심리학이... 뭐야... 점치는 것하고 똑 같아요?" 신기하다는 듯이 민호가 물었다.


"예? 점이요?" 의외의 질문에 그녀는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크게 웃었다. "어머... 호호호... 제가... 제가 그렇게 족집게처럼 맞추었나요?"


"아니... 그냥 전 하도 놀라와서..."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 민호는 다소 안심이 되었다.


"하긴요... 소위 유명 점쟁이들이라는 사람들 알고 보면 심리학 박사보다 나아요...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아서 그렇지, 그리고 공인된 것이 아니구요... 사람들이 점을 보러 가면 그들은 먼저 그 사람의 인상, 옷차림, 몇 마디 대화 속에서 그들의 현재나 과거들을 유추해내지요, 그리고는 그것을 그럴 뜻하게 이야기하면 백이면 백 점치러 간 사람들 '아이고 쪽집게 도사님' 하지요. 여기까지가 아마 심리학과 비슷할 거예요. 문제는 그 다음 부터에요 점치러 간 사람들이 사실 필요한 것은 현재도 과거도 아니지요. 오직 알고 싶은 것은 미래거든요. 하지만 점쟁이도 미래는 몰라요. 다만 전적으로 점쟁이를 신뢰하게 된 사람들이 그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얼마의 비용이 들더라도 믿게되는 거지요. 시간이 지나면 그리될 수도 있는 일이고 아니기도 하고, 만약 아니면 또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어머... 제가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녀가 다시 호수로 눈길을 돌렸다.


민호는 그녀의 얼굴에서 지금까지 마음속에서 우려했던 일들이 그리 걱정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그녀가 보고 있는 호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중학교 때 가족을 모두 잃었어요. 어느 날 동시에 부모를 잃고 며칠 지나지 않아 하나 뿐이 남지 않았던 누이마저 잃었어요...." 그가 잔잔한 말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민호는 무언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창호지문으로 안방불이 환하게 켜져있는 것이 비춰졌다. 한방중인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 갑자기 민호가 자고 있던 방문에 세차게 열렸다.


"여기 하나 더 있다."


"끌어내... 안방으로 끌고 가"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와 여기저기서 낯선 남자들의 소리가 들렸다. 민호는 이불안에서 우왁스러운 손에 끌리어 안방으로 내팽개쳐졌다. 겁먹은 얼굴로 둘러본 안방 안에는 우락부락하게 생긴 6명의 남자들이 신발을 신은 채 여기저기 서 있었고 방안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장롱 안의 옷이며 이불이며 서랍이란 서랍은 다 끄집어내어 바닥에 널려있었다. 그 와중에도 민호는 생각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도둑강도들이구나'


그의 엄마와 아버지는 방 한구석에 몰려서 쪼그려 앉아 있었다. 두 손이 앞에서 굵은 빨간 줄로 결박되어 있었고 입에는 수건으로 재갈이 물려있었다. 두분 다 두 눈만 커다랗게 뜬 채 끌려들어온 나와 방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 누이와 침입자들을 번갈아 쳐다 보고 있었다.


"야 그놈도 묶어서 이쪽으로 보내" 민호의 부모가 있는 쪽에 서있던 남자가 말했다.


민호를 끌고온 사람이 빨래줄로 민호의 손과 팔을 한데 몰아 몸통에 묶고서는 세게 밀었다. 민호는 엄마 옆에 곤두박질을 쳤다.


민호의 누나를 가운데 몰아 놓고는 그들끼리 말을 주고 받았다.


"자 이제 얼추 중요한 일은 다 보았으니까... 이제 좀 즐겨 볼까?"


"자... 가위바위보로 누가 먼저 할지 정해야지..."


그들은 서로 신이 난 듯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환희와 신음의 교차 속에 순서를 정했다.


"야, 꼴찌... 넌 저기가서 저것들 지켜"


그중 한 남자가 몽둥이를 들고 묶여 있는 자신들 쪽으로 다가왔다. 여섯 중 뚱뚱한 놈이 누이의 팔을 잡았다. 입에 재갈이 물려 있는 누이는 꺼억 꺼억 거리면서 머리를 흔들고 다리로 발버둥 치면서 반항을 했다. 키 큰 남자가 누이의 속치마 사이에서 발버둥치는 하얀 다리를 몇 번 채이면서 잡았다. 사지를 잡힌 누이는 계속해서 머리를 흔들면서 무언가 소리를 쳤다. 재갈에 막힌 그녀의 목소리는 그저 애타게 어우어우하는 작은 소리로 뿐이 안들렸다.


