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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175. 28화 신성전투 II(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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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 둥 둥둥둥 둥 둥 둥둥둥"
북소리가 들판을 크게 진동시킬 듯 울려퍼졌다. 그 북소리에 맞추어 완전 무장한 기사 하나가 커다란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2진 돌격~"
우렁찬 그의 목소리에 용병들이 일제히 자신의 창과 무기를 들고 함성을 세 번 지르기 시작했다.
"와~ 와~ 와~"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지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에서는 아직 전투가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진 곳 저 너머에서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다섯떼의 용병단이 천천히 진용을 갖추며 다가오고 잇는 모습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제기랄 이거 완전히 놀이군 놀이야"
벨베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자 곁에 잇던 아르몬이 피식 웃었다.
"어쩌면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놀이지"
벨베르가 성난 눈으로 아르몬을 바라보앗다. 그리곤 자그하게 창을 움작여 한쪽을 가르켰다.
"그런 목숨 저놈들도 걸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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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몬이 벨베르가 말한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마치 야외에서 파티가 열려진 듯 한떼의 귀족들이 전장을 바라보며 서로간에 쑥덕대거나 술을 마시고 잇었다.
개중에는 여자들도 꽤 있었는데 그 여자들은 부채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채 무엇이 그리 좋은지 간혹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전장을 향해가는 용병들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잇었다.
"저 딴거 신경쓸 것 없어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데만 신경써"
말은 그렇게 말했지만 아르몬의 목소리도 조금은 분한 탓인지 격앙되어 잇었다. 그리고 일부러라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눈 앞을 노려보았다.
자신들의 앞 큰바위 용병단은 제일 늦게 전투를 시작했지만 다른 4개의 용병단에 비해 일찍 전투가 마무리 되어지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이미 언질을 들었는지 손까지 흔드는 여유를 보이는 용병마져 있었다.
"정렬"
앞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자 용병들의 발걸음이 일제히 멈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커다란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져 나왔다.
"저 앞의 큰바위 용병단이 물러나면 우리가 저 곳으로 진군한다. 그 후 저쪽 참새 용병단의 공격이 있을 것이다."
"참새?"
벨베르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왜? 아는 용병단인가?"
아르몬의 말에 벨베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아서"
"느낌이라니?"
아르몬의 말에 벨베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피식 웃었다.
"아 왜 참새를 쫒는 것이 허수아비 아닌가? 이제 저들이 참새고 우리가 허수아비니 말 그대로 된거지"
벨베르의 말에 아르몬이 잠시 실소했다.
"큭큭 이름대로라면 ... 그렇군"
그런 벨베르의 말이 다른 용병들에게도 퍼졌는지 근처의 용병들 얼굴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지금이다 앞으로"
다시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나왓다. 벨베르와 아르몬등이 재빨리 웃음을 멈추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허수아비 용병단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큰 바위 용병단이 천천히 자신들의 격전지에서 천천히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잘해라"
"오늘 밤에 보자구"
"휘익 오빠~ 잘해봐용"
큰 바위 용병단은 이미 긴장이 한껏 풀어졌는지 자신들의 자리에 들어서는 허수아비 용병단을 보며 농짓거리를 건넸다.
그들의 몸에는 좀 전의 전투 때문인지 잔뜩 피에 절어있었지만 그다지 피곤한 기색은 없어 보였다.
큰바위 용병단이 완전히 뒤로 물러나고 허수아비 용병단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전장은 아직 채 치우지 못했는지 여기 저기 시체와 그리고 그들이 흘린피와 내장 부스러기 그리고 떨어져 나간 팔조각이며 베어진 목이 여기 저기 널려 있었고 대열을 이룬 그들의 발 아래 밟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짐보만에서 이보다 더한 상황도 겪었던 그들인지라 그런 참혹한 상황에도 그다지 별 동요는 없었다. 개중에는 이미 죽어 피마져 다 빠져나간 잘려진 머리통을 마치 장난감처럼 발로 톡톡 차대는 용병 마져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저놈은 뭐야?"
벨베르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아르몬의 옆구리를 톡 쳤다. 아르몬이 벨베르의 말에 옆을 바라보았다. 나달이 잘려진 머리통을 툭툭 치다 못해 머리 통에서 빠져나온 피에 젖은 눈알을 지긋히 밟아 누르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피에 젖은 땅은 부드러웠는지 잠시 시체에서 기다란 시신경을 빼물며 빠져나온 눈알이 잠시 땅으로 박혀들어가다가 이내 툭 하고 터졌다.
