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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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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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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장 가출소녀(1)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잇었고 데스크에는 어김없이 서류뭉치라든가 컴퓨터 혹은 타자기 따위들이 널려 있었다.
데스크의 대부분은 비어있었지만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대개 두세 사람이 같이 테이블을 둘러 앉아 잇었다.
간간히 고함치는 소리와 자판을 두둘기는 소리 그리고 부산하게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로 강남 경찰서 수사 3과는 늘 소란이 그칠날이 없었다.
그에 비해 비교적 이 소란스러운 3과 사무실 안에서도 조용하게 느껴지는 격리된 방은 3과 3과장의 방이었다. 그곳은 유리로 둘러 싸여서 안에서도 밖에서도 한눈에 상황을 볼 수 잇었지만 주변의 소음으로 인해 말은 들리지 않았다.
3과 과장의 방에서는 3과 과장으로 보이는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과 중년의 신사가 뭔가를 이야기 나누고 잇었다.
이야기가 다끝났는지 중년의 신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걸에 걸어둔 자신의 코트를 집어들고 3과 과장과 같이 문을 나섰다.
"그러면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허허 걱정마십시오. 저희가 전 수사력을 동원해서라도 꼭 찾아내겠습니다."
양복입은 사내의 말에 3과 과장이 뚱뚱한 몸을 호들갑 스럽게 떨어대며 자신있는 어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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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양복입은 사내가 다시한번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소란스러운 사무실을 지나 3과를 빠져 나갔다.
3과 과장은 그런 양복이 문 밖까지 나갈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가 양복이 완전히 문 밖을 나가자 미소를 지웠다.
"제길.."
과장의 얼굴에는 미소대신 못마땅하다는 투의 찡그린 얼굴만이 가득했다.
사무실에 남아 있던 형사들은 그런 과장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다가 자신과 눈이 마주칠세라 얼른 딴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장은 사무실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누군가에게 손짓을 하며 불렀다.
"이봐 강형사 내방으로 잠깐 와봐"
저쪽 책상에 뭔가를 열심히 적어대고 잇던 강형사가 하던일을 멈추고 과장을 쳐다보았다.
아직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강형사는 내심 뭐라고 연신 투덜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3과 과장이 사라진 문을 향해 들어갔다.
강형사가 문 안으로 들어서니 3과 과장이 담배를 꺼내 물고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과장이 재를 털어 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책상 앞에 있는 종이와 명함을 내밀었다.
"이거 읽어봐"
강형사가 종이를 받아 들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과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뭡니까?"
과장이 다시 담배를 한모금 깊이 빨아대고는 공중에 확 내뱉었다.
"그 애좀 찾아봐"
강형사가 어처구나 없다는 얼굴로 잠시 과장을 바라보더니 곧 얼굴을 찡그렸다.
"음 제가 과를 잘못 찾아온 모양이군요. 가출 소년 담당은 그러니깐..."
강형사가 말을 흐리자 과장이 알고 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년과 담당이지"
강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아마 제가 청소년과로 잘못 찾아온 듯 싶네요"
강형사의 말에 과장이 다시 한번 한숨 쉬듯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씨발, 나도 알아, 하지만 어쩔거야? 다른 사람도 아닌 진국당 수석 비서관의 부탁인데"
그제서야 강형사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예? 아까 그럼 아까 그사람이 걱국당 수석 비서관이란 말입니까?"
과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만 수석 비서관과 친한 모양이야 수석 비서관이 특별히 나에게 부탁해 오더라구 잘좀 봐달라며"
과장이 명함을 강형사에게로 밀었다. 그곳에는 오룡그룹의 마크와 함께 기획실장 심건호라고 적혀 잇었다.
"오룡그룹 심건호?"
"그래 그리고 딸아이 이름은 심 혜미 강호여중 2학년에 다닌다니깐 먼저 그쪽부터 알아봐 뭐 친한 친구 집이나 아니면 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잇을거 아냐?"
강형사가 피식 웃었다.
"뭐 가만 둬도 알아서 지발로 기어들어 갈텐데요? 물론 재수없으면 애베서 오겠지만 말입니다."
과장이 얼굴을 찡그렸다.
"하여튼 말많아 찾으라면 좀 찾아봐"
강현사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겟습니다."
