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가 포기한 2라운더’ 송호정, KIA 유니폼 입는다… 헐거워진 야수진의 '반전 카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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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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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방출의 계절, 벼랑 끝에서 들려온 소식은 의외의 곳이었다.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던 '미완의 대기' 송호정(23)이 KIA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는다.
본지 취재 결과 송호정은 최근 KIA 타이거즈 입단을 확정 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정식 선수 등록일지, 육성 선수 계약일지는 최종 조율 단계에 있으나, KIA 캠프에 합류해 재기를 노린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KIA가 방출생 시장, 그중에서도 송호정을 주시한 이유는 명확하다. 올겨울 KIA의 전력 누수가 그야말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태풍'을 맞았다. 내야의 사령관 박찬호와 해결사 최형우의 빈자리가 생겼고, 팀의 주축이었던 이우성과 최원준마저 시즌 중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홍종표도 떠났다. 여기에 나성범은 외야수보다 지명타자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작은 거인' 김선빈도 에이징 커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내·외야 할 것 없이 전 포지션에 걸쳐 '사람'이 없다. 주전급은 물론 백업 뎁스마저 헐거워진 상황에서, KIA는 가능성 있는 자원이라면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수집해야 했다. 그런 KIA의 레이더망에 걸린 '복권'이 바로 송호정이다.

방출 선수 명단에 포함되어있어서 가벼울 뿐이지, 아마야구를 아는 이들에게 송호정은 결코 가벼운 이름이 아니다. 서울고 시절 그는 고교 야구 최정상급 내야수였다. 두산 베어스 1차 지명 안재석의 라이벌이었고, NC 주전 유격수 김주원과 함께 1R 후보로 손꼽혔다. 186cm의 훤칠한 키에 강한 어깨, 100m를 12초 초반에 주파하는 빠른 발까지. 스카우트들이 탐낼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툴 가이'였다.
2021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2순위. 한화 이글스는 그를 미래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당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운동 신경이 뛰어나다"며 극찬했고, 최원호 감독 역시 "군 제대 후 유격수 자리를 책임질 재목"이라며 아꼈다.
하지만 프로의 벽, 특히 한화 내야의 벽은 통곡의 벽이었다. 송호정에게는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기존 하주석과 이도윤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올 시즌을 앞두고 FA 심우준까지 가세하며 센터 라인은 포화 상태가 됐다. 3루에는 국가대표 거포 노시환이 철옹성을 구축했고, 78억 원의 사나이 안치홍도 FA로 영입됐다. 여기에 황영묵도 있다. 퓨처스에는 '특급 유망주' 이민준마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2루수 골든글러브 출신 정은원조차 자리를 잃고 외야로 전향했을 정도였다.

반면 한화의 외야, 특히 중견수 자리는 무주공산이었다. 송호정이 내야수 글러브를 내려놓고 외야로 눈을 돌린 것은 단순한 포지션 변경이 아니었다. 내야 경쟁에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감행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군대에 다녀온 만큼 무언가 보여줘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낯선 옷은 몸에 맞지 않았다. 2024년 퓨처스 타율 0.320의 희망은 외야 전향 후 0.197의 절망으로 바뀌었다. 내야수로서의 정체성은 흐려졌고, 외야수로서의 경쟁력은 입증하지 못했다. 결국,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그는 방출의 칼날을 받아들여야 했다.
성적표만 보면 KIA의 영입이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야구계에는 "야구는 잘했던 놈이 잘한다(야잘잘)"라는 속설이 있다. 고교 시절 2라운드 상위 지명을 받을 만큼의 재능은 분명히 몸 안에 잠재되어 있다. 훌륭한 피지컬과 강한 어깨, 빠른 발, 군 필이라는 이점까지 갖췄다.

KIA 스카우트팀은 당장의 초라한 성적보다 그가 가진 하드웨어와 잠재력에 베팅했다. 송호정의 한화에서의 마지막 포지션은 외야수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중-고교때 유격수와 2루수를 소화하던 키스톤 자원이다.
KIA 관계자는 "그의 포지션이 어디일지는 현장에서 훈련을 통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실, 뎁스가 얇아진 KIA 입장에서는 어디서든 한 자리만 메워줘도 대성공이다. 그리고 현재 KIA의 팀 사정상 1군 진입 장벽은 한화 시절보다 훨씬 낮아졌다. 작년 조상우를 얻으며 1R와 4R를 잃어서 유망주 수급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러가지 면에서 KIA가 그를 영입할 당위성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한화에서 피우지 못한 꽃망울. 벼랑 끝에서 KIA라는 동아줄을 잡은 송호정. 과연 그는 '실패한 2라운더'라는 꼬리표를 떼고, 빛고을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이제 겨우 23살에 불과하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시간은 넘쳐 흐른다. 2026시즌,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의 마운드가 아닌 타석에서 또 하나의 반전 드라마가 준비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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