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 타이거즈에 그 많던 좌완 불펜은 어디로 갔나.

KIA는 최근 몇 년간 왼손투수 풍년이었다. 좌완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기점으로 더 이상 그런 수식어를 붙이기 어렵게 됐다. 좌투수들의 수난시대가 이어졌고, 올해 몰락의 원인 중 하나였다.

선발진만 봐도 이의리와 윤영철이 작년에 이어 올해 잇따라 토미 존 수술대에 올랐다. 이의리는 후반기에 복귀했으나 기복이 심했다. 윤영철은 내년에도 못 돌아온다. 대투수 양현종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불펜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원 포인트 릴리프 이준영이 FA 시장에서 3년 12억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연속성을 이어가지 못한 선수가 많다. 가장 뼈 아픈 선수가 최지민(22)이다. 2022시즌 후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 경험을 통해 구위와 스피드를 끌어올려 2023년 센세이션한 시즌을 보냈다.

그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까지 메인 셋업맨으로 뛰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파이어볼러 셋업맨으로 부상했다. 58경기서 6승3패3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2.12. 그러나 2024시즌 56경기서 3승3패3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5.09, 올 시즌 66경기서 2승4패9홀드 평균자책점 6.58로 무너졌다.

2022시즌 후부터 2023년까지 무리하긴 했다. 그렇다고 KIA가 관리를 안 해준 것도 아니고, 최근 2년 연속 부진을 예상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결국 아직 애버리지가 부족하고, 최악의 경우 ‘원-히트 원더’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KIA가 최지민을 포기할 수 없다. 140km대 후반의 빠른 공과 구종 가치 높은 슬라이더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작년 0.438서 올해 0.125로 좋아졌다. 제3의 구종이 자리매김한 건 의미 있다.

KIA 왼손 불펜 사정이 좋지 않다. 이준영을 FA 시장에서 잡았지만, 올해 4월 토미 존 수술을 받은 곽도규가 내년 시즌 초반엔 못 돌아온다. 베테랑 좌완 옆구리 김대유도 안정감이 좋다고 보긴 어렵다. 1차 지명 출신 김기훈은 올해도 터지지 않았다. 2024시즌 도중 미국 유학을 통해 투구 폼까지 윤영철과 흡사하게 바꿨지만, 안 풀린다.

물론 마무리 정해영, 조상우, 전상현, 성영탁 등 오른손 요원들의 경기력이 가장 중요하긴 하다. 특히 조상우와 FA 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최지민과 이준영이 공고하게 제 몫을 해줘야 불펜의 짜임새가 유지될 수 있다.

지난 2년간 방황한 최지민이 내년엔 살아날 수 있을까. 이번 겨울 전력이 떨어진 KIA로선 개개인의 각성이 시급하다. 기왕이면 최지민의 분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