과장이 손짓으로 강형사를 밖으로 내보냈다. 강형사가 다시한번 거수로 경례를 붙이고는 과장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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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과장이 생각나듯 말하자 강형사가 뒤로 돌았다.
"얼마전에 그 혜미란 애를 과외 시킨 대학생이 있었는데 이름이 김진우라고 했던가? 어쨌든 천마대학 철학과에 재학 중이라니깐 그쪽도 좀 알아봐"
강형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과장실을 나섰다.
강형사가 나간뒤로도 과장은 게속 뭔가를 끄적이다가 볼펜은 테이블에 탁 내리쳤다.
"씨발, 도대체 경찰을 뭘로 보고 그런 뒤치다꺼리나 맡으라는 거야?"
내심 과장도 화가 나 잇었던지 나직히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잠시 의자에 기대 몸을 뒤로 젖히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원래의 서류로 돌아갔다. 그가 읽어야 할 서류가 아직 많이 남아잇었기 때문이었다.
지포 라이터에 불이 켜졌다. 그리고 그 불은 하얀 88 라이트의 담배에 자신의 빨간 기운을 넘겨 주고는 사라졌다.
"후우~"
페속 깊이 들어갔다 나온 하얀 담배 연기가 순식간에 조그만 차안을 금새 메웠다. 차안은 금새 뿌연 연기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콜록, 아 그만좀 피우세요? 아니면 창문이나 좀 여시든가요. 이것도 간접살인이라는 거 아세요?"
곁에서 차를 몰던 김인호 형사가 줄창 담배를 피고 잇는 강형사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강형사가 그런 김형사의 머리를 주먹을 말아 쥐고는 알밤을 한 대 먹였다.
"짜샤, 신호 바뀌었잖아 출발해"
"쳇"
김형사가 자신의 머리 위에 생긴 혹을 한손으로 쓰다듬으며 짐짓 아프다는 시늉을 하고는 얼른 기어를 조정했다. 하지만 곧 차가 약간 진동하더니 부르르 떨다가 시동이 꺼졌다.
"제길 이놈의 똥차 같으니, 빌어먹을 이놈의 고물차좀 안바꾸나?"
김형사가 짜증 난다는 듯이 운전대를 주먹으로 내려 치고는 키를 돌렸다.
"어이 자네 실력을 탓해야지 웬 차탓?"
강형사가 곁에서 다시 담배를 한모금 길게 내뱉고는 마치 자신과는 상관 없다는 듯 먼 산 바라보듯 창문 넘어 경치만 바라보앗다.
'푸드들 푸드들'
그러나 한번 시동이 꺼진 차는 여간 해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빵 빵'
"씨팔 간다 가 그만 좀 빵빵거려 새끼들아"
김형사가 시동을 걸며 뒤에서 빵빵 거리는 차들의 경적에 짜증 난다는 듯이 말했다.
'푸드릉 붕~'
간신히 차에 시동이 걸리자 김형사가 젭싸게 다시 기어를 넣고는 엑셀을 밟았다.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매끄럽게 앞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근데 강호 여중이라고요?"
김형사가 차를 운전 하면서 물었다. 강형사가 반쯤 피다만 88을 담뱃재가 가득 들어 잇는 컵에다가 끼워서 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혹시 뭐 아는거 잇어?"
김형사가 한심하다는 듯 강형사를 보고는 이죽거렸다.
"아니 강형사님은 강호 여중도 모르세요? 강호 여중 하면 강남의 명문 중학이잖아요. 뭐 듣기로는 엘리트들의 엘리트만 다니는 학교라던데? 그런데 누구예요? 강호 여중에 다닐정도면 부모가 보통사람은 아닐텐데"
강형사가 다시 담배를 한 대 피려고 담배갑을 꺼내다 더 이상 담배가 없는 것을 보고는 빈 담배갑을 손으로 구겨선 바닥에 떨구었다.
"무슨 놈의 중학교도 엘리트가 잇냐? 원래 중학교는 뺑뺑이 돌려서 들어가는 거 아냐?"
"글세요? 뭐 뒷꽁무니로 손이라도 썼나보죠. 아 다왓어요. 저쪽이예요"
차가 대로를 빠져 나와 제법 크게 뚫려진 골목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얼마간 가자 널따란 학교 건물이 눈에 들어왓다.
김형사는 차를 잠긴 학교 정문 앞에 갔다 대었다. 그러자 둥그런 수위실 한쪽 창문이 열리며 학교 수위인 듯한 사람이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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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이십니까?"
