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야설

숙의 하루 (2-4) 여교사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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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부지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 동안, 한선생은 차를 몰며 여유있게 담배까지 피
워 물고 콧소리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숙은, 돌아오는 내내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지금 이 옆자리의 사내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열려진 차창 문틈으로 찬 바람이 흘러 들어오자, 땀에 젖은 살갗은
시원하게 닿고 있었다.

땀이 식는 그 느낌, 그것은 불과 몇십분 전의 이 차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그녀
의 머리 속에 떠오르게 만들었다. 아무리 인적 없는 강변이라 하여도, 그들은 정
사의 소음이 새나가지 않도록 차창을 모두 닫고 있었고 - 한선생은 꼭 필요한 만
큼만 그녀의 옷을 벗도록 강요했었다.

숙은 상의를 벗지 않았었고,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랫도리... 숙은 허전한 느
낌을 치마 속으로 느끼고 있었다. 거들, 방금 전의 그런 일들이 없기를 바라며
껴입은 그것은,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하기야 속옷을 아무리 덧입는
다 하여도 종내 그 속옷이 벗겨지지 않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는 그것을
바랬던 것이다. 전철 안 치한의 침투, 더 나아가선 이 한선생같은 사내의 손길..
. 거들은 그 아무 것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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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숙의 거들은 이제 그녀의 핸드백 속에 차곡히 접혀진 채 쑤셔 넣어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그녀는, 똘똘 말아 구겨진 상태로 팽개쳐진 속옷뭉
치 - 거들과 팬티 - 를 주워 들고 그 안에서 팬티를 끄집어내 입어야만 했다. 지
금 운전하고 있는 바로 이 사내 앞에서.

격렬한 정사였을 것이다. 그래서 숙은 벗지 않았던 상의와 브래지어가 후줄근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차창의 바람이 차가웠다. 아아, 그 살갛에서 식어가
는 땀은 정말 그녀를 불쾌하게 만들고 있었다. 땀, 그것은 그녀의 행위, 한선생
의 허벅지 위에서 헐떡였던 그 행위가 본능이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본능, 어쩔 수 없는 본능, 그 본능의 정사가 말하는 것은 이제 단순한 흥분과 쾌
락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돈에 대한 욕심, 협박에 대한 공포, 살아 남으려
는 욕구 - 이제는 그런 모든 본능이 어우러진 숙의 몸뚱아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숙을 몸서리치게 하고 있었다. 본능,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아랫입술을 깨물
었다. 인간적인 감정이 전혀 없는 사내에게, 이제는 그것도 그가 원할 때마다,
그녀는 그 본능을 드러내야만 한다...

비참했다. 그 댓가로 주어지는 것이 무엇이라 해도.

-이 동넨가, 집이?

한선생은 어느새 그녀가 가르쳐준 집 근처까지 와서 멈추고 있었다.

-어디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지.

그는 호의를 베푸는 척 하고 있었다. 어금니를 깨물며, 숙은 그제서야 눈을 뜨고
거리를 보았다.

-아녜요. 전 여기서 내리겠어요.

공연히 그의 선심쓰는 듯한 위선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또 그러다가 집안 식
구들 눈에 띄일 위험도 있다. 한선생은 뭔가 아쉽다는 듯 차문을 여는 그녀를 돌
아 보았다.

-어디서 저녁이라도 먹지 않겠어? 아니면 술 한잔 할까?

막 몸을 내리려던 숙의 양미간이 찌푸려졌다. 그저 한번 몸을 허락한 것을 가지
고 이 남자는 마치 숙의 정부라도, 아니 애인이라도 된 듯한 눈치다. 그녀는 돌
아보지도 않고 쌀쌀맞게 대꾸했다.

-됐어요. 저 피곤해요.
-피곤해? 푸훗...

철썩, 조수석에서 막 둔부를 들던 그녀 엉덩이를 한선생은 귀엽다는 듯 치고 있
었다.

-그래... 피곤할테지, 그럼 나중에 또 놀러 가자구. 큭큭...

숙은 출발하는 한선생의 차 뒤에 남겨진 채, 한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아...
저 웃음소리. 한선생은 피곤하다는 그녀의 대답이 못내 야릇한 모양이었다. 길가
에 선 그녀의 귓가엔 그의 능글맞은 웃음이 맴돌고 있었다.

