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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있찌? (막둥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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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남편의 출근 준비에 한참 바쁜 시간... 식탁에 앉은 올해 열 살 짜리 아들이
이런 말로 내 치마를 움켜잡는다.
"엄마 있찌? 아침에 일어나면 고추가 선다!" 자랑처럼 내뱉는 아이의 말...
"오줌 마려워 그렇잖아! 그럼 얼른 일어나 오줌 눠야지!"
"그런데 오줌 안 나와! 한참 서 있어도 안 나오잖아...?"
저 안에서
"양말 어딨어? 넥타이는 또 어디에 있는 거야?"며 깝쳐대는 남편의 말소리가 들린다.
"거기 있잖아요! 양말은 양말 통에... 넥타이는 장롱 왼쪽걸이에... 맨날 그 자리 있는 데도 우째 맨날 아침마다 찾는 데요?"
"좀 찾아주면 어디 덧나나? 맨날 집에서 노는 사람이...!"
집에서 노는 사람이란 말에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지만 아침이라 참는다.
치마를 휘감아 잡은 아이를 뿌리치고 안방으로 달려들어가 양말 통을 엎어 거기서 하나 집어 펴주고 넥타이를 팔에 걸고 서 있노라면 시계를 보며 허둥대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다.
"내일은 아침운동을 말든지 해야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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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운동을 싫어하는 남편, 거기다 아침잠이 많은 남편을 구슬려 겨우 아침조깅을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구실거리를 찾고 있다.
조깅은 뭐 자기 혼자 가나? 딴전 피울 거 같아 따라나서야 하는 처지다 보니 미리 일어나 밥을 해두지 않으면 몽땅 지각을 시킬 게 뻔해서 자기보다 한 시간은 더 먼저 일어난다는 걸 알기나 하는지, 원...
그래도 내 남편... 이 집안의 기둥!
와이셔츠 단추를 끼울 때 타이를 돌려 곱게 매준다.
그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울 속 한번 힐끗 보고는 도망치듯 달아나는 남편!
볼에 입술 한번 찍어주고 가면 어디 덧나나?
엉덩이 한번 슬쩍 두드려주면 손가락에 쥐난담?
큰 전쟁은 끝났고 또 작은 전쟁 둘이 남았다.
올해 고1인 큰애는 자기 방과 거실의 거울 앞을 벌써 몇 번이나 왔다갔다 난리다.
치마도 블라우스도 아닌 머리 매무새 다듬는 데에 아침기운을 다 빼고 있다.
나도 저 때 저랬던가? 보고 있자니 짜증이 돋는다.
"야, 현주야! 그래서 엄마 손거울 네 방에 넣어 놓았잖아!"
"엄마는 사람 볼 때 머리만 봐? 얼굴도 보고 옷도 보고 몸 전체와 맞춰서 보지!"
"그러다 버스 놓치면 어쩌려고 그래?"
"버스야 놓쳐도 또 기다리면 되지만, 사람은 또 온다는 보장이 없잖아?"
"너 혹시 남자친구 생겼니?"
"없으니까 이러지..."
이제 큰방까지 들어와 엄마가 쓰는 고대기를 들었다 놨다 번잡다.
아우 정말 왕 짜증이다.
그래, 네 년이야 학교를 가든 말든 엄마도 모르겠다! 하고 돌아서서 식탁을 보는데 이번엔 작은놈이 없다.
벌써 밥을 다 먹었나? 밥그릇이 그대로다.
그 애 방에 들어가 보는데 거기도 없다.
고작 애 둘에 이 난리를 치르면 줄줄이 일곱을 키운 엄마 아버지는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직하다. 그럼에도 내 머리 속에는 그렇게 번잡스러운 기억이 없다.
바람 불면 마당의 낙엽이 저절로 치워지듯 그렇게 다들 절로 자란 거 같다.
작은애 방을 돌아 나오는데 화장실 문이 빼꼼 열려 있어 거길 들여다보니 그곳에 떡 하니 작은놈이 서 있다. 뭘 하나 이놈은 또...?
"얘, 넌 또 뭣하니? 너도 어디 장식할 데가 있니?"
변기 앞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꼴이 거기 어디 화장을 하고있는 거 같다.
얼굴을 디밀고 보니 오줌을 못 눠 끙끙대고 있다.
"말했잖아! 선다고??" 짜증 찬 어투다.
"오줌이 꽉 찼구먼, 뭐... 천천히 눠! 조급하게 생각 말고..."
그렇게 버려 두고 나오려는데 치마를 꾹 움켜잡는다.
"왜?"
"옆에 있어 줘!"
"왜 그래! 밤도 아닌데...?"
"그래도..."
