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바둑의 새 시대가 열렸다. ‘천재소녀’ 김은지(18) 9단이 마침내 세계 정상에 섰다. 김은지는 9일 중국 푸젠성 푸저우에서 열린 제8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 3번기 최종 3국에서 최정(29) 9단을 223수 끝에 흑 불계로 꺾고 종합 2승 1패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20년 입단 이후 첫 세계대회 우승이다.

국내 대회에서는 이미 9회 우승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세계대회 결승 진출조차 이번이 처음이었던 김은지는 이날 승리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초반부터 실리를 챙기는 안정적 포석을 가져간 김은지는 좌변 백 세력에 뛰어들어 정확한 맥점으로 타개에 성공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불리해진 최정이 우상귀에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김은지는 날카로운 응수로 집 차이를 더 벌렸고, 결국 최정은 역전 여지가 사라지자 돌을 거뒀다.

이 승리로 김은지는 최정과의 상대 전적을 9승 20패로 좁혔고, 국내·세계 타이틀전 전적은 2승 5패가 됐다. 최근 여자랭킹에서도 최정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김은지는 올해 하찬석 국수배, 해성 여자기성전 우승에 이어 세계대회 우승까지 더하며 명실상부 ‘여자 바둑의 새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