 

집에 들어와서도, 숙은 저녁 생각이 없다며 일찍 자리에 누웠다. 밥이라도 먹고
자라는 어머니의 성화를, 그녀는 몸이 안좋다는 핑계를 대고 물리쳤다. 아버지
역시도 걱정하는 목소리로 이것저것을 캐물었지만, 그녀는 얼버무리며 넘긴 채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봉투... 가방 안에 아직도 그대로 들어 있는 돈봉투가 생각났다. 적어도 고급 양
장 한 두벌을 사고도 족히 남을 돈이다. 어째야 하나? 그녀의 머리 속이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찼다. 그것은 마교장도, 한선생도 모두 알고 있는 돈이다. 한선생
은 돈을 돌려 주겠다는 숙을 만류했었다. 꼭 그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 하여도 자
기가 다 무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 그것이 그와의 협상이었다. 마교장의 동침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것만이 유일하게 그녀가 가진 희망사항이었다. 마교장... 그는 며칠 전 교육관
의 접대자리에서 은과 밤을 보냈었고, 오늘 오전에는 곧 유부녀가 될 영과 훤한
대낮에 교장실 안에서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마교장은 여선생
들 중 몇 명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관계일까?

새로운 의문과 의혹이 그녀의 머리 속을 채우고 있었다. 은과 희는 돈을 받자마
자 옷을 산다느니 하며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그 여자들처럼 아무
일 없듯이 돈을 받게 되는 것일까?

그 때였다. 숙의 아랫배에 얼얼한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차...! 후다닥, 숙은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재빨리 옷을 벗고 그녀는 화
장실로 달려갔다. 며칠 전 호텔 방의 경우에는, 한선생과의 정사가 끝나자마자
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벌써 몇시간이나 지났는데! 쏴아아,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서둘러 알몸이 되어 화장실 바닥에 용변을 보는 자세로 쪼그리고 앉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피임효과도 얻을 수 없었다. 적나라하게 벌어
진 엉덩이 아래로 샤워기를 가져가며, 숙은 자기 실수를 통감하고 입술을 깨물었
다. 바보같이, 깜빡하고 있었다니... 그녀는 한손으로 샤워기를 쥔 채, 다른 손
을 아래쪽으로 뻗어 스스로 국부를 벌렸다.

따스한 물줄기가 분수처럼 퍼져 나왔다. 그녀는 최대한 고개를 숙여 자신의 엉덩
이 사이를 바라 보았다. 여자의 몸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들
여다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곱슬한 음모, 자신의 수풀을 헤치고 손가락으로 음
순을 헤집어 벌렸다. 물줄기들이 그녀의 사타구니에 뿜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의 실수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약을
사 먹어야지 - 숙은 손가락 끝의 감촉으로 자신의 아래 입술을 더듬어 벌리고는
안쪽 속살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한선생의 정액이 그녀의 하복부 전체에 묻
어있는 느낌이어서, 그녀는 한참동안 질안 구석구석을 물줄기로 훑어냈다.

정성스럽게 - 그것을 정성스럽다고 하는 것이 옳을 지 모르지만, 피임약을 먹고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최대한 숙은 자신의 엉덩이를 벌리고 그 부드러운 입술이
뽀득거릴 정도로 자신의 음부를 씻고, 또 씻어야만 했다. 십여분이 지나, 하도
문질러서 허벅지 사이가 아플 정도가 되서야, 숙은 쪼그리고 앉았던 몸을 일으켰
다.

다시금 그녀의 하복부에 통증이 왔다. 아! 왜 이러지... 배가 아픈 건가? 그녀는
나머지 몸을 씻으려다 말고 좌변기 뚜껑을 열고 걸터 앉았다.

아야... 그러나 숙의 엉덩이 사이에선 그 어떠한 용변의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
었다. 설마...? 아냐, 그럴 리는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화장지를
뜯어 좌변기 속으로 들이밀고 허벅지 사이에 대어 보았다.

앗 - 숙은 엉덩이 뒤쪽으로 대고 있던 화장지를 들여다 보고는 까무러칠 뻔했다.

화장지에 아주 조그맣게, 핏자국이 묻어 나고 있던 것이다!
★숙의 하루 (제8부)★ 여교사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 ②

놀란 숙은 다시 한번 화장지를 뜯어 가랑이 사이 사타구니에 밀어 넣었다. 설마.
.. 정말 설마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확인을 해야한
다.

