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호성적에 가린 ‘킨켈라 딜레마’…살리기 위한 투자와 집중, 그러나 리턴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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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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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희수 기자] 팀의 호성적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IBK기업은행은 김호철 전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여오현 감독대행 체제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 대행의 지휘 아래 7경기에서 5승 2패를 기록한 IBK기업은행이다. ‘여오현 매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어색하지 않다.
여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IBK기업은행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로테이션의 변화다.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과 육서영이 대각에 서고, 알리사 킨켈라(등록명 킨켈라)가 아포짓 자리에 선다. 대신 리시브에는 빅토리아가 아닌 킨켈라가 가담한다. 일종의 리시빙 아포짓 로테이션 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을 한 가장 큰 이유는 킨켈라를 살리기 위함이다. 킨켈라는 왼쪽보다 오른쪽 공격을 선호한다. 그런 킨켈라가 2번 자리 공격과 라이트 백어택을 보다 많이 할 수 있도록 아포짓 자리에 배치했고, 4번 자리 공격과 중앙 백어택이 나쁘지 않은 빅토리아를 육서영과 대각으로 세우는 방식으로 킨켈라의 강점을 살리고자 했다.
이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에 한국전력이 왼손잡이인 서재덕을 OH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한 지점과 유사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전력은 결국 외국인 선수인 마테우스와 베논의 화력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서재덕의 포지션은 OH로 두되 오더를 프런트 오더로 바꿔 오른쪽 전위 공격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는 쪽으로 나아갔다면, IBK기업은행은 킨켈라를 살릴 수 있다면 빅토리아를 어느 정도 희생시켜도 된다는 판단 하에 아예 자리를 바꿔 빅토리아의 백어택 위치까지 중앙 위주로 바꿨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이 프런트 오더를 적극 활용했던 지난 시즌에 한 배구인은 “마테우스가 4번 자리 공격만 어느 정도 해줄 수 있다면 그냥 서재덕이 아포짓을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두 선수 간의 팀 내 우선순위 판단에서 마테우스가 우위에 섰기 때문이었다. 지금 IBK기업은행은 킨켈라가 팀의 정상화와 반등을 위해 살려야 할 최우선순위 선수라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사이드 아웃 상황에서 오른쪽 공격 기회가 늘어난 것 외에도 지금의 상황은 킨켈라에게 상당한 편의를 제공한다. 한국도로공사 시절부터 리시빙 아포짓 시스템에 익숙한 임명옥이 리시브 라인에서 상당한 커버를 해줄 수 있고, 이번 시즌부터 서브 팀의 포지션 폴트가 사라졌기 때문에 반격 상황에서는 시작부터 라이트 블로킹 자리를 잡으면서 오른쪽 공격에 들어갈 수 있다. 세터와도 떨어져 도는 자리기 때문에 전위에 공격수 세 명이 들어가는 자리도 육서영보다 더 많아서 블로커를 피하기도 수월하다. 팀으로서는 정말로 해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해준 셈이다.

그러나 킨켈라는 상당한 팀의 투자를 받고도 리턴 값을 제대로 뽑지 못하고 있다. 변칙 로테이션이 활용되기 시작한 최근 여섯 경기에서 킨켈라의 공격 점유율은 한 번도 25%를 넘기지 못했다. 공격 성공률 역시 매 경기 널뛰고 있는 상황이다(최근 여섯 경기 공격 성공률 29.41%-41.67%-21.43%-42.86%-57.14%-30.3%). 21일 현대건설전에서도 빅토리아가 다리에 쥐가 올라오면서까지 40점을 퍼부었지만 킨켈라는 12점을 올리는 데 그쳤고, 후위에서는 단 1점도 올리지 못했다. 킨켈라-빅토리아 쌍포 시스템을 시즌의 핵심 플랜으로 준비한 IBK기업은행으로서는 머리가 아프다.
임명옥의 도움을 받고 있는 리시브에서도 개선의 추이는 보이지 않는다. 로테이션 변경 이후에도 14일 한국도로공사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리시브 효율이 20%를 밑돌고 있다. 그렇다고 킨켈라 본인의 리시브가 흔들린 상황에서의 공격 점유율도 높지 않기 때문에 결국 여러모로 빅토리아에게 부담감만 가중시키고 있는 꼴이다.
이대로 가면 킨켈라를 살리기 위해 일종의 희생을 하고 있는 빅토리아와 임명옥만 과부하가 올 수 있다. 실제로 빅토리아의 공격 점유율은 직전 경기에서 45.89%까지 치솟았고, 임명옥의 리시브 효율은 최근 두 경기에서 하락세를 그렸다. 팀의 공수 핵심인 두 선수가 킨켈라를 살리려다 무너지는 순간 IBK기업은행의 추락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중도 교체 같은 극단적인 수가 아니라면, 결국 킨켈라가 반등해야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IBK기업은행이다. 킨켈라 또한 이대로 팀의 고혈만 빨아먹는 선수로 남고 싶지는 않을 터다. 고비용 저효율의 ‘킨켈라 딜레마’를 해결할 열쇠는 킨켈라 본인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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