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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눈 앞에 있잖아요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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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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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아니, 시간 감각도 없었다. 입술을 떼고, 다시금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을 때, 선배가 속삭였다.
"단지 나를 품어보고 싶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느꼈어요. 말에서 용현군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했었죠. 망설임 없이 너무나 쉽게 했던 용현군의 말에는, 단지 나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 나는 도망치고 있었던 거야―
선배와 섹스 중, '나는 선배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했던 것은 솔직한 감정이 아닌, 또다른 자신의 목소리에 울컥하여 내뱉은 것일 뿐. 히로세와 마찬가지로 선배를 품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불어넣기 위한 암시일 뿐.
그리고, 거부하는 선배를 안기 위한 억지였을 뿐.
"그리고, 그건 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란 걸… 알아서, 기뻐요."
단지 자신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더 이상은 도망가지 않겠어.
미안해, 선배.
그렇지만, 말로 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었다.
그리고, 이 사람을, 더욱 사랑해 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결코 허접한 욕망이 아니라고, 나는 확신했다.
애무해 주고 싶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가느다란 목에 입술을 갖다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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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즈나는 순간 움찔하는 듯 했으나, 상기된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그대로, 귓가에 입술을 옮긴다.
"하아…"
귓가에 느껴지는 나의 숨결에, 가느다랗게 신음하는 키즈나.
다시금 고개를 돌려 목으로 입술을 원위치 시킨다. 그리고 양 어깨를 잡았던 손을 내려, 가만히 그녀의 가슴께에 갖다대었다.
"앗…."
선배가 놀랐다. 감고 있던 눈을, 크게 떠서 나를 쳐다본다.
"선배…무서우면, 내 옆구리를 한 대 치고 도망가도 괜찮아."
하지만 선배는, 다시 눈을 가늘게 하고서,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아뇨… 지금의 용현군은… 괜찮아요…."
"…뭐가 괜찮은데?"
"…."
선배의 얼굴이 순간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형광등 불빛 아래에 확실하게 보였다. 내가 큭, 하고 웃자, 그녀는 더욱 더 어쩔 줄 몰라한다.
"장난이야, 장난."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안았다. 그녀도, 팔을 내려 나의 허리를 감싸….
"…크악."
"에, 요, 용현군, 괜찮아요?"
…이틀만에 나을 것이 아니지. 그녀의 팔이 약간 힘을 주어 내 옆구리를 감싼 것 만으로도,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하지만, 고통이 있기에 그녀를 애무해야 하는 이유가, 나에게는 있었다. 나는 그녀를 안은 채로, 병실 침대까지 뒷걸음질 쳤다.
"요, 용현군… 무리해서 그럴 필요는…"
엉덩이가 침대 한 켠에 닿자, 갑자기 당황해하는 키즈나가 나의 품 속에서 바둥거렸다.
"용현군… 옆구리, 아직 낫지도 않았잖아요…."
"선배, 싫은거야…? 그럼,…"
나는 또 혼자만의 생각으로, 선배에게 상처를 입히기는 싫었기에 그만두려고 했으나,
"아니, 용현군 또 나 때문에, 옆구리가…"
라는 선배의 말에, 그 '이유'를 말해줄 수가 있었다.
"선배, 내가 처음 선배랑 했을 때, 선배 엄청 아팠지?"
뚱딴지같이 꺼내는 얘기에, 선배는 잠시 에, 에? 하더니,
"네… 그렇지만, 지금은 아프지 않으니까, 걱정…"
"선배를 아프게 했으니, 나도 아파야지."
물론 그 때의 선배가 느꼈던 충격과 고통만큼의 데미지를, 이 정도 갈비뼈의 고통이 대신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
침대에 눕혀진 선배는 감동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건지, 복잡한 표정을 한 채로 눈을 가늘게 했다. 나의 손이 그녀의 웃옷에 닿고, 단추를 풀어내려갈 때…
"용현군, 불… 꺼줘요."
"…왜?"
"…부끄러워요…."
확실히, 형광등이 밝게 비치는 새하얀 병실에서, 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고, 들어올 걱정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찜찜해 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하나라도 더 밝은 데서, 선배를 보고 싶어."
란 솔직한 나의 말은, 선배를 더욱 빨갛게 만듦과 동시에, 말 없는 승낙의 사인을 승인해 내었다. 그리고 다시금 나의 손은 선배의 상의에 옮겨졌다.
그 때, 잡아뜯을 듯이 난폭하게 풀었던 단추는,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찢어버릴 듯이 흉폭하게 잡아챘던 브래지어는, 등 뒤로 손을 넣어 천천히 후크를 풀어서.
그리고, 나의 아래에 하얀 살결을 뽐내고 있는 선배의 반라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 그 때는, 이렇게 아름다운 걸 느끼지 못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을까.
그렇다면, 그 여유를 준 것은, 바로 선배. 히메카와 키즈나.
나는 정말로, 선배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담은 나의 손길은 애무로 바뀐다.
천천히 그녀의 뺨에서부터 목을 거쳐, 탐스런 유방이 봉긋하게 솟아있는 곳 까지, 천천히 그리고, 아낌없이 쓸었다. 그 손이 키즈나의 왼편 가슴에 잠시 머물렀을 때, 나는 손바닥 아래에서 무엇인가를 감지했다.
두근거림….
손바닥을 자극하는 그 미묘한 고동은, 틀림없는 선배의 두근거림.
'나를 전혀 두려워 하고 있지 않아….'
나는 그것이, 기뻤다.
히로세와의 포옹도, 이런 느낌이 있었다.
어느새 두근거림이라는 것은, 나에겐 속일 수 없는 상대에 대한 감정의 하나라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버린 것이다.
"두근거려요…."
그런 나의 생각과 동시에, 선배가 입을 열었다.
"지금, 나를… 만져주는… 사람이, 용현군이란게…."
그녀는 그렇게, 상기된 얼굴에 미소를 띄어가며, 그래도 수줍은지 말을 끊어가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한 손을 잡았다. 선배 역시, 꼬옥 하고 힘을 준다.
…이 사람은, 정말로 나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사람을, 히메카와 키즈나를, 좋아한다.
서로가 힘껏 잡은 손은, 나에게 그런 확신과, 의미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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