십여 초간 엉덩이 사이 질구에 대고 있던 화장지를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
는 저으기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렇지는 않은 거야... 숙은 혹시라
도 상처가 났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말로만 들어본 경우였다. 친한 친구, 그것도
시집을 갔거나 아니면 아주 그런 쪽에 밝은 - 밤 경험이 풍부한 - 여자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너무 격렬했던 때에는 정상적인 관계라도 약간의 하혈은 발견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특별하게 상처가 났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여자의 그
곳은, 그 안쪽 깊숙히 들어가는 곳은, 아주 무디기도 했지만 반대로 아주 예민하
기도 해서, 그래서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하여도 모르고 지나는 일이 빈번하니
까.

몇시간 전 한선생과의 행위가 상당히 거칠었던 것은 사실이다. 자기가 위에서 움
직였으므로. 하지만 정사가 끝난 후에도 숙은 그다지 이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
었다. 적어도 그녀는 상당히 매끌거리는 타입이고, 또 별다른 마찰의 통증 따위
는 느끼지 못했었다. 그리고 만약 조금 전에 그녀가 걱정했던 경우의 상처라면
배가 아릴 이유가 없다. 아파도 최소한 그쪽은 아니다.

원래 그녀는 시작할 때에 약간의 통증을 느끼는 타입인데, 물론 그것도 개인차가
있어 어떤 사람은 정작 속옷을 확인해야 알고, 어떤 여자는 떼굴떼굴 구르는 정
도의 사람도 있지만, 만약 숙의 짐작대로라면 이것은 퍽 다행한 - 정말 다행인지
는 모르지만 어쨌든 - 일이다.

나머지 몸을 대충 샤워하고 나서, 숙은 방으로 돌아와 달력을 점검했다. 지난
달, 지지난 달... 맞았다. 다소 빨리 왔다. 비교적 규칙적인 주기를 타는 그녀지
만, 그 또한 들은 얘기로 알 수 있었다. 갑자기 행위가 빈번하거나 하는 경우에
는, 그것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아까까지만 해도 몰랐던 일이다. 실제로 이런 일은 시작되고 난 후에야 아는 경
우가 대부분이고, 특히나 그녀는 냄새 - 아는 사람은 아는 얘기 - 가 거의 없는
편에, 다른 사람처럼 며칠간 지속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다행..
. 아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만, 여하간 화장실에서 씻어내기 전까지 가지고 있
던 걱정거리는 해소된 셈이다.

그녀는 다시 한번 날짜를 짚어가며 체크했다. 그제, 오늘... 아마 이 정도면 안
심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원래 - 이것도 알만한 사람만 아는 얘기 - 생리 전
후의 며칠간은 안전한 자연피임기간이다. 그러니 요 며칠 간의 한선생과의 정사
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뭐라더라... 그런 걸 이용한 오기노식 주
기법도 있다고들 하지만.

갈아 입을 팬티를 들고, 구석 서랍에서 생리대를 꺼냈다. 숙은 그다지 두껍거나
큰 사이즈를 쓰지 않았다. 뭉쳐서 나오거나 몰리는 타입이 아니니까.

뒷면의 테이프를 떼고, 팬티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다시 가랑이 사이로
끼워 넣어 입고, 옷장 서랍에서 미디 스타일 거들을 꺼내어 덧입었다. 바지를 입
을 것도 아니고, 오늘 아침에 입었다 아까 벗은 것처럼 웨이스트 형의, 허벅지까
지 내려오는 것도 필요가 없다. 그저 팬티보다 조금 큰 미들형이 이런 경우 팬티
와 패드가 흐트러지지 않는 데에는 더 낫다.

피식, 숙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괜한 피임 걱정에 호들갑을 떤 것 같기
도 했지만, 어쨌든 거들 - 이 진짜로 필요해 입게 된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괜
한 생각에 입었다가 갑갑해서 불편했으니까.

자리에 눕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일어났다. 예비의 것을 미리 준비하기
로 한 것이다. 가방 안에 새것의 패드를 집어 넣으려다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
다. 그래, 그래도 몰라. 행여...

