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무너뜨린 한국농구, 중국전 12년 만에 2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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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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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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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중, 또 이겼다 1일 강원 원주 DB프로미 아레나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2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 이현중이 승리를 확정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전희철 서울 SK 감독이 임시 사령탑을 맡은 대한민국 농구대표팀은 12월 1일 강원 원주 DB프로미 아레나에서 열린 '2026 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2차전에서 중국에 90대 76으로 완승했다.
한국은 베이징 원정으로 열린 1차전에서 80-76으로 승리한 데 이어 홈에서도 다시 한번 중국을 잡으며 2연승을 달렸다. 당초 1승만 거둬도 선방이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결과다. 중국과의 역대 전적은 17승 36패로 좁혔다.
이번 중국전 2연승은 한국농구에게 단순한 승리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구기종목에서 유독 농구만은 전통적으로 항상 중국에 열세였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 등에서 중국을 극적으로 이기고 우승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대회에서 항상 중국의 벽에 막혀 '2인자'에 머물러야했던 순간이 많았다.
2025년 현재 FIBA 랭킹도 한국은 56위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27위였다. 중국은 3개월 전인 지난 8월 아시아컵 8강전에서는 한국을 꺾고 결승에 올라 준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더구나 이번 2연전을 앞두고 한국의 선전 가능성을 예측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한국은 아시아컵 이후 안준호 전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고, 새로운 전임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여 다급하게 '임시감독 체제'로 중국전을 소화해야 했다.
또한 여준석, 최준용, 송교창 등 주력 선수들 다수가 부상과 개인사정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고, 귀화선수도 없는 상태였다. 전희철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이 중국전을 대비하여 제대로 손발을 맞춘 시간은 열흘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중국 현지 언론들도 경기를 앞두고 한국전에서 당연한 '완승'을 자신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전희철호는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을 180도 뒤집고 중국을 연이어 무너뜨렸다. 한국농구가 중국을 상대로 A매치 연승을 거둔 것은, 2013년 5월 동아시아농구선수권 결승과 같은 해 8월 열린 FIBA 아시아선수권 조별리그(현 아시아컵) 승리 무려 12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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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농구, 한국에 2연패 1일 강원 원주 DB프로미 아레나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2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 76대 90으로 패배한 중국 팀이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번 2연전은 한국이 홈과 원정 모두 경기를 주도하고 중국이 간신히 추격하는 모양새로 진행됐다. 두 경기 모두 막판에 점수차가 좁혀졌지만, 1차전에서 최대 점수차는 21점 차, 2차전에서는 32점 차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막판에 중국의 맹추격으로 위기를 맞이했던 1차전과 달리, 2차전에서는 승부가 기울자 아예 주전들을 일찍 교체하며 가비지타임이 나왔을 정도였다.
2차전의 최종점수차인 14점 차도 역대 중국전 최다점수차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거둔 최다점수차 기록은 2009년 홍콩에서 열렸던 동아시아경기대회(91-59)의 32점 차였지만, 이 경기는 양팀 모두 최정예 1진이 나온 대회는 아니었다. 그 다음으로 전희철 감독이 현역시절 활약했던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아농구선수권(현 아시아컵) 준결승전(86-72)과 이번 농구월드컵 예선에서 기록한 14점이다. 당시 전희철 감독은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역사적인 대승의 중심에는 이현중-이정현-하윤기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농구 황금세대의 저력이 있다. 지난 아시아컵을 기점으로 대표팀의 확실한 에이스로 올라선 이현중은 1차전에서 33점 14리바운드, 2차전에서 20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1옵션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2미터의 장신슈터인 이현중은 한박자 빠른 스텝과 정확한 슈팅 감각을 앞세워 중국 선수들의 집중견제를 받으면서도 수비를 달고 딥쓰리를 성공시키거나 골밑을 파고들고 리바운드에도 가담하는 등, 이전의 한국 슈터들과는 다른 유형의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가드 이정현도 1차전 13점 7어시스트에 이어, 2차전에서는 팀내 최다인 24점을 몰아쳤다. 이현중-이정현의 원투펀치는 1차전에서 46점, 2차전에서도 44점을 합작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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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농구, 만리장성 또 넘었다 1일 강원 원주 DB프로미 아레나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2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 선수들이 승리를 확정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과거의 한중전에서는 높이만이 아니라 힘과 스피드에서 우위를 지닌 중국의 장신군단을 상대로, 한국은 경기템포를 최대한 늦추는 지공전략을 구사하다가 단신 외곽슈터들의 3점이 터지지 않으면 완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2연전에서는 빠른 공수전환으로 대등하게 맞불을 놓으면서도 적극적인 스크린과 오프더볼 무브로 내외곽을 고르게 공략하며 중국의 수비를 완벽하게 농락했다.
반면 중국은 1차전에서 3점슛 26개를 던져 6개, 2차전에서 28개를 던져 5개를 성공시키는 데 그치며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청스이펑(19점), 후진추(18점), 저우치(17점·15리바운드) 등을 앞세워 골밑을 공략하는 중국의 전통적인 전략은, 외곽슛 난조와 한국의 빠르고 변칙적인 도움수비 앞에 크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한국농구는 전임감독과 귀화선수도 없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중국전 2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내며 '만리장성 트라우마 탈출'과 함께 '국제경쟁력 재건'에 대한 희망도 되살렸다. B조에서 최대 강적으로 꼽히는 중국을 상대로 2승을 확보하며 최종예선 조기 진출확정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한국은 내년 2~3월 대만·일본 원정 경기를 치른 뒤, 7월에 두 팀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조 3위 안에 들면 최종예선으로 진출하여 FIBA 월드컵 본선 티켓을 놓고 마지막 경쟁을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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