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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 여행기 제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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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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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화
"헉, 헉.. 엘레제... 도대체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예요?"
"가일씨는 정말 아무것도 몰르시나요?"
가일과 엘레제는 신전을 황급히 뛰어 나와 마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을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가장 커다란 집이 세이나의 집, 그러니까 메라타 씨의 집이었기 때문이다.
 
"모르다뇨? 뭘요?"
"오늘 중으로 세이나가 집에 돌아가지 못하면, 당신의 목숨이 위험해 져요!"
"네? 하하.. 어느 미친 녀석이.. 저 같은걸...."
가일은 엘레제의 말을 별로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야 세이나의 아버지가요. 그 분은 세이나가 당신에게 납치되었다고 생각 할 거예요."
"네? 저, 전 오히려 세이나를 무사히 데리고 왔는 걸요..."
가일의 '나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오...' 하고 외치는 듯한 말에 엘레제는 소리쳤다.
"그 사람이 가일씨의 말을 믿을 리가 없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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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은 엘레제가 이렇게 까지 화를 내는 것은 보지 못한 터라,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자 엘레제 역시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아, 저, 저기... 죄송해요, 어쨌든 저... 저기..... 하여튼, 급하잖아요.."
 
"에이... 걱정 마세요.. 누군가가 제 목을 노리면 뭐 어때요? 얼마든지 오라고 하세요."
가일은 자신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웬만한 사람들의 추적 따위는 따돌릴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때문에 저런 여유 만만한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엘레제는 그것을 다르게 받아 들였나 보다.
"그런 소리하지 말아요!"
"네?"
가일은 방금 전에 이어서 또다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말에 이렇게 까지 엘레제가 과민 반응을 보일 줄이야...
 
"에, 엘레제......"
가일은 엘레제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다가 그만 몸이 굳어 버리고 말았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엘레제의 얼굴에서는 눈물마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 그렇게 말하면.. ...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불쌍해지잖아요.... 그런 소리하지 말아요....... .... ...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 말을 듣게 된다면..... ... 슬퍼할 거예요..... ..그러니까....... ... 그러니까....."
"저... 저기..."
가일이 다시 엘레제에게 말을 하려고 하자, 엘레제는 자신의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며 말했다.
 
"훌쩍, 빨리 가야죠? 가일씨. 벌써 기사들이 풀렸을 지도 모르잖아요?"
갑자기 급변하는 엘레제의 모습에 가일은 어안이 벙벙해 짐을 느꼈다.
"아.... ..네... .. 가, 가죠...."
 
 
"아하암..... 졸려라...."
거대한 저택의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들은, 밤에 보초를 서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어둠에 휩싸인 마을은 고요하기만 한데, 그런 지루함 속에서 졸음과 싸워야 하니 정말 죽을 맛인 것이다.
 
"이봐, 졸지마. 너 지금 벌받고 있는 거 몰라?"
하지만, 함부로 졸 수도 없는 게, 그런 경비들은 대게 복수로 놓여져서, 서로가 서로를 견제한다는 것이었다.
"알아... 안다구.... 술 마시고 출근했다구 밤중에 보초일 시키는거 누가 모를 줄 알아.... 하~아암...."
"으이구, 턱 빠지겠다. 하품 좀 그만해라."
 
연신 하품을 해대는 기사 옆에는, 같이 벌 근무를 서고 있는 다른 기사가 딸려 있었다.
"아.... 밤에 보초서는건 너무 지겨워.... 뭐 색다른 일 없을까?"
"글세... 예를 들자면?"
"움... 아! 어제 행방불명된 세이나 아가씨가 범인에게 인질로 잡힌 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거야. 우리는 그 범인을 멋지게 해치우고, 우리의 멋진 모습을 보고 우리에게 반한 아가씨는 나를 밤중에 몰래 불러내서.... "
 