드르륵, 다시 옷장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레이스 없고 하이 레그가 아닌 면팬티
를 하나 골라 가방 안에 미리 넣어둔다. 됐다. 생리대면 몰라도 팬티는 내일 잊
고서 챙기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다.

아아... 숙은 자리에 누우며 안도감을 느꼈다. 당분간은 한선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공식적이고 피할 수 없는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고, 마교장은... 그가 알아
서 처리할 것이다. 그렇게 누워있자니, 몇시간 전의 일들이 다시 눈 앞에 떠오르
기 시작했다.

눈을 꼭 감았다. 기억하기 싫은 일, 그것이 아무리 그녀 스스로의 동의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 하여도... 그녀는 마지막 그 한선생이 사정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오르가즘 - 내가 겪은 것이 그것이었을까. 숙은 절정에 달한 그 순간, 멋도 모르
고 핸들에 무너져 경적소리가 울렸던 그 순간을 상기해냈다.

아냐, 아닐 거야. 그녀는 부정하고 싶었다. 말도 안돼. 그런 느낌, 그건 내가 알
기론 상대방 남자와 완벽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한선생, 그
사람과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이였어.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구. 차라리 죽
이고 싶은 사람인데, 그런 작자의 아랫배 위에서 내 몸둥아리가 경련하고 있었다
니.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자기의 땀방울에 젖은 엉덩이를 쥐고 있던 한
선생, 그 사람은 그 모두를 남김 없이 보고 관찰하고 있었을 것이다 - 이런 생각
에, 숙은 수치심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각하지 말자. 아니야, 난 그런 여자가 아니야. 그런 남자한테서 오르가즘을 느
꼈을 그런 여자가...

그럴수록 한선생의 차안, 좌석시트, 벗어 던져진 팬티스타킹, 이런 단상들이 또
렷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니야, 그만! 빠아앙 - 그 클랙션 소리가 숙의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퍼뜩, 눈이 떠졌다. 앞이마에 땀이 촉촉하다. 훤한 아침이었다. 아아... 그녀는
어젯밤 그렇게 잠이 든 모양이었다. 고개를 들어 침대 머리 맡의 탁상시계를 바
라 보았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 잘못하면 지각이다.

어제 하루의 일들이 퍽 고단한 모양이었다. 숙은 꿈도 안꾸고 늦잠을 잤다. 옷을
입으며, 그녀는 무심결에 정장바지를 꺼내려다가 쓴 웃음을 짓는다. 참, 그날 중
이지... 요란하지 않은 치마가 무난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교무실에 도착했을 무렵은 그리 크게 늦지 않은 시각이었다. 휴우.
.. 한숨을 쉬며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숙은 흠칫,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
다.

따지고 보면 놀랄 일은 아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여도 그것은 아주 정상적인
광경인데 - 그녀의 마음 속에 찔리는 그 무엇이 있어서 그럴 뿐이다.

임시 교사들의 책상 줄, 그 맨 끝머리에 그녀들의 주임 - 강사들을 맡은 - 이 돌
아와 있었다. 한선생, 그러나 그는 책상에 앉는 숙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조간신
문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왜일까... 이 상황은 분명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어느 교무실이건 매한가지의 아침 모습인데, 숙은 마치 도살장의 한복판에
끌려 들어온 느낌이었다.

저 남자. 저 남자 때문일까. 어제 저녁 저 남자와의 살섞음 때문에...? 늘 앉던
그녀의 책상이 너무나 낯설어서, 그녀는 훅 쉼호흡을 하고 의자에 앉았다.

-어머, 늦었네? 늦잠 잤어?

옆자리의 은이었다. 숙의 신경이 온통 한선생에게 몰려있느라, 그녀는 은이 이미
나와서 자리에 앉아있음도 채 보지 못했었다.

-으응, 조, 조금...
-왜? 어제 뭐 피곤한 일이라도 있었어...?

억지 웃음을 지으며 돌아보는 숙인데, 은은 컴팩트 거울을 꺼내들고 화장을 고치
느라 여념이 없다. 그녀는 숫제 이제는 교무실 안에서도 공식직함을 쓰지 않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숙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친한 척이 역겨웠다. 은은 숙이 그녀들과 함께
밤자리 접대에 같이 나간 것만으로, 마치 무슨 대단히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한선생은 신문에서
콧빼기도 들지 않았다. 숙은 그런 그를 무의식적으로 흘끔거리는 자기 자신을 발
견했다.