그들이 누이의 손과 발을 잡아 바닥에 뉘이자 이번에는 민호의 옆에 있던 아버지의 재갈 물린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났다. 아버지가 몸을 일으키며 바로 앞에 지키고 섰던 남자의 가슴에 몸을 부딪쳤다. 갑작스런 공격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던 그가 큰소리로 외쳤다.


"이 새끼가 어디서 용쓰고 있어... 조용히 있으면 봐준다니까." 하며 아버지의 머리를 들고 있던 몽둥이로 세차게 내려 쳤다.


아버지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버지가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엄마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계셨다.


소외된 욕망 3부 (완결)

누이의 몸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던 요 위에 뉘어졌다. 한 놈이 누이의 팔을 머리위로 올려 바닥에 눌러 잡고 다른 두 놈이 각기 누이 다리를 한껏 벌려 하얀 요 위에 눌러 잡았다. 누이는 사지를 꼼짝 못하게 붙잡힌 채 온 몸을 버둥거렸다. 가위바위에서 이겼다고 좋아하던 키 작은 놈이 누이의 몸 위에 자신의 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았다.


"이년 버둥거리는게 꼭 낚시줄에 꾀인 잉어 같은데..." 하면서 그녀의 하얀 속치마를 가슴 부분에서 잡더니 아래로 '부욱' 하고 찢어 냈다. 하얀 브래지어와 팬티가 그녀의 뽀얀 살결위에서 빛났다.


"아이구... 이년 속살도 곱다..." 계속 누이 몸 위에서 그 놈이 주절 거리며 그녀의 브래지어를 잡아 위로 올렸다. 누이의 풍만한 젖무덤이 불빛아래 드러났다. 그 놈이 몸을 굽히더니 누이의 한쪽 유방을 입으로 물었다. 두 손을 내려 누이의 팬티를 아래로 내렸다. 한 손을 누이의 사타구니로 가져가서는 마구 주물러댔다. 한참을 누이의 양쪽 유방이며 젖꼭지를 빨아대더니 몸을 일으켰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하면서 누이의 허벅지에 걸려있는 팬티를 확 나꿔챘다. 얇고 작은 팬티가 '툭'소리를 내며 누이의 다리에서 떨어져나왔다. 그놈은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자신의 바지를 벗었다. 고무줄로 된 추리닝이었기에 팬티와 함께 쉽게 무릎까지 내려왔다. 그는 털이 무성한 허벅지와 엉덩이를 드러낸 채 누이의 다리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한 손으로 바닥을 집고 한 손은 자신의 발기된 자지를 잡고는 그녀의 가랑이사이에 갖다 대었다. 그녀는 자신의 질구에 그의 딱딱한 자지를 느끼자 몸을 더욱 심하게 흔들었다.


"옳지 옳지 그렇게 흔들어야 더 신나지..." 하며 그는 능숙하게 구멍을 찾아서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밀어붙였다. 누이의 허리가 활처럼 위로 휘었다. 많은 경험이 있는 그는 거부하며 움직이는 사타구니사이에서도 정확히 목표점을 찾아 한번에 깊이 꿰어 버린 것이다.


"우....우.....우...." 재갈에 막혀 그녀의 엄청난 고통의 신음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렸다.


한번에 끝까지 자신의 자지를 그녀의 보지 안에 밀어 넣은 그 놈이 서서히 위아래로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차 그녀의 힘이 들어갔던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보였다. 한참을 그대로 쑤셔대던 그놈이 양 팔로 누이의 힘이 빠져나간 다리를 잡아 벌려 자신의 양쪽 팔에 하나씩 끼우고는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잡았다. 누이의 엉덩이가 위로 들리고 민호의 눈에도 그녀의 보지에 박혀 있는 검은 자지가 누이의 음모사이로 들락 날락 하는 것이 보였다. 엄마의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는 것이 옆에 있는 민호에게도 전해 왔다. 저도 모르게 민호의 몸이 일어서려고 했으나 바로 앞에 서있는 놈이 몽둥이를 높이 쳐들면서 민호를 다시 주저앉혔다.