김형사가 자신의 품에서 지갑을 꺼내선 펼쳤다.
"경찰입니다. 잠시 조사할게 있어서 그럽니다."
"무슨일이신지?"
수위는 김형사의 빼지를 확인 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정문을 열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러자 강형사가 김형사 쪽 창문으로 몸을 길게 빼내고는 수위를 보며 말했다.
"이곳 학생 실종신고가 들어와서요"
강형사의 말에 수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테이블 쪽에 있는 곳으로 손을 움직였다.
'찡. 그르르르'
뭔가 전기적인 신호가 움직인후 차를 가로 막던 철문이 양 옆으로 서서히 움직여 나가기 시작했다. 그 문은 양 쪽 끝까지 벌어졌다가 김형사와 강형사가 찬 타가 지나가자 다시금 서서히 닫혀지기 시작했다.
강형사와 김형사가 조용한 복도를 걸어 교장실이라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3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여자가 뭔가를 끄적거리다 들어노는 둘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연락받앗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앞에 놓이 소파를 가리키고는 방한 한쪽에 잇는 차세트가 놓인 곳으로 다가갔다.
"커피? 녹차?"
"커피로 하죠"
교장이 커피포트를 들고 말하자 강형사가 얼른 대답했다. 교장이 알겟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기로 된 잔에 커피포트의 뜨거운 물을 붙고는 그 안에 커피와 프림등을 타고는 조그만 숟가락으로 휘젖기 시작했다.
약간 몸을 숙여 커피를 타는 교장의 뒷모습은 짧은 치마 안으로 육감적인 몸매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잇었다.
강형사가 그런 교장의 육감적인 몸매를 정신없이 바라보다 교장이 몸을 돌리자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런 강형사의 모습에 김형사가 주먹을 말아쥐고는 키득거리자 강형사가 김형사에게 눈을 부라렸다.
"왜그러시죠?"
교장이 커피를 테이블 위에 늘어 놓으며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 아닙니다."
강형사가 황급하게 말하고는 다시한번 김형사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김형사가 겨우 키득거리던 웃음을 멈추고는 진중한 얼굴을 했다.
교장이 그런 김형사와 강형사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앗다. 교장의 짧은 치마가 허벅지 위쪽으로 말려 올라가면서 묘한 느낌을 풍겼다.
강형사가 애써 교장의 치마에서 눈을 떼고는 교장의 얼굴을 쳐다 보앗다.
30대 중반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피부와 더불어 오또한 콧날 그리고 서글 서글한 눈매등이 그녀가 미녀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강형사의 눈에 시리게 다가왓다.
"무슨 일이시지요?"
교장이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잔을 조심스럽게 들어선 자신의 입에 가져가며 물엇다. 그러자 강형사가 정신을 차리고는 커피를 한잔 집어 들엇다.
"아 예.. 강남 경찰서 강력계 형사 강 길우 라고 합니다. 이쪽은 김 진섭 형사고요.
"예. 강형사님 그리고 김형사님.. 저는 이 난희라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이곳 교장을 맡고 잇지�"
"꽤 젊으시군요"
강형사의 말에 교장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런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무슨일로..?"
교장의 말에 강형사가 정신이 든 듯 재빨리 말하기 시작했다.
"실은 다름이 아니라 실은 이곳 학생인 심혜미 양의 실종신고 가 들어와서요"
강형사가 커피를 홀짝이면서 눈 앞의 미모의 교장을 연신 훔쳐봣다.
"저런.."
"그래서 혹시 친한 친구들이 잇으면 만나서 도움을 좀 받을까 싶어서요"
"그랬군요 그렇다면 응당 도와 드려야죠. 그 학생이 몇반이죠?"
"아 예"
강형사가 교장의 말에 얼른 자신의 수첩을 펼치더니 뒤적거렸다.
"2학년 8반이군요"
교장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2학년 8반이라면 강은아 선생님 반 아이군요"
교장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낫다. 그리고는 천천히 책상 앞으로 다가가더니 인터폰을 눌럿다.
"아 저에요. 강은아 선생님이 수업들어가셨나요?"
"아니요? 지금 자리에 계십니다."
"알겟어요. 교장실로 오시라고 전해주시겟어요?"
"알겟습니다."
교장이 인터폰을 끄고 잠시후 교장실 문이 열리며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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