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현대건설이 1위팀 한국도로공사를 완파했다. 1,2라운드 패배를 뒤로 하고 무려 셧아웃 승리를 따냈다. 2년간 함께 뛰었던 동지에서 올 시즌 적으로 바뀐 모마를 잘 묶은 것이 주효했다.

현대건설은 18일 오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3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0, 25-19, 21-25, 25-13)로 이겼다.

5연승을 달린 현대건설은 승점 32점을 기록하며 2위를 유지했다. 1위 한국도로공사(승점 35점)를 승점 3점 차로 추격하며 한곡도로공사의 독주 체제를 끝냈다.

당초 올 시즌은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2강 체제로 예측됐다. 최근 수년간 강팀으로 군림하던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전력 변화 폭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준우승팀인 정관장도 주포 메가를 잃은 것이 큰 약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리 IBK기업은행이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다. 이를 틈타 한국도로공사가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2시즌 전 현대건설에서 우승을 이끌었던 검증된 외국인 선수 모마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반면 현대건설은 새 외국인 선수 카리의 불안정한 몸상태와 함께 중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점차 강팀의 위용을 되찾았다. 아시아쿼터 자스티스가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안정적인 리시브를 해냈고 고예림의 보상선수로 활약한 이예림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리시브 라인이 안정되자 세터 김다인의 빠르고 정확한 토스가 빛나기 시작했다.

카리의 높이도 점차 위력을 발휘했다. 카리는 타점 높은 공격과 블로킹으로 팀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양효진과 김희진의 미들블로커 라인도 위력을 더했다.

결국 현대건설은 4연승을 달리며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도로공사에게 6점차로 따라붙었다.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의 3라운드 맞대결은 양 팀 모두에게 분수령이었다. 한국도로공사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지, 아니면 현대건설이 2강으로 떠오를지가 관심사였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경기 전 "현대건설은 세터 김다인이 좋기에 시즌을 치를수록 올라올 것으로 봤다"며 현대건설을 경계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한국도로공사는 강팀이다. 1,2라운드에서도 졌다. 아직 3라운드니까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며 각오를 밝혔다.

강성형 감독의 자신감은 이유가 있었다. 현대건설은 경기 초반부터 카리, 정지윤의 쌍포로 상대를 압도했다. 양효진의 중앙 공격, 자스티스의 오픈 공격도 힘을 보탰다. 모든 공격이 안정된 리시브 속에 술술 풀렸다.

특히 현대건설은 모마를 효과적으로 막았다.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모마의 공격성공률을 1쿼터에 28.57%로 떨어드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한 때 동료였던 모마의 공격 루트를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틀어막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강서브를 보유한 모마의 서브 시도 때는 리시브에 특화된 자스티스를 넣어 모마의 서브 에이스를 1개로 막았다. 모마는 끝내 이날 22점, 공격성공률 32.81%에 그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44.6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부진한 수치다. 현대건설은 모마를 봉쇄하며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다.

현대건설의 이날 승리는 매우 컸다. 승점 3점 차로 간격을 좁힌 것만으로도 1승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경기내용은 더욱 고무적이다. 상대 주포를 효과적으로 막았다는 것은 앞으로 한국도로공사와의 맞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뜻이다. 현대건설이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