아냐, 아무 일도 없는, 아니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행동해야지... 적어도 학
교 안에서는 그래야 해... 그리고, 혹시나 나와 저 남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
다는 걸 절대로 여기 은이나, 희에게 들켜서는 안돼 -

-어머, 일찍들 나오셨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때였다. 멤버들의 마지막이자 한살 어린 막내, 희가 생글거리는 얼굴로 숙의
맞은 편에 앉고 있었다.

-희 선생, 어제 산 것 맞어?

희가 오자마자 은이 던진 말이었다.

-아뇨, 그게...

맞다. 어제 그녀들은 마교장에게서 받은 수표를 들고 옷을 사러 간다고 했었다.
아마도 어제 쇼핑에 관한 화제인 모양이다. 숙은 혹시나 은이 곤란한 질문을 할
까봐 걱정하는 와중에, 희의 등장으로 대화가 그쪽으로 옮겨가자 저으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한선생은 여전히 그들의 존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눈치
였다.

조회가 시작되었다. 조회의 주된 내용은, 다음 주에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교육관의 방문이 오늘 오후로 당겨졌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
인지, 숙은 대충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보통은, 그런 높은 자리의 사람이 온다고 하는 것은 급작스레 변경되는 경우가
드물다. 왜냐면 당연히 방문을 받는 입장에서도 준비와 호들갑이 필요하기 때문
인데, 그래서 방문자 측도 대충은 그럴 것을 예상하고 넉넉하게 예정을 잡기 마
련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친다 -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당연했다.

요식행위라는 의미였다. 즉 숙의 학교는 별반 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로, 어차피
들리지 않아도 뻔한 곳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이미 전산화 시범중학교는 정해
졌다는, 그녀의 학교가 선정되었다는, 그런 뜻인 셈이었다. 그렇기에 조회를 맡
은 교감 선생도, 대충 교장실에서 차 한잔 하시고 갈 터이니 별다른 준비는 말아
라 - 이렇게 공지하고 있었다.

사실 그 소식에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바로 이 교무실의 맨 끝자리에 앉은, 여
기 세명의 여자 강사선생들의 덕일 것이다. 누구한테 밝힐 수도 없고, 또 밝혀져
서도 안될 노릇이지만, 며칠 전의 그 술자리 접대 - 숙이 호텔에서 한선생과 처
음 관계를 맺은 날 - 가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교육관으로서도 대충
이 학교는 넘어 가고 일정을 줄이는 것이겠지... 숙은 짐작할 수 있었다.

교육관, 그 작자가 희에게는 돈봉투를 따로 얹어 주었다더니, 아마 썩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러니 다시 만나자는 암시를 준 것이겠지만, 결국은 그래서 생긴
당연한 결과가 방금 전의 발표 아니겠는가.

-자, 모두들 들으셨죠? 오늘 교육관님이 오십니다.

조회가 끝나고 교감선생이 나가자, 한선생이 자기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그녀들
에게 던진 말이었다. 그는 능글맞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저 미소의 의미는...
숙은 양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오늘도 접대가 있다는 말이겠지.

-다들 잠깐 수업 전에 얘기 좀 했으면 좋겠는데...

숙의 예상대로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교무실 안을 휘 둘러본 한선생은, 다른 교
사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는 우리끼리 얘기하기가 힘들 것 같고... 그래요, 잠깐 따라들 오세요.

우리끼리 얘기한다. 은밀한 대화임에 틀림 없다. 은과 희는 스스럼 없이 자리에
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숙도 하는 수 없이 그녀들의 뒤를 따라 장
소를 옮겨야 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늘 그녀에겐 확실한 거부의 구
실이 있었다. 빨간 날, 매직 데이, '그날'...

한선생의 뒤를 따라 들어선 곳은 학생부실이었다. 오전 첫 수업 이전의 시간이므
로, 그곳은 당연히 비어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

숙은 학생회실에 들어서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학생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석이었다. 바로 며칠 전 음악실 안에서 그녀의 치마속을 훔쳐보던 그 녀석이었
다. 혁과 거울을 주고 받다가 아예 바닥에 엎드려, 숙의 치마속에 겁도 없이 고
개를 들이밀었다가 정통으로 걸렸던...


