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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눈 앞에 있잖아요?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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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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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얌마, 기다려!"
"싫어, 임마. 난 바쁘신 몸이라구."
나는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류타 놈을 뿌리치고, 가방을 들러멘 채 교실을 나섰다.
"제발, 사람이 안 맞는다구…."
"아무나 키 큰놈 잡아서 시켜."
류타 놈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에게 달라붙었다.
"임마… 좀 봐주라."
"농구란 임기 응변이다, 란 유명한 말도 모르냐?"
"누가 그딴 소리를 해!"
"바로 이 몸이시다."
나는 류타를 뿌리치고, 계단으로 향했다.
"에잇, 망할 놈!"
녀석은 나의 옆구리를 공으로 맞추었다.
퍽!
그리고 떼구르르 하고 맥없이 굴러가는 공을, 나는 류타에게로 찼다.
"임마, 그거 나은지가 언젠데, 아무렇지도 않다."
"나참… 너 정말 변했다. 도대체 어디 가냐?"
"키즈나를 만들러."
"하앙?"
나는 얼떨떨해하는 류타를 내버려둔채,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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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십니다."
"오오, 자네는…."
교문 근처에 위치한 수위실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던 늙수룩한 할아버지가, 나를 알아보고 쭈글한 얼굴에 웃음을 짓는다. 이 어르신이 나를 구해준, 수위님.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었지만, 본인은 항상 일찍 등교하는 나를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쓰러져 있던 나를 쉽게 알아본 것일지도.
"몸은 이제 다 나았나 보지?"
"할아버지도 참, 맨날 물어보시네요. 그게 언젠데."
"허허허허…."
그 인자한 웃음에, 문득 나는 생각한다.
나는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들과 '키즈나'를 쌓아 온 것이 아닌가 하고. 그것이 설령 싫다는 감정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래, 그것은 히로세와도…
학기 초부터 그녀에게 심어왔던 '싫어함' 이라는 감정.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알고 나서부터는 그녀와의 일종의 '키즈나'로서 승화된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녀에게 품은 싫어함이라는 감정이 '두 사람에게 있어서의 시련'(내 입으로 말하고도 쑥스럽지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와의 섹스 후에도 허무를 느끼지 않은 것이겠지….
그래. 키즈나는,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그 상대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동기. 단지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그 얇은 상태 그대로 놓아두고 있을 따름이다.
소중히 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것을 굵게 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나는 교문을 나섰다.
나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준 사람과 만나기 위해.


이미 벚꽃이 져 가는 계절.
그래도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의 화무(花舞)는 오히려 만개한 벚꽃만큼의 감상을 가져다 준다.
'선배가 이것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보도를 가로질렀다.

"야아, 선배."
나의 부름에, 더듬어 가며 책을 읽던 선배가 고개를 돌린다.
"아이, 참. 이제 난 졸업했으니, 선배가 아니잖아요."
"아아, 히메카와씨."
"정말…."
"장난이야, 키즈나."
"치…."
조금 소란스러워져서 일까. 건너편 데스크에 앉아있는 신경질적으로 생긴 사서가, 똑똑 하고 책상을 두드린다.
'옷또, 조용 조용.'
나는 조용히, 키즈나 옆에 다가앉았다. 그녀가 읽고 있는 점자책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안마 시술'일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들에게 있어, 유일무이하다고 까지 말할 수 있는 직업, 안마시술사. 키즈나는 그것을 배워보려 하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더욱 손 감각에 의지하는 맹인들에게 적합한 직업이라고까지 한다.
…문제는 손님이 대부분 남자, 그것도 변태적 중년이 많다는 거지.
그래서, 키즈나 본인도 침술사를 생각해 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안마쪽을 하고 난 다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결정했다는 것이다.(안마 도중 선배한테 손대는 녀석들은, 손모가지를 비틀어 버리겠어, 라고 결심하며)
"자아, 자아. 그럼 나머진 읽어 주면 되는 거지?"
나는 키즈나가 말한 책을 골라 왔다. 이것은 점자 책이 아닌 보통 책. 이것들을 대출하여, 내가 키즈나에게 읽어 주는 것이 요즘의 일과다. 그러면 키즈나는 또, 나를 대상으로 시술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런 소꿉놀이 같은 일상이, 나는 정말 재미있다.
"미안해요 용현군. 맨날 맨날…."
"아냐 아냐."
이것이 우리의 키즈나에 보탬이 된다면. 이란 말은 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

