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 출신' 린가드·포옛, 한목소리로 한국 심판 비판… 지금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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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유럽 최고 무대에서 뛰어온 이들이 하나같이 심판 문제를 지적했다. 심판계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10일에 열린 FC서울과 맬버른시티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는 2년 한국 생활을 마치는 린가드의 고별전이었다. 린가드는 이날 선발로 나서 전반 31분 선제골까지 넣으며 자신의 서울 생활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비록 팀은 1-1로 비겼지만 린가드는 마지막까지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으로 팬들에게 박수받았다. 린가드는 동료들과 해후를 나누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린가드의 고별전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린가드는 한국 축구가 개선해야할 점으로 경기장 잔디, 구단 시설과 함께 심판 판정을 거론했다. 특히 "심판 판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나는 심판들과 문제가 있는 스타일이 아닌데, 시즌을 치르면서 그들이 일부러 분노를 조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경기장 잔디나 구단 시설 등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만, 심판 판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라고 심판계의 개선을 촉구했다.
이는 지난 8일 전북현대를 떠난 거스 포옛 감독의 고언과도 일치한다. 포옛 감독은 지난 6일 코리아컵 우승 직후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풋볼리스트'와 만나 "이 리그가 발전하려면 심판들부터 싹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고 반복해 말했다.

린가드와 포옛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자신만의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이다. 린가드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으로 2016-2017시즌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등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준주전급 위상까지 올랐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4강 진출을 일궈냈다. 포옛 감독은 선수 시절 첼시와 토트넘홋스퍼에서 뛰었고, 감독으로는 2013-2014시즌 선덜랜드에서 잉글랜드 리그컵 준우승과 함께 최하위였던 팀을 잔류시키는 성과를 낸 바 있다.
두 인물은 PL에서도 악명 높은 심판을 많이 봐왔음에도 K리그 심판들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린가드는 2년 동안 이상한 판정들을 경기장에서 체험했고, 포옛 감독은 오심을 벤치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모자라 자신의 오른팔과 같았던 타노스 코치가 심판과 악연으로 얽혀 인종차별 논란을 겪은 끝에 지난 코리아컵 경기를 끝으로 사임했다.
이번 시즌 K리그는 많은 오심으로 홍역을 앓았다. 10월 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당시 K리그 오심은 79건으로 지난해 28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8월 중순 K리그1 26라운드에서는 6경기에서 오심만 4건이 발생했다. 비정상적인 증가 추세로, 설령 문진희 심판위원장이 설명한 대로 '오심에 대해 오심이라 말하지 않았던 관례를 고친' 거라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인 건 마찬가지다.
사실 오심보다 심각한 문제는 오심 이후 대처였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전남드래곤즈와 천안시티FC와 경기에서 온사이드 득점을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둔갑시켜 전남이 3-4로 패배한 경기에서 해당 오심은 심판진의 문제가 아닌 '기술적 오류'로 판명이 났다. 그럼에도 잘못된 판단을 한 심판진에게 문제를 물을 법했지만, 이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경기장에 복귀했다.
포옛 감독 사단도 오심 피해를 입었다. 그중에서도 10월 3일 제주SK와 경기에서 후반 40분 전진우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 장민규에게 밟혀 넘어졌음에도 페널티킥을 받지 못한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명백한 페널티킥 반칙이었음에도 비디오 판독(VAR)조차 없었고, 포옛 감독은 이에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경기를 관장했던 이동준 주심은 한 달 뒤인 대구FC와 광주FC의 K리그1 파이널B 36라운드에 주심으로 돌아왔다.

궁극적인 문제는 소통의 문제다. 아무리 심판계 내부에서 징계가 일어난다 한들 공개적인 발표가 이뤄지지 않기에 얼마나 공정하게 상벌이 주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축구심판협의회는 오심에 대한 여러 논란에는 침묵하다가 최대호 FC안양 구단주의 발언과 타노스 코치 논란에는 앞장서 입장문을 발표하며 분개했다. VAR 관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VAR PA는 '반칙이라서 반칙이다'라는 애매한 설명으로 한동안 질타를 들었다.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만든 정오심 판단 콘텐츠 'VAR ON: 그 판정 다시보기'도 논란의 판정이 일어난 경기가 일어난 한참 뒤에 올라와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을 받는다.
여기에 K리그 팀들이 오심에 대한 항의 공문을 보내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K리그 A구단 관계자는 "공문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공문을 보내는 것밖에 판정에 항의할 방법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K리그 여러 감독들은 시즌 중 한 번 이상 오심에 대한 불만을 최소한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심판은 물론 오심의 당사자들도 공개적으로 판정에 관해 말할 자리가 없어 피드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난 6일 코리아컵 결승 이후 시상식에서 전북의 오심과 전혀 관련이 없는 심판진이 심판상을 수상할 때, 경기장에 있던 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야유를 쏟아냈다. 린가드와 포옛 감독의 쓴소리는 축구팬들의 공통된 생각이 직설적으로 발현된 것이다. 심판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골든타임이 거의 끝나간다. 지금이라도 바뀌지 않는다면 심판 판정과 관련한 악순환의 고리를 영영 끊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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