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년 넘게 기다린 우승에 하염없이 흐른 눈물. 유럽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사진 왼쪽)의 남자골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2025년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했다. 영국 매체 BBC는 19일 오전(한국시간) 2025년 올해의 스포츠인으로 매킬로이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매킬로이는 럭비 선수 엘리 킬던, 포뮬러1 드라이버 랜도 노리스(이상 잉글랜드)를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매킬로이는 1957년 다이 리스, 1989년 닉 팔도(이상 잉글랜드)에 이어 골프 선수로서 세 번째로 BBC가 선정한 올해의 스포츠인이 됐다. 북아일랜드 출신 운동선수 중에서도 1985년 복싱선수 배리 맥기건, 2010년 승마선수 A P 매코이에 이어 세 번째다.

매킬로이는 자신의 수상에 “어릴 적부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TV에서 이 시상식을 시청했다. 이 트로피를 받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며 “나를 응원해주는 팬과 나를 위해 정말 많은 희생을 하신 내 가족에게 감사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내 삶의 버팀목인 아내와 딸은 비록 오늘 함께 하지 못했지만 내일 함께 축하할 생각에 벌써 설렌다”고 활짝 웃었다.

2025년을 빛낸 수많은 이들 가운데 매킬로이의 이번 수상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완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킬로이는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생애 처음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당시 매킬로이는 자신의 우승에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고, 그린에 엎드린 채 눈물까지 흘려 그간의 마음고생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매킬로이는 2011년 US오픈을 시작으로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2012, 2014), 브리티시오픈(디오픈·2014)까지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에서 차례로 우승했다. 하지만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추가하기까지는 무려 11년이나 더 걸렸다. 2012년부터 13번의 마스터스 출전에서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7차례나 톱10에 들었으나 우승자만이 입을 수 있는 ‘그린 재킷’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다.

골프 역사를 빛낸 수많은 남자선수 중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진 사라젠,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매킬로이가 여섯 번째다. 유럽 선수 중에는 매킬로이가 유일하다.

오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