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이트]

미국 메이저리그(MLB) 3개 구단이 에이스 투수 제임스 네일(32)에게 정식 계약을 제안했다. 스플릿(메이저·마이너 분할) 계약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네일의 선택은 'MLB 도전'이 아닌 KIA 타이거즈와의 동행이었다.

KIA 구단은 26일 "네일과 총액 2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1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에 재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KIA 구단 역사상 역대 외국인 선수 네 번째 200만 달러 계약이다.

실제 네일이 KIA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MLB 구단은 KIA 스카우트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네일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가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그는 왜 MLB 구단들의 정식 계약 제안을 뿌리치고 KIA와 3년째 함께 가기로 결심했을까.

KIA 관계자는 27일 더게이트와 통화에서 "네일은 스플릿이 아닌 '풀 메이저 계약'을 MLB 구단 3곳에서 제안받았다. 그럼에도 우리 구단과 재계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조건만 보고 선택한 계약이 아니라는 얘기다.

계약 과정에서 드러난 네일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12월 말까지 시간을 최대한 끌며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 그러나 네일은 정반대였다. 자신과의 계약이 불발될 경우 KIA가 새 외국인 투수를 찾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스스로 거취를 통보할 데드라인을 정해줬다. 그 시한이 바로 11월 말에서 12월 초였다.

네일의 성적은 숫자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2024시즌 KBO리그에 데뷔한 네일은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49.1이닝을 소화하며 12승 5패, 138탈삼진,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 선발로 나서 1승, 13탈삼진, 평균자책점 2.53으로 팀 우승에 결정적인 발자국을 남겼다.

KBO리그 2년 차인 2025시즌에는 한층 더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1선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27경기에 선발로 나선 그는 164.1이닝 동안 8승 4패, 152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 허용) 1.07을 기록했다. KBO 2시즌 통산 성적은 20승 9패, 290탈삼진, 평균자책점 2.38. 숫자만 놓고 봐도 리그 최상급 에이스로 손색이 없다.

네일은 구단을 통해 "좋은 제안을 보내준 KIA 구단에 감사하다. 언제 어디서나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는 타이거즈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비시즌 동안 몸을 잘 만들어, 팀 동료들과 힘을 합쳐 광주에서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KIA가 네일에게서 본 것은 단순한 '에이스' 그 이상이었다. 2024년 정규시즌 막판, 네일은 경기 도중 상대 타자의 타구에 턱을 맞아 골절상을 당했다. 당시 심재학 KIA 단장을 비롯한 구단 실무진은 직접 병원을 알아보고, 치료와 재활 과정까지 꼼꼼히 챙기며 성심껏 그를 도왔다. KIA와 네일 사이에 쌓인 신뢰가 단순한 '계약 관계'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관계자는 "심재학 단장을 비롯해 구단 실무진들이 정말 마음으로 케어해 왔다. 네일도 그런 부분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서로에 대한 배려와 신뢰가 매우 두텁다"고 강조했다.

KIA는 네일의 뛰어난 퍼포먼스뿐 아니라 워크에식과 리더십도 높이 평가한다. 한 관계자는 "네일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좋은 리더였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리더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MLB 3개 구단의 정식 제안에도 KIA를 선택한 에이스. 네일의 재계약은 '돈'뿐 아니라, 성적과 신뢰, 그리고 함께 쌓아온 시간까지 모두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