허황된 꿈은 빨리 깨 주는 것이 좋다. 헛소리를 주저리주저리 잘도 늘어놓는 경비를 위해, 그의 친구는 그의 턱에 어퍼컷을 작열시켰다.
"닥쳐! 쓸데없는 소리 늘어놓지마!! 네녀석 자위 할 때나 그런 상상하라구!"
"우웁.. 야! 너 이렇게까지 쎄게 때릴 건 없잖아!!"
"이 자식이! 먼저 맞을 짓을 해 놓구선!!"
경비 둘은 결국 자신의 본연을 잊고, 서로 티격태격 쌈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 자식이! 꿈에서 깨게 해 준걸 고마워 해야지!"
"야! 꿈은 이루어진다 몰라? 앞날이 창창한 아이의 미래를 짓밟아 놓는 소리는 듣고싶지 않아!"
 
"저기....."
 
"지랄하고 있네!"
"지랄은 니가 하는 거고 이 짜샤!"
 
"저기요..."
 
"엿이나 먹어라 미친 넘, 술 처먹고 근무하다가 벌서는 녀석이!"
"어쭈구리! 야! 넌 근무시간에 몰래 빠져나가서 계집질하고 있었잖아! 것보단 났다 이 인간 말종아!"
 
"아저씨들!!"
신나게 쌈질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들려와 흐름을 끊어 놓는 목소리에, 싸움에 정신 없이 몰두해 있던 경비 둘은 정신을 차렸다.
"응?"
"어라라? 너, 너 누구냐?"
 
경비들의 앞에는 당연히 사제 엘레제와, 세이나를 업고 있는 가일이 서 있었다.
"세이나 아가씨를 모셔왔습니다."
엘레제는 정중하게 말하였다. 하지만, 그런 엘레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일이 있어 그들의 이미지는 좋아질 수 없었다.
"세이나를 데려왔어요. 어디다가 놔야 돼죠?"
 
..... 어디다가 놔야 돼죠 라니.... 세이나가 무슨 배낭이라도 되는 듯하다.... -_-;
 
"아, 저, 저기.... 아가씨는 저희가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지금 남작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시니... 내일 다시 한번 찾아오시면 저희 남작 님께서 푸짐한 상을 내리실 것입니다."
방금 전까지 싸우고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순식간에 태도가 변하여 자신의 임무에 충실해지는 병사들이었다.
하긴.... 승진할라면 별 수 있나..? 저렇게 요령 껏 살아야지...
 
"아가씨는 저희에게 주십시오."
"에? 아, 그러죠..."
가일은 순순히 세이나를 병사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가지 일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어느새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음..... ... ...."
레나는 여관의 허름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들기 전까지,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켜 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것은 역효과만 나타내었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가일이라는 청년의 얼굴이 머릿속에 새겨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그녀의 꿈으로도 표현될 정도였다.
 
"난 레나씨가 정말 싫어요."
"네?"
가일은 그녀를 향해 미소지으며 말했다.
"레나씨가 싫어요. 귀족이라고 잘난 체 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예요?"
왜일까..? 그 말 한마디에 이렇게 동요되는 건...
 
"저, 저는 그런 건..."
"싫어요. 정말."
"하, 하지만 가일씨.."
왜일까...? 그 말을 들으니 이렇게.. 슬퍼지는 건...
 
"레나씨랑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안녕"
가일은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레나의 마음에 칼이란 칼은 잔뜩 꽂아놓고는 돌아서며 말했다. 그리고 점점 가일의 모습이 멀어져 갔다.
"가일씨... 가일씨....! 가일.....! 가일...! 어디가는 거예요...? 가일.....? .... 가일....!"
 
 
"가일....... ....."
레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치는 것은... 지금껏 자신을 호위해 오던 마부의 모습이었다.
 
"끌끌끌.... 이봐 레나... 그 녀석 이름은 왜 그리 애타게 부르시나? 끌끌.. 오늘 어차피 내 밑에 깔리게 될 여인네가.... 키키키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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