한참을 그 자세로 쑤셔대다가는 그놈이 갑자기 상체를 들고 '끙'하는 소리를 냈다. 자신의 엉덩이를 바짝 누이의 가랑이 사이에 붙이고는 엉덩이의 움직임을 멈춘 채 온몸을 부드르르 떨었다.


"어때 좋냐?" 앞에서 손을 잡고 있던 놈이 물었다.


"말 마라... 이 년 보지 생고무다..." 하며 그녀의 몸에서 자신의 몸을 뗐다. 그놈의 자지가 번들 거리며 그녀의 보지에서 빠져 나왔다.


"야, 이제 내 차례야..." 하며 손을 잡고 있던 놈이 막 사정을 한 놈에게 눈짓으로 그녀의 잡힌 손목을 가르켰다.


막 일을 끝낸 놈이 그대로 추리닝을 위로 치켜올리면서 누이의 손을 잡았다. 지금 까지 손을 잡고 있던 놈이 바지의 혁대를 끄르고 아랫도리를 전부 벗었다. 희멀거 불그죽죽한 허벅지 사이에 성날 때로 성난 자지가 건들거리고 있었다. 누이의 몸은 완전히 힘을 잃고 널부러져 있었다. 두 번째 놈이 다시 그녀의 다리사이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 서서히 집어넣었다.


"우...후...좋다.. 되게 조이는데..." 하며 엉덩이를 슬금슬금 돌려댔다.


방안의 모든 눈이 강간 장면에 고정되어있는 사이, 민호의 눈에 아버지의 몸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이 보였다.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보자 성난 눈동자에 불길이 치솟아 나는 것을 민호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민호의 아버지가 몸을 일으키며 한참 좆을 박아대고 있는 놈 뒤로 몸을 날렸다. 그놈의 머리를 묶여 있는 팔 사이로 집어넣고는 손목을 묶은 끈으로 그놈의 앞 목을 끼어 당겼다.


갑자기 목이 조여지자 그놈이 "어..헉....케...켁..." 고통스럽게 신음을 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행동이었기에 아무도 말릴 수가 없었다. 민호 앞에 서있던 놈이 달려들어 발로 아버지를 찼다.


아버지는 옆구리를 세차게 체였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그놈의 목을 끌어 당겼다. 그놈의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이 개새끼가 죽고 싶어 환장했네..." 하면서 누이의 다리를 잡고 있던 놈이 잠시 바닥에 놓았던 부엌칼을 집어들고는 그대로 아버지의 등에 꽂았다.


"어.....흐..." 재갈 사이로 아버지의 마지막 비명소리를 들었다.


아버지의 등에 칼이 꽂히는 것을 보자 이번에는 엄마가 달려들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대로 아버지의 등에 칼을 꽂은 놈 뒤로 엄마의 몸이 부딪혔다.


"이것들이 아주 발악을 하네" 하며 몽둥이를 든 놈이 그대로 엄마의 뒤통수를 세차게 후려쳤다. 엄마는 아무소리 없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리고는 움직임이 없었다. 민호는 재갈 물린 입으로 '엄마'하고 외치며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빡'하는 소리와 함께 온통 깜깜해 짐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야, 재수없다... 빨리 뜨자..." 한 놈이 그렇게 외치자 그들은 주섬주섬 가방과 보따리를 챙겨들고는 널부러져 있는 민호가족을 버려둔 채 처참한 범행 현장을 떠나갔다.



병원 민호옆 침대에 누이가 누어있었다. 민호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민호가 중학생인 반면에 누나는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조그만 회사에 경리직원으로 삼 년 째 일을 하고 있었다. 민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자상하고 자랑스러웠던 누나였다. 청계천에서 조그만 공구 가계을 하는 빠듯한 살림에 누나의 경제적인 도움이 제법 커서 중학교에 다니던 민호는 정말 남부럽지 않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 또한 가족의 기대를 버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반에서 일 이등을 다투는 모범생이었었다.


