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암흑기' 지킨 베테랑정훈, 현역 생활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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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석 기자]
롯데의 어두운 시절을 지켰던 내야수 정훈이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야수 정훈이 2025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고 발표했다. 정훈은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에서 오랜 시간 함께하며 야구 인생의 가장 큰 행복과 자부심을 느꼈다. 선수로서의 긴 여정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구단의 믿음과 팬 여러분의 응원 덕분이었다"라며 "그동안 함께 땀 흘린 동료 선수들과 지도해 주신 감독, 코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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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에서 16년 동안 활약했던 정훈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
| ⓒ 롯데 자이언츠 |
마산 용마고 졸업 당시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한 정훈은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지만 정식 선수로 등록되지 못한 채 1년 만에 방출됐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해 유니콘스에는 훗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특급 내야 유망주 강정호와 황재균이 동시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훈은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마산 양덕초등학교의 코치로 활동하다 2009년 말 고향팀 롯데에 입단했다.
지금이야 롯데가 8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암흑기를 보내고 있지만 정훈이 입단할 때만 해도 롯데는 가을야구에 단골로 진출하던 시기였다. 특히 당시 롯데는 1루수 박종윤(김천대 감독)과 2루수 조성환(KBS N 스포츠 해설위원), 3루수 이대호(2010년 중반엔 황재균도 가세), 유격수 문규현(롯데 수비코치), 박기혁(kt 위즈 수비코치)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내야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게 롯데 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서 133경기 출전에 그쳤던 정훈은 조성환의 전성기가 지난 2013년부터 롯데의 주전 2루수 자리를 물려 받았다. 2013년 2루수로 91경기에 선발 출전한 정훈은 2014년 1018.2이닝, 2015년 1060.1이닝을 소화했고 2014년 타율 .294에 이어 2015년에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육성선수 출신의 정훈이 프로 데뷔 10년 만에 주전으로 꽃을 피운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정훈이 롯데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가을야구 단골손님이었던 롯데는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정훈은 2016년 121경기에서 타율 .262 2홈런 46타점 48득점으로 주춤했고 롯데는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이대호가 복귀하는 2017 시즌을 앞두고 '내야 재정비'에 들어갔다. 특히 정훈의 자리였던 2루수에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를 영입했다.
정훈은 번즈가 합류한 2017년 68경기에서 타율 .248에 머물렀고 2018년엔 91경기에서 .305의 고타율을 기록했지만 이대호와 민병헌(티빙 해설위원)에 밀려 내외야의 백업을 전전했다. 2019년에는 유격수 신본기(부산 MBC 라디오 해설위원)를 제외하면 롯데 내야에 확실한 주전이 없었음에도 88경기에서 타율 .226 2홈런 17타점 26득점으로 최악의 부진에 빠지면서 1군에서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육성 선수에서 FA계약까지 따낸 베테랑
힘들게 따냈던 주전 2루수 자리를 놓치고 3년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정훈은 2020년 1루수로 52경기에서 373.2이닝, 중견수로도 52경기(49선발)에서 394.1이닝을 소화하며 타율 295 11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 개막이 늦어지면서 미국에서 KBO리그 경기가 중계 됐는데 정훈의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배트플립'이 미국 현지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0년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정훈은 2021년에도 롯데의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14홈런 79타점으로 개인 최다 홈런과 타점 기록을 세웠다. 2021 시즌이 끝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정훈은 2022년 1월 계약 기간 3년, 총액 18억 원 규모로 롯데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FA 계약을 통해 5억 원의 계약금을 받은 정훈은 2022년 5월 모교인 마산 용마고에 14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육성선수에서 FA 계약까지 따냈지만 정훈은 처음이자 마지막 FA 계약 후 다시는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2022년 91경기에서 타율 .245 3홈런 32타점으로 아쉬운 시즌을 보낸 정훈은 2023년 타율 .279를 기록했지만 1군에서 80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정훈은 2023 시즌이 끝나고 후배 한동희와 함께 입단 동기 강정호가 운영하는 LA의 타격 아카데미에서 개인 훈련을 받았다.
정훈은 지난해 1루 백업과 오른손 대타 요원을 오가며 109경기에 출전해 타율 .267 9홈런 47타점으로 베테랑 유틸리티 자원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하지만 롯데는 2024년 시즌을 통해 윤동희와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 등 젊은 유망주들이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30대 후반을 향해가는 정훈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정훈은 올 시즌 77경기에서 타율 .216 2홈런 11타점을 기록한 후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정훈은 통산 80홈런 532타점 637득점이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선수라고 보긴 힘들다. 게다가 하위권에 머문 시간이 많았던 롯데에서 대부분의 커리어를 보냈기 때문에 통산 가을야구 성적도 8경기 6타수 무안타 1타점 1득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훈은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한 플레이를 통해 선수들에게 높은 신임을 받고 팬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 받았던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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