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쁜 골퍼라고?” 주말 골퍼 위한 ‘위험한 변명’···비용 많이 들지, 시간 쫓기지, 규칙 까다롭지···[오태식의 골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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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라운드를 하다가 캐디에게서 들은 유머 중 가장 잊히지 않는 것이다. ‘사포’와 ‘공포’를 아느냐는 질문부터 먼저 ‘쑤욱~’ 들어온다. 사포는 ‘사모님 4명’을 일컫는 말이란다. 사모님 4명의 골프백을 받게 되는 날이면 캐디는 무척 긴장한다고 한다. 캐디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공포’다. 공포는 ‘공주님 4명’을 뜻하는 골프 은어로 통한다. 말 그대로 젊은 여성 골퍼 4명이 모두 공주님처럼 모시기를 바라기 때문에 여간 경기 진행이 쉽지 않다는 것을 빗댄 유머인 것이다.
대한민국 골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다. 우선 외국인들이 보는 대한민국 골퍼는 ‘열정적’이다. 누구보다 골프에 진심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열정적인 면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역할하기도 한다.

일단 골프를 칠 장소 공급이 골퍼의 열정을 따라오지 못하면서 나오는 문제가 많다. 너무 많은 골퍼를 수용하다보니 골프장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쉽지 않다. 디봇 자국투성이 페어웨이에서 샷을 해야 할 때도 있고 황당한 핀 위치를 공략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게다가 골퍼들은 늘 시간에 쫓기게 된다. 골퍼와 캐디 사이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 시간이다. 캐디는 조금이라도 빠른 골퍼를 원하고 반대로 골퍼는 굿 샷을 위해 최대한 많은 시간을 쓰고 싶어 한다. 시간과 관련해 이런 웃지 못 할 유머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골퍼는 뒤 조 골퍼들이고 가장 느린 골퍼는 앞 조 골퍼들이라는 것이다. 모두 시간에 쫓기다 보니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돼 나온 유머다. 팀과 팀 사이 시간이 넉넉하다면 이런 유머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주말 라운드 때 파3홀에서는 자주 일명 ‘사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생판 모르는 골퍼들이 보는 앞에서 샷을 해야 하는 건 그리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다. 물론 이것도 시간에 쫓겨 나온 대한민국 골프장 자화상 중 하나다.

국내 골프장 중에는 유난히 ‘벙커의 바다’가 펼쳐진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벙커에는 발자국이 흥건하다. 시간에 쫓긴 골퍼들이 다음 샷을 하느라 대충 벙커를 고른 탓이다.
골프장 상태는 물론 시간과의 싸움을 하다 보니 주말 골퍼 중에는 ‘나쁜 골퍼’로 평가 받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슬로 플레이어와 공을 좋게 놓고 치는 ‘터치 맨’이다. 시간에 쫓기게 되면 조금이라도 늦은 골퍼는 대부분 슬로 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 누구라도 잘 친 공이 잔디 상태 나쁜 곳에 놓이면 ‘터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공이 잔디에 절반 이상 묻히게 됐을 때 샷을 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사실 프로골프 대회에서는 코스 상태 나쁜 곳에서 샷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회를 위해 코스를 최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상태가 나쁜 곳은 미리 수리지로 지정해 놓고 옮겨 칠 수 있게 한다. 더군다나 비라도 와서 코스가 질퍽거리게 되면 공을 다시 놓고 치게 하는 ‘로컬 룰’을 만들기도 한다. 지구 최고의 대회라고 평가받는 마스터스에서는 선수들이 디봇 자국에서 공을 치는 일은 거의 없다.
언젠가 R&A 관계자와 인터뷰를 할 때 들은 얘기 중 골프 규칙은 골퍼를 괴롭히려고 만든 게 아니라 돕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요즘처럼 코스 상태 나쁜 때는 공을 좋게 놓고 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꾸고 치는 게 현명하다.
어렵게 시간을 내고 세상 어느 곳보다 비싼 비용을 들여서,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가 치는 골프는 즐거워야 한다. 또 그런 골퍼는 최고의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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