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상 | 대한축구협회 제공

A매치(국가대항전)가 열릴 때면 클럽의 사령탑들은 좌불안석이다.

국가대표에 차출된 핵심 전력들이 혹시 다치면 큰 타격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태극마크가 간절한 젊은 피의 열정, 상대의 거친 플레이가 겹치면 부상이 종종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유럽 클럽 감독들은 ‘FIFA(국제축구연맹) 바이러스’라 부르며 진절머리를 낼 정도다.

이달 A매치에선 K리그가 비상이 걸렸다. 올해는 성인대표팀 뿐만 아니라 각급 대표팀 모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단 1경기 만에 부상 소식이 나왔다.

울산 현대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엄원상이 가장 먼저 쓰러졌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에 소집된 엄원상은 지난 15일 중국과 원정 평가전 첫 경기에서 후반 6분과 9분 멀티골을 터뜨리며 골 감각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는 후반 24분 거친 축구의 대명사인 중국의 반칙에 오른쪽 발을 다치면서 교체됐다. 엄원상은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쪽 발목 바깥 인대와 안쪽 삼각 인대 손상이 확인돼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울산 관계자는 “2주 안팎의 휴식이 불가피한 상태”라면서 “한창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던 시점이라 아쉬울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교롭게도 울산은 엄원상이 다치기 직전 포지션이 겹치는 윤일록을 강원FC에 임대보낸 터라 타격이 더욱 컸다.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도 수비에 구멍이 뚫리게 됐다. 측면 수비를 도맡고 있는 안현범이 16일 A매치 데뷔전인 페루와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쓰러졌다. 오른쪽 어깨를 다친 안현범은 4주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남은 휴식기 동안 대안 마련이 시급한 숙제가 됐다.

2부에서 치열한 승격 전쟁을 벌이는 김천 상무는 원두재의 부상이 가볍길 바라야 하는 처지다. 원두재 역시 페루전에서 부상 교체됐기 때문이다. 원두재는 두 선수와 달리 대표팀에서 소집 해제되지 않은 터라 24일 천안시민축구단전에 출전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러나 원두재가 지난해 3월에도 A매치에서 다친 아픔을 생각하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정용 김천 신임 감독은 최근 축구인 골프대회에 참석해 “생각보다 선수가 많지 않다. 이달에는 전역하는 선수들의 빈 자리도 크기에 걱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