누나는 눈을 뜬 채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눈에는 마른 눈물자국이 보였다. 아버지와 엄마는 다시 만나 뵐 수 없었다. 이제 오로지 남은 혈육은 누나 뿐이었다. 민호네 가정은 엄마, 아버지 쪽 모두 외아들, 외동 딸로서 그 외에 아무 친척도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던 누이가 어느 날 저녁 누워있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민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민호가 다가갔다. 누이가 목메인 목소리로 힘없게 말했다.


"민호야... 미안해... 하지만... 민호는 똑똑하니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때 민호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저 누나가 아프고 힘이 들어서 하는 이야기로 들었다.


"아니야 누나... 빨리 힘내... 일어나서 집에 가자..."


아직도 앞 이마에 반창고 붙인, 가라앉지 않은 커다란 혹을 만지면서 민호는 누나를 위로했다.


그날 한 밤중에 오줌이 마려워 깨어 보니 누나의 침대가 비어있었다. 화장실에 간 것 같았다. 민호가 복도에 있는 남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도 누나의 침대는 그대로 비어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복도에 있는 여자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안은 불이 꺼져 깜깜했다. 아무도 없었다. 간호원에게 뛰어갔다. 여러 간호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나이 많은 간호원이 복도 끝에서 천천히 민호에게 다가왔다. 민호을 끌어 안았다. 굳은 포옹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동정의 눈빛이 비수처럼 민호의 가슴을 찔렀다.


누나는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아무런 유서도, 미련도 남기지 않은 채, 단 한마디, 민호에게 저녁에 했던 그 한마디 이외에는...


지난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이야기 하던 민호가 나영을 돌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전 나영씨를 무척 걱정했어요... 처음에는 알지 못할 감정이었는 데, 알고 보니 나영씨의 모습에서 저의 누나를 본거지요..."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하지만 전... 전 이미 이겨냈어요..." 이렇게 말하며 민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연민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음을 민호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다시 호수를 보며 무언가 생각을 했다.


짧아지는 저녁 해가 아파트 넘어로 사라졌다. 해가 지자 어둠과 함께 가을 저녁의 한기가 몰려 왔다.


"날씨가 쌀쌀해지죠... 어디가서 차라도 할까요?" 민호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러죠... "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아는 곳이 있어요... 가시겠어요?"


그들 둘은 호수 근처의 상가 이층에 있는 커피전문점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잔잔한 팝송이 흐르는 차분한 분위기의 조용한 곳이었다.


"뭘로 드시겠어요?" 자리에 앉으며 나영이 물었다.


"그냥... 나영씨와 같은 것으로 하지요..." 민호가 대답했다.


그들의 자리에 커피 두 잔이 놓였다. 헤즐넛 원두커피의 향이 좋았다.


"어떻게 드세요?..." 하며 나영이 설탕과 프림을 가리켰다.


"아닙니다... 향기 좋은데요..." 하며 잔을 들어 가볍게 한모금 마셨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민호는 찻집의 실내를 휘둘러 보았다. 심플했다. 벽에는 작은 그림 몇 개, 여유있는 공간에 드문 드문 세련되어 보이는 안락한 소파들이 놓여있었다. 손님이 별로 없었다.


"이곳에 자주 오시나 보지요?" 민호가 물었다.


"실내가 너무 썰렁하지요?... 가끔 들려요... 조용해서요..." 나영이 역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가족이 없으시던 것 같던데... 외로우시겠어요..." 나영의 얼굴을 보며 민호가 물었다.


"..." 나영의 대답이 없었다. 그녀가 속으로 '몸서리치는 외로움을 아시나요? 이 세상에 혼자 소외되어 있다는 태산같은 적막감을 아시나요? 죽음보다도 더 무서운 고독을 아시나요?' 하고 외치는 것을 민호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녀의 깊은 눈에 약간의 동요가 이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


자신의 생각을 떨쳐 버리려는 듯이 나영이 입을 열어 물었다.


"결혼은 안하셨어요?" 그의 손가락을 보며 나영이 말했다. 약간 밝아진 목소리였다.


"아...저요?... 예... 아직 미혼입니다." 민호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바로 이었다. "나영씨는... 사귀는 사람이라도..."


"..." 민호의 물음에 잠시 대답이 없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빨리 가족을 가지셔야지요... 혼자 외롭게 사셨잖아요..."


