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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조금 천천히 걷겠다" 김보름 '22년 빙판 인생' 조용한 마침표…'왕따 논란' 견뎌낸 가장 단단했던 韓 스케이터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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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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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김보름(32)이 정든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빙상 입문 22년 만에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김보름은 30일 자신의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해 2010~2024년까지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며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어린 시절 얼음 위에 처음 발을 디딘 날부터 스케이트는 제 삶의 전부였다"며 "꿈을 따라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그 길 위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라는 값진 무대와 소중한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선수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스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 김보름 SNS

김보름의 빙상 인생은 고락(苦樂)이 뒤섞여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처음 얼음을 지쳤다. 정화여고 재학 시절인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향했다. 묘수였다. 전장을 옮긴 뒤 빠르게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후 10년 넘게 한국 빙속 여자 장거리 최강자로 활약했다.

올림픽 무대만 세 차례 밟았다. 2014 소치, 2018 평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개가(凱歌)를 올렸다.

개중 평창 대회는 김보름 커리어 정점이자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가 남은 무대였다.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거머쥐며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지만 시상대 위에선 환한 미소를 띄우지 못했다.

매스스타트보다 앞서 열린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불거진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은 김보름을 순식간에 어두운 심연으로 떨어뜨렸다.

경기 장면 일부가 왜곡돼 소비됐고 비난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탓에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당시 김보름은 “빙판보다 빙판 밖이 더 무서웠다”며 십자포화를 홀로 감내하는 비감을 토로했다.

대회 종료 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지만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2020년 김보름은 동료 선수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2월 최종 승소했다.

▲ 연합뉴스

논란과 상처에 괴로워하면서도 김보름은 빙판을 떠나지 않았다. 꿋꿋이 얼음을 지쳤다.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훈련을 이어 갔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3개 대회 연속 올림픽 전장에 발을 들이는 저력을 발휘했다. 여자 매스스타트 5위로 포디움 입성은 불발됐지만 스스로를 증명하기엔 충분한 레이스였다. 이후에도 2023-2024시즌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후배들과 함께 순위를 다퉜다.

▲ 김보름 SNS

김보름 커리어는 '평창 은메달'로만 수식하긴 어렵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긴 성과 역시 선명하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3000m 은메달을 시작으로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선 5000m 금메달을 수확하는 등 총 5개 메달을 거머쥐었다.

소치, 콜롬나, 강릉, 솔트레이크시티 등에서 치른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매스스타트 금·은메달과 팀 추월 동메달을 휩쓸었다. 2012년 첫발을 뗀 매스스타트란 신설 종목에서 그는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을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김보름은 “선수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스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운동을 통해 배운 마음가짐과 자세로 새로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 길을 나아가겠다”며 한국 빙상에서 가장 단단하게 시련을 버텨왔던 '한 스케이터'의 퇴장을 알렸다.

아울러 “이제는 조금 천천히 걸어보려 한다”고 김보름은 적었다. 빙판 위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달렸던 스케이터는 그렇게 '새로운 속도'로 다음 삶을 향해 나아갈 채비를 마쳤다. 결코 녹록지 않게 이어온 22년 스케이터로서 시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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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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