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업적, 빅네임 스타에 취한 울산…진짜 체질개선, 진짜 세대교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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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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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HD는 이번 시즌 붕괴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성적도 부진했고 신뢰도 무너졌다. 잇단 감독 교체, 신태용 감독을 둘러싼 폭력설, 정승현의 폭로와 이청용의 골프 세리머니 등이 연쇄적으로 터졌다. 서포터스는 최근 “구단이 신태용 감독 폭력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내년 서포팅을 중단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울산은 김판곤 감독을 시즌 도중 경질한 뒤 신태용을 데려왔고, 그 신 감독 역시 부임 2개월 만에 선수단과의 불화 속에 경질됐다. 울산에서 2023년부터 플레잉코치로 활동한 박주영 코치도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해서도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물러났다.
이번 사태를 ‘감독 리스크’나 ‘일시적 잡음’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근본 원인은 분명하다. 지난해 K리그 3연패라는 정점 이후 세대교체와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 탓이다. 정상에 오른 팀은 본능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강한 팬덤을 가진 스타들, 팬을의 여론을 좌지우지할 스타들, 나이가 들면서 연봉 대비 몸값을 못하는 베테랑들을 정리하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은 노쇠화했고 선수단은 활기친 동력을 잃었다.
유럽 빅클럽들의 사례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레알 마드리드는 정점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2016~2018년 챔피언스리그 3연패 이후에도 변화를 주저하지 않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적 후 벤제마를 중심축으로 삼고, 비니시우스·발베르데·카마빙가·벨링엄 등 신세대를 과감히 기용했다. 노련한 모드리치·크로스와 신예가 공존하며 2022년과 2024년 또다시 유럽 정상에 섰다. 바이에른 뮌헨도 레전드를 보내는 용기를 보였다. 2013년 트레블 세대인 로번·리베리, 슈바인슈타이거와 이별을 감행했다. 대신 코망, 나브리, 키미히, 알폰소 데이비스를 기용하며 과도기를 버텼다. 그 결과 2020년 또 다른 트레블을 완성했다.
반면, 2009~2015년 황금기를 누린 바르셀로나는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노쇠화한 주축을 붙잡았고, 쿠티뉴·뎀벨레 같은 대형 영입은 당시 전술과 맞지 않았다. 재정난까지 겹치며 한동안 큰 부침을 겪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퍼거슨 이후 여전히 방황 중이다. 2013년 퍼거슨 은퇴와 함께 루니·긱스·스콜스·퍼디난드 세대도 저물었다. 그러나 구단은 후계 구상을 하지 못했다. 무리뉴·솔샤르·텐 하흐까지 이어지는 감독 교체 속에 전략적 세대교체가 안 됐다. 첼시도 2012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 드로그바·램파드·테리·체흐 세대를 제때 교체하지 못했다. 구단은 수차례 감독을 교체하며 대규모 영입을 반복했으나 철학 없는 리빌딩은 실패로 귀결됐다.
울산은 어디에 서 있었나. 3연패 영광은 컸지만, 그 이후 ‘다음 울산’을 확실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세대교체는 미뤄졌고, 동기부여는 떨어졌으며, 리더십도 분열됐다. 울산이 내년을 기대하려면, 이번 선택은 무조건 과감해야 한다. 새 감독 선임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선수단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재편이 동반돼야 한다. 나이와 이름값이 아니라, 젊고 의욕적이며 배고픈 선수들로 팀의 중심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감독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고, 전술도 작동할 수 있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성공한 팀의 사이클은 대략 4년이고 그 뒤엔 변화가 필요하다. 나도 항상 3~4년 뒤를 보고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무리뉴 역시 “한 사이클이 끝나면 새로운 영입과 전력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은 이미 그 경고 구간을 지났다. 더 늦추면 몰락하는 속도만 가속화할 뿐이다.
울산 국내 선수 평균연봉은 6억원으로 K리그에서 가장 높다. 2~3위권인 전북, 서울보다 무력 2억원 안팎 많다. 그러면서도 울산 선수단 규모는 다른 빅클럽보다 작은 데다 고령선수가 많다. 그만큼 소수 정예, 고연봉 스타들로 꾸려진 팀이다. 올시즌 프로축구 1부 12개팀 중 9위는 이해하기 힘든 성적이다.
과거에 대한 미련을 정리하지 못하면, 3연패라는 업적은 자산이 아니라 족쇄가 된다. 이번 겨울 울산은 감독 한 명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클럽 전체를 다시 설계할 용기가 필요하다. 울산이 젊고, 강하며 경쟁력 있고 의욕적인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뼈를 깎는 고통을 받아들일 때만 내년 시즌 도약할 울산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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