하는 수 없다.
지켜보고 섰다.
고추를 쥐고 탈탈 털어도 주다가 윗배를 쌀쌀 쓰다듬어도 주다가...
고추가 끄떡끄떡... 나올 듯 말 듯 꼭 오늘 아침 날씨 같다.
어쩜 아침나절부터 한 바탕 소낙비를 퍼부을 것도 같은데...
"엄마 윗층 승기 형 있잖아?"
승기라면 나이는 우리 큰애하고 동갑이지만 복중에 앓은 병으로 약간 자폐증상이 있는 아이다.
"승기가 왜?"
"승기 형 고추에 털 많다! 아빠보다는 작지만..."
"너도 좀 더 크면 그렇게 돼! 왜, 탐나니?"
"탐나긴... 아침마다 머리 감는 것도 귀찮은 데 거기까지 어떻게 다 감아?"
"승기는 아침마다 감는 데냐?"
"응! 승기 형은 빗질까지 한데!"
"뭐 빗질까지... 호호호... 깔깔깔깔"
그때 변기에 쭈루루 하고 오줌이 쏟아졌으므로 아일 세워두고 나왔다.
하여간 머시매들이란 저 별난 맛에 키운다니까... 낄낄낄낄
오줌을 다 눈 아이가 다시 식탁 앞에 앉았다.
나는 손 씻고 오라고 또 화장실로 쫓았다.
부리나케 손을 씻고 온 아이가 다시 별난 말을 깔아 놓는다.
"엄마 그거 알아? 남자 고추가 왼쪽으로 누워 있으면 자지, 오른쪽으로 누워있으면 우지! 그거...?"
"하하하 승기가 그런 얘기까지 하데?"
"이건 학교 형들이 그랬어!"
"그래, 넌 어느 것이데?"
"어떤 땐 자지, 어떤 땐 우지... 그런데 아까 오줌 나올 때 자세히 보니까 자지 같애!"
얘기하느라 통 밥을 안 먹고 있어 내가 숟갈을 뺏어 떠 먹여준다.
얘가 그런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걸 보면 곧 사춘기가 시작되려나 보다 생각했다.
아이의 얘기가 재밌어보다 애가 얘길 하며 신나 하는 모습이 더 귀여워 또 물었다.
"그런데 또...?"
"엄마 재밌지?"
"그럼!"
"그런데 누나는 하나도 재미없대! 요 꼬맹이가 하며 자꾸 쥐박기만 한단 말야!"
"아직 어려 보여서 그렇겠지? 빨리 먹어! 늦겠다..."
이제야 제 손으로 밥을 퍼먹기 시작하던 그 아이가 또 갑자기 무슨 말이 생각났는지 내 얼굴 앞으로 입술을 바짝 밀고 속삭이듯 이렇게 묻는 거였다.
"엄마! 엄마도 그랬어?"
"뭘.............??"
"남자는 가르마를 타고, 여자는 머리를 땋아서 결혼한다는데... 엄마 아빠도 그랬냐고?"
"응 그랬던 거 같애! 오래 돼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승기 형 말이 맞긴 맞구나...!"
"또, 승기야? 무슨 말을 했는데...?"
"난 고추에 털이 없어 가르마를 못 탈 거라 하잖아? 그래서 지금은 결혼할 수 없다고..."
그때야 나는 박장대소하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을 진지하게 말하는 아이나, 진지하게 듣고 있었던 엄마나 똑 같을 거다.
이 아이가 한 해, 또는 또 한 해 더 커서 고추에 거웃이 거뭇거뭇해지면 저런 말 하라해도 안 할 거다.
아니, 못할 거다.
이 아이에게 이런 얘길 듣는 마지막일지 모른다.
밥을 비운 아이가 일어났다.
오늘따라 제 말을 곧이 들어줬다고 투정 없이 밥을 비우고 일어난 아이!
귀엽다!
대견하다!
쫄래쫄래 걸어 들어간 욕실로 따라가 양치를 시키고, 제 방으로 나와 아이 스스로 책가방을 챙기는 사이 옷을 갈아 입혀주는데 아침부터 팬티를 갈아 입히며 고추를 한번 더 본다.
아직 거웃은 한 올도 돋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만만하다.
거기다 뽀뽀라도 해주고픈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옷을 껴 올려준다.
아이는 모른다.
엄마가 얼마나 엉큼하고 수다스러워졌는지를...
책가방을 둘러맨 아이가 현관을 나설 때
눈썹 속에 몰래 키워온 거웃 하나가 빠져 달아나고 있었다.
저 하늘로...,
빵긋빵긋 헤헤거리는 별님들이 모두 눈을 가린 저 하늘을 향해................................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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