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olumn] 아르테타의 아스널, 왜 비호감 팀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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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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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아스널은 현재 리그 15경기 기준 승점 33점.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달리며 순항 중이다. 아스널 팬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지만, 리그 정상 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타 팀 팬들과 축구계의 입에서는 요즘 아스널을 향해 다른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세트피스를 집요하게 고집하고, 노골적인 시간 끌기로 경기흐름을 끊어내는 아스널의 축구가 이른바 ‘다크아츠(Dark Arts) 축구’라는 비판이다. 시간 지연, 시뮬레이션 액션, 파울 유도 등승리를 위해 규칙의 경계를 넘나드는 더티플레이를 일삼는 팀이라는 인식이다. 더 나아가 ‘하람 풋볼(Haram Football)’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슬람 율법에서 금지된 행위를 뜻하는 ‘하람’을 빗대, 축구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안티 풋볼이라는 조롱에 가깝다.
실제 비판의 목소리는 꽤 구체적인데, 리버풀의 슬롯 감독은 아스널과 맞대결 후 “여러 번 말했지만 아스널은 바닥에 누워 있다. 그들은 공을 갖고 있을 때조차 언제나 쓰러진다고”고 직격했다. 맨유의 레전드이자 해설가 로이 킨 역시“ 아스널 선수들은 태클을 당할 때마다 쓰러지고 구른다. 이는 명백한 시간 낭비”라고 꼬집었다. 맨시티의 수비수 존 스톤스 또한 “그런 플레이는 더럽다고 부를 수도, 혹은 똑똑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경기를 망치고 리듬을 깨트렸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토트넘 출신 해설가 제이미 오하라는 한발 더 나아가 “아스널의 축구는 프리미어리그를 망치고 있다. 하부리그서나 볼 법한 축구”라며, 이제는 다른 팀들마저도 긴 스로인과 세트피스에 의존하는 아스널의 일차원적 방식을 모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리그 선두를 달리는 팀임에도 아스널은 ‘비호감 구단’이라는 낙인이 따라붙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데타 감독은 이런 비난을 감수하면서 까지 세트피스와 경기 관리에 집착하는 것일까.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스널의 시간 지연에는 이유가 있다


아스널을 향한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는 분명하다. ‘경기를 지나치게 느리게 운영한다’는 것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이 비판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24-25시즌 아스널의 세트피스 종합 평균 재개 시간은 30.7초로, 프리미어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한다. 즉, 느리게 경기를 재개한 팀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수치를 단순히 ‘의도적인 시간 끌기’로만 해석하기에는 중요한 사실이 빠져있다.
지난 시즌 아스널은 리그에서 어느 팀보다 많은 6번의 퇴장을 당했다. 이는 곧 대부분의 경기에서 다른 팀보다 한 명 적은 숫자로 싸웠다는 의미이다. 수적 열세로 놓인 팀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은 제한적이다. 경기 템포를 낮추고, 세트피스와 중단 상황에서 지연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에 가깝다. 아스널의 시간 지연은 ‘비겁한 꼼수’라기보다, 당시 팀 상황이 만들어낸 불가피한 전략이었다.
특히 코너킥 상황에서는 지연은 아스널 입장에서 명확한 전술적 이유를 가진다. 지난 시즌 아스널의 코너킥 평균 재개 시간은 47.9초에 달했다. 이는 리그 내 다른 어떤 팀도 38.1초를 넘기지 못한 수치로, 유독 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분명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세트피스에서만 17골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 역시 15경기 만에 세트피스로 10골을 집어넣으며 전체 28골 중 무려 10골을 세트피스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세트피스 기대득점값(XG) 또한 8.41로 리그 압도적 1위다. 즉 아스널에게 코너킥은 단순한 재개 상황이 아니라 ‘가장 날카로운 공격루트’다.
이러한 세트피스 위력은 상대 팀 선수들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다. 최근 아스널과의 맞대결에서 3-1로 패한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 노이어는 “아스널처럼 코너킥을 차는 팀은 처음 봤으며, 그들은 코너킥을 얻을 때마다 마치 패널티킥을 얻을 것처럼 흥분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과장이 아니라 아스널 선수들의 세트피스에 대한 자신감과 상대가 체감하는 아스널 세트피스의 위협에 대해 잘 보여주는 증언이다.
결국 아스널이 시간 지연과 세트피스를 병행한 이유는 명확하다. 하나는 팀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 다른 하나는 다른 팀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확실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현재, 진화한 아스널


그렇다면 “결국 시간 끌기는 계속된 것 아니냐”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할까?, 이번 25-26시즌의 수치는 이 질문의 다른 답을 제시한다. 트렌스퍼마켓 기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페어플레이 순위 1위는 아스널이다. 경고는 단 20개로 리그 최저 수준(19위)이며, 퇴장은 0회이다. 이는 카드 누적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의적인 경기 지연 상황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지난 시즌과 같은 극단적 관리 축구를 펼칠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질문인, “아스널은 세트피스에만 의존한다”는 비판 역시 최근 데이터 앞에서는 다른 경향을 보이는데, 스쿼카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이후 오픈플레이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프리미어리그 팀은 아스널과 맨시티 단 두 팀 뿐이다. 아스널은 이 기간 동안 13골을 오픈플레이에서 기록했고, 이는 11월 이후 팀 득점의 92%에 해당한다, 세트피스의 날카로움 위에, 오픈플레이의 유기성과 속도가 더해진 셈이다.
결론적으로 아스널의 시간 지연은 상황이 만든 선택이고, 이번 시즌 들어 그마저도 상당 부분 조정되고 있다. 세트피스 의존 역시 ‘재미없는 축구’가 아니라, 리그 최고의 무기를 최대치로 활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왜 아스널은 이런 축구를 고집하는가”라는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다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아르데타와 아스널은 이 축구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위한 과정이라 믿기 때문이다. 과정보단 결과를 ,호감보다는 승리를 택한 결정이다.
아르테타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그전의 아스널의 과거 ‘아름다운 축구’라고 불리던 스타일을 끊임없이 조정해왔고, 지금은 이것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아르데타는 이미 자신의 답을 내놓은 바가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리그의 피지컬 수준이 높아질수록 공간은 줄어들고, 오픈플레이에서 골을 넣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다른 방법으로 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변명이 아니라, 현대축구가 요구하는 현실 인식이다. 리그에서 예쁜 축구만으로는 우승에 도달하기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리버풀의 레전드이자, 해설가 캐러거 역시 “세트피스에서의 우위는 리그 우승 경쟁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아르데타 체제의 아스널의 수비 안정성과 세트피스 효율을 결합해낸 점이 현재 성공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단단하게 막고 확실한 순간 찌른다. 아스널은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프리미어리그 정점에 도전하고 있다.
그래서 아스널의 축구는 불편하다. 때로는 투박하고, 때로는 계산적이다. 그러나 그 불편함 속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아스널의 축구는 우승하기 위한 축구다. ‘비호감 구단’이라는 꼬리표는 어쩌면 우승이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은 가장 아름다운 팀이 아니라 가장 준비된 팀의 몫이었으니까.

글=‘IF 기자단’ 6기 김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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