질퍽한 느낌의 하얀 액체들과 핏덩이들이 그대로 나달의 신발을 더럽히기 시작했다.
"정말 밥맛 떨어지는군"
벨베르가 나달의 하는 양을 보고는 혀를 차댔다.
"이봐 이봐 이제 우리차례야"
아르몬이 살짝 주의를 주자 벨베르가 얼른 앞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이번 전투에 있어서 주어진 임무는 대충 들은 바이지만 상황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몰랐다.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고 엉뚱한 행동을 하게된다면 그 자신은 물론 주의의 다른 동료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게 되리라.
"제 3대는 1대와 2대를 보조하는 한편 4대와 5대가 치고 나가기 전까지 전선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4대와 5대는 신호가 오면 좌 우 측면을 통해 적의 양 측면을 무력화 시키고 적을 반포위해 나간다.
이상 각자 방어진을 구축하라"
큰 목소리의 주인공이 제 할말만 하고는 돌아서자 용병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 앞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신들을 공격할 참새 용병단이 지척에 보였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그다지 그들을 염두에 두고 잇지는 않는 듯 보였다.
"저놈들이 지금 공격해 온다면 어떻게 될까?"
벨베르가 땅을 파고 있다가 조용히 대열을 이룬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대편 용병단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르몬이 허리를 들어 몸을 폈다. 제법 삼엄한 군기가 보이는 용병단이었다. 진영을 이루고 잇는 폼새도 짜임새가 잇었고 자신의 자리를 쉽사리 벗어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저런 놈들이 지금 공격해 온다면 그대로 도망가야겠지? 여기서 버텨봐야 개죽음일테니 말이야"
"나 같으면 당장에 공격에 들어갈 걸? 눈 앞에서 뻔히 방어진을 구축하는 것을 보고도 꼼짝 않다니 멍청한 놈들일 따름이�"
"글세 그런 멍청한 놈들은 우리 쪽에도 있는 것 같은데?"
아르몬이 벨베르의 말에 손을 뻗어 한쪽을 가르켰다. 젠티에 측 용병단이 전부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였다. 좌측 넘어 넘어 정 가운데는 오히려 빌토르 측 용병단이 원래의 용병단과 교대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젠티에측 카친 용병단은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는 상대 용병단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전열을 정비하고 있었다.
"얼래? 그러네? 그런데 저쪽은 언제 전투가 끝난거야?"
"조금 전에. 우리가 방어진지를 구축하는걸 보고는 자기들도 급했는지 시체도 치우기 전에 들어가더군"
아르몬의 말에 벨베르가 진저리를 쳐댔다.
"크윽 그런건 사양이야 시체를 치웠다고 해도 이 모양인데 저쪽은 오죽이나 할까?"
벨베르가 자신이 파는 구덩이 옆에서 눈을 궹하게 뜨고있는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창상을 입었는지 가죽으로 된 가슴 받이 쪽에 구멍이 뻥하니 뚫려 잇었고 그 뚫린 구멍 사이로 원래 몸안에 잇음직한 내장 조각들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잇었다.
더욱이 몸 이곳 저곳은 사람들의 발길에 채였던지 서서히 무르기 시작한 살들이 이곳 저곳 짓 눌려지고 헤쳐져서 푸른 색의 힘줄이나 그 안의 새하얀 뼈조각마져 이리 저리 밖으로 풀어 헤쳐져 있었다.
아르몬이 그 위에 자신의 알을 까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파리떼를 쫒고자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파리떼들은 아르몬의 손이 휘둘러지면 이내 붕하고 날아 올랐지만 이내 시체에 다시금 새까맣게 달라 붙기 시작했다.
"거기 뭐해? 그정도 일로 아직까지냐?"
누군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아 조장님"
벨베르가 언제 찡그렸냐는 듯이 그렇게 실실 웃고는 손을 살짝 흔들었다. 조장이 그런 벨베르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벨베르가 파고 있던 구덩이에 뭔가를 던져 넣었다.
"으헥"
벨베르가 눈 앞의 목만 남은 시체를 보고 놀란 듯이 그렇게 경호성을 질렀다.
"놀라긴, 그것도 같이 묻어줘 보아하니 제법 굴러 먹던 놈같으니 말이야. 그리고 너도 그녀석처럼 되지 않으려거던 빨리 빨리해 조금있으면 저 놈들이 온단 말이다"
"네네 알았습니다요"
벨베르가 다시 짐짓 웃으며 조장이 던져준 머리통을 바라보앗다. 비록 머리 한쪽이 칼에 맞아 반쯤 부숴져 잇어서 그 곳으로 안에 잇던 하얀 뇌수와 피들이 서로 엉켜 범벅이 되어 잇었지만 얼굴 여기 저기에 흉터들로 가득 차 있는 폼이 생전의 무시 무시한 얼굴을 짐작케 하고 있었다.
