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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야설

보이지 않아도 눈앞에 있잖아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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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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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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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흘러 4교시의 수업시간…
말할 것도 없이, 지루하다. 체육이면 모를까. 하지만 체육이라고 해도 이 추운날 나가 뒹구는 것은 사절이다.
나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몸을 쭉 늘였다. 기분좋게, 졸음이 밀려왔다.
꾸욱…
…?
자려고 눈을 붙이고 있었건만, 발이 무엇인가에 의해 세게 눌려지는 느낌을 받아, 놀라서 다시 눈을 떠 보니, 히로세의 구두가 내 오른발을 밟고 있었다. 몸을 늘일 때, 앞으로 나간 발이 녀석의 발과 부딪힌 모양이다.
"…야, 치워."
나는 나즈막하게 말했다.(나즈막이라지만, 내 사방 책상 한칸씩 떨어져 있는 애들에게는 뒤로 돌아보게 하게끔 만들만한 크기였다. 쪽팔리게.) 히로세는 들은건지 만 건지, 여전히 내 발을 누른 채였다. 아니, 더욱 세게 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잠이 슬슬 밀려드는 판에 그것을 저지당하면, 그것만큼 기분 나쁜 일이 없다. 나는 화가 나서 왼발로 그녀의 발모가지를 걷어찼다.
퍼억!
"꺅!"
…윽. 오버액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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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씨, 왜 그러나?"(일본에서는 선생이 학생을 지명시, 존대하여 성을 부른다.)
"아흑… 유우… 아니 강군이 갑자기 찼어요…"
자동적으로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나는 결국 교실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이유도 없이 학우를 괴롭혔다는 것과, 대놓고 자려고 했다는 이유로… 뭘 그정도 가지고 교실 밖에까지 쫓아내는 건지, 아무래도 저 선생은 내가 좀 싫긴 한 모양이다. 하긴, 나 좋아하는 선생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추웠지?"
그 시간도 끝나, 비실비실 자리로 돌아온 나에게 얄밉게 말을 건네는 히로세. 따귀를 그냥… 하고 싶지만, 학기 초에 한 맹세. 끝가지 무시하고 지내겠다는 그 맹세를 나는 지키기로 했다.
"어머, 손 봐. 얼음이네 얼음."
누가 마음대로 손 잡으래.
"놔, 임마."
나는 손을 뿌리치고 일어났다. 여기 있음 아무래도 저 녀석의 타겟이 될 거니까. 학생식당으로 가서 점심이나 먹어야지. 뒤에서 뭐라고 종알대는 히로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나갔다.

학생식당.
싸고 맛있는 라면으로 유명하다. 가끔은 근처 중학생들까지 여기로 먹으러 온다는 말이 있다. 물론 학교가 끝나고의 얘기지만. 나는 그 유명한 라면을 한 그릇 사들고, 바야흐로 구석진 자리에서 먹으려는 중이다.
"어이, 용현."
고개를 돌려보니, 클래스 내의 정보통으로 통하는 류타(龍太)가, 라면을 들고 내게로 오고 있었다.
"너도, 학식이냐."
"도시락 싸줄 애인이 없어서 말이지."
그런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며, 라면을 쫄쫄거릴 때… 라면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이, 아침의 화장실 담배 연기를 생각나게 했다.
"…류타."
"앙?"
"너,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이랬지."
"근데 왜."
"혹시, 우리 학교 내에서 이사장이랑 관련있는 여학생 있냐?"
"얌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걸로 치면 이사장의 사촌의 앞집에 사는 사람의 사돈도 관련이 있는 거잖아. 그런 경우가 한둘이겠냐."
"…그럼, 우리 학교 내에서 그거 하고픈 순위가 높은 여자애는?"
"야마시타 히로세. 노소 불문"
"…아니, 그런 거 말고."
"몰라. 그건 그렇고, 너 야마시타씨가 되게 좋아하는 모양이던데. 좋겠다. 나 처음부터 봤다구. 야마시타씨가 먼저 너한테 장난 거는거."
"나는 그런 여자 싫어. 너나 가져라."
"한국인 아니랄까봐."
별로, 한국인이라서 그런 순결치 못한 애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고 꼭 그런 법도 없고. 무엇보다도 나는 어릴때부터 여기 왔었기 때문에 그런 정신이 심어져 있는 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귀찮기도 하고. 또…
"야 빨리 먹어, 농구나 하러 가자."
"…아, 아."

피곤해진 몸, 5·6교시는 그렇게 잠으로 보냈다. 이번에는 발이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서…{adsense:ad1}
……

"…어라."
깨어보니 앞에 왠 포동포동한 다리가 있었다. 조금 시선을 들어보니 우리 학교의 여학생 제복인 빨간색 치마가… 그리고 그 다리가 조금씩 벌려졌고, 희미하게 흰색 팬티…
"…라니, 우왓!"
나는 그대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놀라긴."
"…"
일단 앞 책상에 앉아 풍기 문란하게 다리를 벌리고 있는 여자가 히로세라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시계를 보니 3시 30분. 아무도 안 깨워주다니… 나는 말없이 가방을 들어올려 갈 채비를 했다.
"유우짱, 잠깐만! 갈거야?"
"…그런데."
"저기, 저기이…"
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배배배 꼬는 히로세.
"저기… 같이 가자."
"…내가 왜?"
"…저기, 기다려 줬잖아… 나도."
"나 말고도…"
많은 남자가 있을 텐데, 왜 그래. 라고 말해주려 했지만…
"저, 아침의 일은 미안…"
"…됐어."
"손, 차가웠지."
그녀는 다시 다가와 내 손을 감싸잡는다. 싫다니까. 뿌리칠 틈도 없이…
"…자아."
하고, 내 손을 자신의 목 단추가 풀려진 제복 위로 넣는다.
"…!"
노브라인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그대로 손에 느껴진다. 히로세는 그 상태에서 내 손을 내리눌러, 확실히 가슴이 잡히도록 한다. 약간 단단해진 느낌의 유두가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쿄코씨와는 다른 부드러움. 더욱 어루만져주고 싶은 느낌.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몇 남자한테나 접근한 거겠지.'
그리고 이번엔 그 내가 먹잇감이 된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안 깨워 혼자 있는 나를.
가벼운 경멸감을 느낀다. 이럴 거면서, 수줍은 척 하기는.
"치워."
나는 반대편 손으로 히로세를 밀어 거칠게 손을 빼어냈다. 조금 세게 민 탓인가, 히로세는 뒤의 책상까지 떠밀려졌다. 카라랑, 하고 책상이 충격에 공명하는 소리가 났다.
"이제 확실히 말해두겠는데."
나는 가방을 걸머지고 교실을 나서며, 아직도 경직되어있는 히로세에게 말했다.
"나는 너 싫어."
그 따위로 노니까, 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삼켜버렸다. 섹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든,이런 식으로 남자를 유혹하든, 자기 일이다. 내가 거기에 평을 달 필요는 없으니까.
반응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교실을 나와버렸다. 스르릉 하고 밀려지는 책상의 소리를 귓가에 머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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