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잃은 LG, 그래도 이번 겨울 학점은 A다[스토브리그 LG 야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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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LG 트윈스는 2025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환희의 순간과 함께 맞이한 겨울 스토브리그. '우승 캡틴' 박해민과 '한국시리즈 MVP' 김현수가 FA 시장에 나섰다.
LG는 팀의 위닝멘털리티를 심어준 것으로 평가받는 '타격기계' 김현수를 놓쳤다. 그럼에도 LG는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 승자 중 한 팀이다. 대체불가 자원인 '주전 중견수' 박해민을 잡았기 때문이다. 사실 김현수와는 이별을 해야 할 타이밍이기도 했다.

롤렉스 시계를 찬 김현수, LG와 '헤어질 결심'
지난 10월30일 한국시리즈 4차전 9회초 2사 2,3루. LG는 3-4로 뒤지고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한국시리즈 전적 2승2패로 맞서게 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적지에서 2연패를 당하며 분위기를 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김현수가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LG에게 값진 승리를 안겨줬다. LG는 여세를 몰아 5차전까지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완성지었다.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LG는 한국시리즈 MVP에게 롤렉스 시계를 부여한다. 김현수는 지난달 6일 구단 통합우승 기념행사에서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착용한 채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김현수의 다음 미소는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나오게 됐다. 김현수는 지난달 25일 kt wiz와 3년 5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선수가 우승 후 곧바로 팀을 옮긴 사례로 남게 됐다.
사실 김현수와는 이별 타이밍이었다
김현수는 2025시즌 타율 0.298 12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OPS(장타율+출루율)는 0.806을 올리며 리그 18위에 위치했고 스탯티즈 사이트 기준 wRC+(파크팩터 반영된 조정 득점 창출력)는 리그 10위였다. 만 37세 시즌에 리그 정상급 공격 생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김현수가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김현수는 kt wiz와의 3년 계약 기간 동안 불혹을 맞이한다. 운동선수로서는 황혼기에 접어드는 기간이다. 자연스럽게 에이징커브를 맞이할 시기다.
이미 조짐도 보였다. 김현수는 2023시즌과 2024시즌 3할 타율과 두 자릿 수 홈런에 실패했다. 2025시즌 두 자릿 수 홈런에 복귀했으나 2020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평균 20.66개의 홈런을 때리던 때와는 장타력 부문에서 급감한 모습을 보였다.
▶김현수의 2023, 2024시즌 주요 타격 성적표
2023시즌 타율 0.293 6홈런 88타점 OPS 0.747 wRC+ 114.4
2024시즌 타율 0.294 8홈런 69타점 OPS 0.775 wRC+ 104.7
김현수는 파워 외에도 수비력에서 매해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025시즌에는 좌익수로서 너무 좁은 수비 범위를 나타냈다. 그동안 문성주보다 안정적인 수비를 뽐냈으나 2025시즌부터는 명확하게 수비력에서 문성주에게 밀렸다.
샐러리캡 시대에서 에이징커브 징후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고액 연봉자는 팀에게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김현수이기에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푸른 꿈을 갖기엔 위험요소가 컸다. LG로서는 김현수와 이별을 해야할 타이밍이었고 떠나보냈다.

'파워히터' 이재원과 '주전 백업' 구본혁
이처럼 LG에게 김현수와의 결별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준비된 대체자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이재원이다.
이재원은 리그를 대표하는 우타 거포 유망주이다. 류지현호의 태극마크를 달고 지난 11월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홈런포를 날리기도 했다.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와 타구속도를 보유한 타자다. 이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LG로 돌아와 2026시즌을 맞이한다. 포지션도 좌익수여서 김현수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기대주다.
물론 이재원의 콘택트 능력은 김현수에 비해 한참 모자라다. 김현수의 1군 무대 통산 타율은 0.222이다. 통산 타율 0.312인 김현수와는 9푼 차이다.
그러나 타율로 선수를 평가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재원은 2022시즌 253타석을 소화하며 13홈런을 뽑아냈다. 홈런 대비 타석은 19.46으로 당시 박병호(13.91), 최정(19.42)에 이어 리그 3위였다. 이는 이재원의 홈런 생산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증명해주는 수치다.
더불어 이재원의 통산 타출갭(타율과 출루율의 차이)은 8푼2리다. 커리어하이였던 2022시즌 타출갭은 9푼2리였다. 2025시즌 퓨처스리그에서는 무려 타출갭이 1할2푼8리였다. 리그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이재원은 타출갭과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 현대야구에 맞는 OPS형 타자다. 조금만 잠재력을 터뜨려도 타격 수치가 매우 급상승할 거포다.
물론 이재원은 아직 미완의 대기다. 1군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주전으로 풀 시즌을 치른 바 없다. 김현수의 대체자로 매력적이지만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LG에는 보험이 있다. '주전 백업' 구본혁의 존재이다. 구본혁은 2024시즌부터 내야수들의 부상 때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들어가 그 공백을 메웠다. 덕분에 '주전 백업'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고무적인 것은 구본혁의 공격력이 해를 더할수록 늘어간다는 것이다. 2024시즌에는 타율 0.257, OPS 0.662를 기록하더니 2025시즌에는 타율 0.282, OPS 0.717로 수직상승했다.
2026시즌 LG는 구본혁을 선발 라인업에 넣고 내야수 한 명을 지명타자로 투입하며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다. 김현수보다 조금 타격이 떨어지더라도 수비력 상승과 팀원들의 체력 비축을 이끌어낼 수 있다. 김현수가 없어도 이재원이 예상과 달리 부진해도 구본혁이라는 대안이 있는 셈이다.

박해민 잔류시킨 LG, 대체불가 전력 지켰다
정말 LG에게 대체불가 자원은 박해민이었다. 뛰어난 뎁스를 자랑하는 LG지만 안정적인 중견수는 박해민이 유일했다. 빠른 주력을 보유한 최원영, 김현종 모두 타구판단이 서투르다.
박해민이 LG에 합류하기 전인 2022시즌까지 LG의 중견수는 홍창기였다. 그러나 홍창기의 수비 범위가 좁아 박해민이 합류했다. 넓은 잠실야구장에는 리그 최고의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박해민이 있어야만 했다.
LG는 박해민을 4년 총액 65억에 잔류시켰다. 타팀의 더 큰 규모 제안이 있었으나 박해민이 LG에 남았다.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박해민은 이 결정으로 LG를 향한 충성심을 보여줬고 LG는 대체불가 전력을 지켰다.
최근 3년간 2번의 통합우승을 거둔 LG. 이제는 왕조를 위해 2년 연속 우승을 정조준한다.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는 LG에게 큰 시험대였다. 그동안 LG를 이끌던 두 거목이 FA 시장에 나왔다.
LG는 슬기롭게 대체불가 자원인 박해민을 사수했고 대체카드가 있는 김현수를 놓쳤다. 나이를 보더라도 아직 만 35세인 박해민을 지킨 결정은 LG에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겨울 스토브리그도 2025시즌처럼 최고의 결과를 만든 LG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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