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손흥민(33, 로스앤젤레스FC)은 고별인사로 토트넘 홋스퍼와 인연을 완전히 끝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며 한 시대를 정리했지만, 손흥민이 남긴 영향력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손흥민의 복귀 영향은 단순한 하루의 방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토트넘은 지난 10일 홈에서 열린 2025-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6차전에서 슬라비아 프라하전 앞두고 손흥민을 초청해 상징적인 연출을 했다.

손흥민은 지난 8월 유로파리그 우승을 끝으로 토트넘과 10년 동행을 마쳤다. 이적 직후 한국에서 고별전을 치렀으나, 토트넘 홈 팬들과는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감정적인 빚을 진 구단은 공식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프라하전을 택했다.

첫 선물은 벽화였다. 홈구장 인근 하이 로드에는 3층 높이의 대형 벽화가 설치됐다. 유로파리그 우승 당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장면, 시그니처 ‘찰칵’ 세리머니, 태극기와 한글 등 손흥민의 정체성을 담아냈다. 손흥민은 경기 시작 전 벽화를 찾아 사인을 남기며 “정말 특별한 순간이다. 이 유산이 오래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둘째로 킥오프 직전 손흥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내줬다. 손흥민은 팬들 앞에서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정말 믿기 힘든 10년이었다”는 회고와 함께 “언제나 토트넘 사람으로 남겠다”고 외쳤다. 마지막은 구단의 상징적인 구호였다. “Come on you Spurs” 이 한마디로 손흥민의 토트넘 커리어는 홈구장에서 완결됐다.

관중석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4만여 명이 찾은 경기장은 손흥민이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 박수로 화답했다. 손흥민은 라커룸이 아닌 관중석으로 향했다. 이제는 외부인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엿볼 수 있던 대목이었다.

그래도 토트넘은 옛 주장에게 라커룸을 열어뒀다. 프라하를 상대로 시원한 승리를 거두자 손흥민은 선수들을 보러 이동했다. 손흥민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이들은 석별의 정을 나눴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의 변함없는 영향력을 잘 말해줬다.

‘절친’ 벤 데이비스는 손흥민과의 재회를 반기며 “항상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구단과 팬들에게 의미 있는 송별회가 돼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손흥민은 여전히 토트넘의 행운의 부적 같은 존재”라며 “자신의 벽화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 이 지역에 흔적을 남긴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마티스 텔도 손흥민의 현재 위치를 잘 보여줬다. 텔은 “손흥민은 큰 형 같은 존재다. 항상 문자를 주고받고 응원해준다”며 “유로파리그 우승 때도 함께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토트넘의 위대한 레전드다. 그런 선수가 돌아온다면 팀은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입생들에게는 손흥민과 호흡을 몇 안 되는 기회였다. 손흥민의 등번호였던 7번을 물려받아 프라하전에서 골을 넣은 사비 시몬스가 그랬다. 손흥민을 처음 대면한 이날을 특별한 순간으로 표현한 시몬스는 “손흥민은 토트넘의 역사를 만든 선수”라며 “그의 번호를 달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 기회를 얻었다는 게 큰 동기부여”라고 했다.

모하메드 쿠두스의 반응도 비슷했다. 그는 손흥민을 “클럽의 기준을 보여준 선수”로 정의하며 짧은 대화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여름에 합류해 손흥민과 함께 더 뛰길 원했던 쿠두스라 이번 만남이 더욱 애뜻했다.

손흥민은 더 이상 토트넘의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보여준 장면은 명확했다. 레전드는 떠났지만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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