"누구지?"
벨베르가 혹시나 아는 얼굴일까 싶어 다시한번 들여다 봤지만 그가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벨베르의 모습을 보고 잇던 아르몬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고는 땅을 파고 있던 삽을 들어 벨베르의 머리를 한번 두들겼다.
"누구긴 누구야 그저 이름없는 용병일 따름이지. 어서 일이나 끝마쳐 우리가 제일 늦다구"
벨베르가 그제서야 주인없는 머리에서 고개를 돌렸다. 아닌게 아니라 다른 쪽은 벌써 말뚝과 방패를 번갈아 가며 묻는 작업을 모두 끝내고 이제는 그것들이 쉽사리 넘어지지 않도록 땅을 다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크"
벨베르가 얼른 무릎까지 팟던 구덩이에서 올라와서는 막뚝을 그곳에 박기 시작했다. 아르몬이 근처에 있던 주인 잃은 방패중 제법 튼튼해 보이는 놈을 가져다가 말뚝 앞에 깊숙이 찔러 넣기 시작했다.
방패는 화살을 막기 위했던 것인 듯 제법 넓고 길어서 방패의 아래쪽이 땅에 묻혔음에도 불구하고 아르몬의 아랫배까지 가릴 정도는 되었다.
방패의 뒤로 말뚝을 엇갈려 세웠기에 제법 탄탄했지만 아르몬은 그정도로는 안된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곤 조금 걸어가 눈에 띄는 그것을 질질 끌고 왔다.
미처 회수되지 못한 시체였다.
"그건 왜 끌고오는건야?"
벨베르가 얼굴을 찌푸리며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아르몬이 끌고온 시체를 방패를 지지하는 말뚝에 걸쳤다.
"뭐 어때 어차피 죽은 시체인데"
창에 배를 찔렸는지 아니면 칼에 배를 나자 당했는지 배가 좌우로 길게 잘려나가고 그 안에 잇던 시퍼런 내장들을 다 토해낸 시체였다. 이미 사후 ud직을 넘어서 딱딱하게 식어가기 까지 한 시체였지만 그 안의 내장은 그렇지 않았던지 끌려온 여지 저기 붉디 붉은 땅위에 시퍼런 내장 조가리를 여기 저기 토해놓고 잇었다.
그것들은 바깥의 찬 바람 때문인지 이미 죽어 있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꿈틀거리다가 이내 잠잠해 졌다.
그리고 그 주위로 새로운 먹이를 발견했다는 듯 파리떼가 웅웅 거리며 달라붙기 시작했다.
멍하니 허공을 궹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체는 입을 잔뜩 벌리고 잇었고 그 입 안으로는 바닥의 붉은 흑덩이로 채워져 있었다. 한 쪽 눈은 어디서 잃어 버렸는지 안의 검은 동공만을 남기고는 기다란 시신경이 삐죽히 빠져 나와 있었다.
"제기랄 이왕이면 좀 돌려 놓을 것이지"
벨베르가 뭐가 못마땅한지 침을 탁 뱉었다. 하지만 정작 막대에 기대 놓은 시체 곁에서 그다지 떨어지지도 않았다. 대신 몸을 뒤져 담배 쌈지를 꺼내서는 흙과 피로 지저분한 손을 바지춤에 닦아대곤 담배를 하나 꺼냈다. 아르몬이 그런 벨베르를 그저 퉁명스럽게 바라보고는 손을 내밀었다. 벨베르가 아깝다는 듯이 아르몬의 손을 바라보다가 담배 하나를 더 꺼내서는 아르몬의 손에 올려주었다.
한 두 모금 빨아댔을까? 다시금 커다란 목소리가 진영 안으로 울려 퍼졌다.
"집합 전원 자기 위치로"
벨베르가 자신의 담배를 아깝다는 듯 바라보다가 시체의 몸 위로 던졌다.
"제길 담배하나도 제대로 못피게 만드네. 누군지 알거는 없고 담배나 잘 피우쇼. 그대신 내 목숨이나 보살펴 주쇼"
벨베르가 시체의 몸 위에서 타들어가는 담배를 흘낏 바라보고는 그렇게 중얼 거렸다. 그리곤 투구와 무기등을 챙겨들고는 재빨리 뛰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자신의 맞은 편에서 웅크리고 있던 참새 용병단이 천천히 북소리에 맞추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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