"좋은 사람만 있으면요..." 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먼저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린다는 표정으로 나영을 쳐다보았다.


민호의 눈을 의식한 나영이 그가 뭘 원하는 지 알아차렸다.


"저는... 아직...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마음의 여유도 그렇고요..."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찻집의 문이 열리고 젊은 남녀 한쌍이 뭔가 다정히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들어왔다.


"한형사님은.... 다른 형사님들 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민호는 그말이 '상당히 호감이 갑니다' 라고 들렸다. "직업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요..." 나영이 그의 눈을 보며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저기....저기 있죠..." 민호가 뭔가 주저하며 말을 이었다.


"형사, 본인 자신이 취조 당하는 기분 이해하시겠어요?... 내가 그래도 명색이 형산데.. 오늘 완전히 나영씨 한테 잘못 걸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싫지 않은 듯이 웃으며 이야기 했다.


"나영씨는 시집가기 힘드시겠어요..."


"예?... 시집이요?... 힘들다니요?..."


"어느 남자가 자기 속을 그렇게 뻔하게 아는 여자를 아내로 맞겠어요?... 전 딸 나면 심리학은 절대로 공부시키지 않을렴니다." 민호가 입에 함박웃음을 지며 말했다.


"제가 뭘 그렇게..." 그녀가 자신이 너무 무례하지 않았었나 생각 하면서 말꼬리를 흐리는 듯 했다.


"자 보세요... 저도 형산데... 지금까지 나영씨와의 대화에서 제가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없는 것들을 말해 볼께요"


민호는 손바닥을 나영이 앞에 펴보이고는 엄지손가락을 하나 접었다.


"첫째... 아까 그 내면의 사람을 맞추어 낸 것"


"둘째... 누나가 당한 일을 맞추셨지요." 검지도 접었다.


"셋째... 아까 결혼에대한 대화 중에 저의 '좋은 사람만 있으면요...' 라는 대답에 나영씨는 제가 어떤 대답을 나영씨에게서 기대하고 있었는 지, 제 눈빛만으로도 알아내셨지요. 보통사람은 그렇게 못합니다. 저 부터도요..."


"그리고 마지막... 이건 아직 나영씨가 알아내지 못했어요... 아니 최소한 안다는 것을 저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저에 관한 겁니다. 무엇인지 아시겠어요?"


나영은 잠시 민호의 눈을 보며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알 것 같아요... 하지만..." 하며 나영이 고개를 숙였다. 얼굴에 약간 홍조가 띠어지는 것 같았다.


"그것 보십시오... 또 맞추셨습니다. 그래도 제 말이 너무하다고 생각하세요?"


"..." 나영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제가 나영씨를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게 정답입니다. '나영씨를 사랑합니다' 라고 생각하셨다면 틀린 답으로 간주하겠습니다." 민호는 약간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나영이 고개를 돌려 창문 밖으로 어둠이 짖게 내린 밖을 보며 말했다.


"이제 그만 가시죠..."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민호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가 천천히 일어났다. 둘은 찻집을 나왔다. 말없이 걸었다. 정한 방향도 아니었는데 둘은 나영의 아파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보았다. 민호도 걸음을 멈추었다. 어둠이 내린 아파트 앞에는 아무도 지나는 사람이 없었다. 나영이 멈춰선 그에게서 말없이 그저 눈빛으로 '자...그럼' 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입구 쪽으로 돌아섰다. 민호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양 어깨를 잡아 자신을 보게 돌렸다. 커다란 검은 눈에 눈물이 비치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붉은 입술을 향해 자신의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가 약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주 돌린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눈이 감겼다. 민호도 눈을 감았다. 그녀의 차가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느껴졌다. 그녀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한 순간 그대로 있었다.


민호는 나영을 잡았던 손을 놓고는 돌아섰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서서 한 걸음 떼다가는 그녀를 돌아보며 말을 했다.


"전혀 새로운 세계는 언제나 바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을 다름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코넬이 한 이야기... 맞죠?"


민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파트 사이로 불어드는 찬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졌다. 자신도 알지 못했던 마음속의 무거운 짐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소외된 욕망 끝


소외된 욕망 3부 (완결)

 

1 Comments
토도사 2022.12.1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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