* 저자 주 : 워낙 연재가 장기간에 이어지다보니... 아마 '석'과 '혁'이 누군지
모르시거나 잊고 계신 분들이 있을까 해서요... 궁금하시면 작년 11월 초에 31번
이벤트란에 올렸던 <숙의 하루 - 치마속, 거울, 훔쳐보기> 편을 참조하셔요. 아
마 29,30번 (천리안은 12월말 253, 254번)쯤에 있을 겁니다. 그 때 숙의 팬티 훔
쳐보다가 종아리에 부딪혔던 친구가 석이죠.


★숙의 하루 (제8부)★ 여교사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 ③

근신처분 중이였기에, 이곳 학생부실에서 아침 일찍부터 나와 반성문을 쓰고 있
는 석이었는데, 당시 숙은 한선생에게 넘겼었기에 이 녀석이 이곳에 와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놀라기는 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학생부에서 매를 맞은 이후로 처음 이 여선생
을 마주친 것이다.

숙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치마
속으로 얼굴을 거의 절반이나 쑤셔넣고서 부끄러운 부분을 적나라하게 들여다 본
놈 아닌가. 게다가 그녀의 종아리에 본의아닌 입맞춤(?)까지 했던 녀석인데...
곤란하고 어색한 대면이었다.

석도 그녀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것을 느꼈는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뭐해요, 숙선생. 이리 앉아요.

그러나 한선생은 그런 두 사람 사이를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예, 예...

숙이 자리에 앉자, 그는 예의 능글맞은 미소를 띄운 채 말을 꺼냈다.

-자, 우리끼리 있으니 얘긴데...

우리끼리? 접대용 여선생들과 담당 주임선생... 하지만 저기 저 학생도 있는데..
. 숙은 혹시나 석이 그들기리의 얘기를 엿듣는 것이 아닌가 불안했다. 하지만 한
선생은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당연히들 아시겠지만... 오늘도 교육관님을 모실 술자리가 있어요.

흘낏보니 은과 희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에... 시간 없으니 이따 점심시간에 이리로들 잠깐 모이세요, 받아가셔야할 게
있으니. 참, 희선생님은 이따 도착하시면 교장실로 오세요... 교육관님 차대접을
해드려야하니까...
-네.

숙은 어이가 없었다. 희는 당연한 듯 대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차시중까지
여선생에게 시키다니... 그리고, 점심시간에 받아갈 것이 있다니? 아마 오늘 저
녁 술자리의 댓가일 돈봉투들을 얘기하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그녀는 오늘 빠져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저, 그, 그런데요...
-뭐죠, 숙 선생?

말을 마치려던 한선생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득였다. 난감했다. 아무리 정당한
사유라지만, 이 남자 선생에게 생리중이라는 말을 어찌 드러내놓고 한단 말인가.

-저, 오, 오늘은... 제가...

뭐라고 얘기하지? 수치스러움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씀하세요.

아아, 같은 여자인 은과 희마저 의아한 눈초리로 숙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귀밑이 붉어져옴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모, 몸이...
-왜요? 어디 아프신가? 그래 보이진 않는데...

당혹스러웠다. 대충 눈치채고 넘어가주면 좋으련만.

-아니 뭐 술자리까지 안갈 수도 있는데, 왠만하면 나오시지?
-저, 그, 그게 아니라... 오늘부터...

숙은 입술을 깨물었다. 도대체 뭐라고 얘기해야하지...?

-말해봐요. 몸이 어떻다는 건지.

이제 좌중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고 있었다. 여자들만 있거나, 아님 최소
한 저 구석의 학생만 없어도 좋을텐데 - 별 수 없는 숙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그, 그게 시작해서...

기어들어가는 숙의 목소리였다. 한선생은 못알아 들었는지 그녀쪽으로 몸을 기울
이며 재차 물었다.

-오늘부터 뭐가 시작됐다구요...?

그 때였다. 키득키득, 웃음소리가 났다. 은이었다.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은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아항, 알았다 - 하는 표정이었다. 어머, 언니이! 희
가 숙의 눈치를 보며 은을 조그만 목소리로 책망했다.

-후훗, 주임 선생님, 숙 선생님 오늘부터 그날이래요, 그날...!
-뭐요? 그날?

부끄러움에 쥐구멍이라도 찾고픈 심정의 숙이었다.

-어유... 한선생님도... 생리중이라고요, 생리중!