책을 대출하여 도서관을 나오는 우리 주위로, 벚꽃이 날려들었다. 무심코 손을 뻗어, 그것을 잡는다. 평소에는 아무리 잡을려고 악을 써도 잡히지 않던 그 조그마한 꽃잎이 두 개씩이나 한번에, 나의 손바닥 안에 포획되어 있다.
'날리는 벚꽃을 잡으면, 마음에 둔 사람과 이루어진대.'
한국에 있을 때,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벌써, 이루어져 있으니까.
"맞다, 용현군. 밥 아직 안 먹었죠?"
"어…."
"우리 집에 가요. 나, 카레 정돈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방 구경 시켜주는 거야?"
"…엣. 아이, 참!"
얼굴이 붉어져 토닥이는 키즈나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안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키즈나의 끈이, 우리를 얽어맨 것 처럼.
따스한 햇살과, 간지러운 봄바람이 기분 좋은 느낌으로 우리를 휘감고, 우리는 그 햇살의 상그런 샤워 속을, 그 빛에 등을 물들여 가며 가로지른다.
다시금 어디선가 날려오는 벚꽃 무희들이, 키즈나와 나의 주위를 맴돈다.
'…확실히 봄인가.'
이렇게 되니, 지금까지 있었던 것은 모두 '겨울'이란 짧은 계절에 있었던, 지나고 만 사건이었을 뿐인, 그런 기분이 든다.

추운 겨울 동안.
아니, 11월과 12월 동안의 짧은 기간 동안.
하지만, 사건은 그렇게 흔적만을 남기고 지나가 버렸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을 얻었다.
그리고, 그 사람으로부터 귀중한 것을 배웠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일들은 단지의 조각난 에피소드.
왜냐하면, 지금부터 더 많이 쌓아갈 테니까.
그리고 언젠가, 우리들은 그 조각난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엮어간다..
그것은 소중함으로 나뉘어진, '키즈나'라는 이름의 퍼즐.
그 퍼즐의 조각이, 권태와 허무의 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두 사람의 손이 그것을 집어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을 것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우리들의 희생, 그리고 눈물.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바쳐야 하는, 고귀한 제물.
그렇기에, 쌓아가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둘이서 함께.
그래. 함께.
강용현이라는 나 혼자가 아닌, 히메카와 키즈나라는 여성과 함께.
지금 나의 생각을 키즈나에게 말한다면, 그녀는 물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따뜻함을 담은 차가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용현군이, 보이지 않아도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나와 용현군과의 키즈나… 시련으로 엮어진 소중한 키즈나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요….
보이지 않아도…
있어요…
언제까지나…'
라고, 말이다.


우연이 몇 개인가 겹쳐서
당신과 만나 사랑에 빠졌어요
들릴 것 같은 고동이 부끄럽군요
어째서인지 나답지는 않아요.
오늘이 끝나도 내일이 지나도
언제나 옆에 있어 주세요
계속 솔직하게 변함이 없는 두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요
당신과 만났던 그 날부터
언제 어느 때라도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단지 당신이 있는 것만으로도
옆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Forever, you're my only felling heart.
(Feeling heart- adapted from 'To Heart')

Yong Hyun Kang (姜勇賢)
Kizuna Himekawa(姬川 絆)
Hirose Yamasita(山下 ひろせ)
Kyoko Shimada(島田 京子)
Ryuta shinichi(眞一 龍太)
Hideki Kurozawa(黑澤 ひでき)
Taro Yamada(山田 太郞)
Kazuhiro Ishita(井下 一浩)
Kineyuki Shiozawa(鹽澤 きね雪)

THANKS TO ALL READERS...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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