숙은 놀라 까무러칠 정도였다. 같은 여자로서도 감추고픈 비밀을 중년 남자에게
이렇게 다들리도록 떠들다니. 게다가... 저기엔 엄연히 선생과 제자 사이인 석이
도 있는데.

-아... 생리...

아아, 다 들었을 꺼야. 이렇게 큰 목소리로 말했으니, 저 남학생도... 수치심에
숙은 죽고만 싶었다.

-푸훗... 어제 봤을 때는 아니더니... 그럼 어쩔 수 없군. 하지만 오늘도 꼭 저
번처럼 하자는 얘기는 아닌데... 정 그렇다면 오늘 숙선생은 안되겠구만...

어제까지는 아니었다 - 그녀는 이 말에 더 큰 분노를 느꼈다. 무슨 말을 하는 건
가, 이 작자는! 그럼 어제 내가 생리중이었는지 아닌지 자기는 알았다는 얘기인
데,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입에 올리다니. 제발, 은과 희가 못알아 들었기
를...

눈물이 핑 돌았다. 은도 자기가 심했다는 걸 알았는지, 일어서며 흘끗 구석의 석
이를 돌아 보았다. 한선생은 야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 한 여자의 부끄러운
얘기가 그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사건일 뿐이었다.

-어쨌든 숙선생도 이따가 여기 학생부실에 잠깐 들려요. 저녁 술자리에는 안나와
도 좋지만.

 

학생부실에서 돌아온 숙은, 창피감에 혼자 음악실로 향했다. 어디 구석진 곳에서
울기라도 하고픈 심정이었다. 부디 어제는 아니더라는 한선생의 말을 은과 희가
못들었기만을 바랬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들은 대번에 그가 말한 의미를 알 것
이다. 즉 어제, 한선생은 숙이 생리중이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었다는...

당연히 아침부터 이런 황당함을 겪은 숙이었으니, 오전의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 그렇기에 입맛마저 떨어져, 점심시간이 되어도 그녀는 텅빈 음악실에
틀어 박혀 피아노 앞에만 앉아 있었다.

어쨌든 점심시간이 되었고, 그녀는 한선생이 말한 대로 학생부실에 들러야만 했
다.

피아노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던 숙은, 그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치마
속,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뭔가 잘못된 감촉이 들고 있었다.

아, 이런... 낭패였다. 본격적으로 그녀의 월중 행사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그러
나 아뿔사,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 사타구니가
야릇한 상황이었다.

그날이라면 흔히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자세 탓에 패드가 약간 비뚤
어진 모양이었다. 아무리 요즘의 생리대가 흡수력이 좋다고 하여도, 흘러나오거
나 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숙은 그보다도 속옷에 묻을까 걱정이 되
었다. 이럴 수가, 그럴까봐 거들까지 입었었는데...

어쨌든 이럴 때를 대비한 여분의 것은 일층의 교무실 안 그녀의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 숙은 흐트러질까 염려하며 조심스러운 자세로 재빨리 교무실로 향했다.


한편, 3학년의 어느 교실 안.

-야, 넌 똥 닦는데 신문지 쓰냐?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혁은 넓은 신문지 한장을 챙겨들고 일어서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한 녀석이 화장실에 가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래, 화장실 간다. 짜샤.
-근데 그건 뭐야? 내가 휴지주리?

녀석은 난데없이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가는 혁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킥킥, 몰라도 돼, 내가 이따 점심시간 끝나고 가리켜 줄께.

일층을 향하며, 혁은 알 수 없는 미소를 키득대고 있었다. 니들은 모를 꺼다. 내
가 왜 신문지를 가지고 가는지 -

일층의 복도 끝엔 다른 층과 마찬가지로 화장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앞에서 그
는 잠시 머뭇거렸다. 누가 자기를 보고 있지나 않은지 망을 본 것이다. 그리고
잽싸게, 혁은 화장실 안으로 뛰어들듯 사라졌다.

이 화장실은 다른 화장실과 다른 점이 두가지 있었다. 첫번째로 그것은 학생이
아닌 이 사립학교의 용역 아주머니가 청소를 하기에, 다른 곳보다는 월등히 깨끗
하다는 점이고 - 두번째는 그 팻말이 다르다는 것이다.

팻말에는 다름아닌 이런 글자가 씌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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