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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조카뻘과 경쟁한 골퍼 모중경, 54살 최고령 QT 합격 '의미' [박호윤의 IN&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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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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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정년이 없다'
선수들이 강해져서가 아니라, 스포츠가 더 정교해졌기 때문
핵심 경쟁력의 변화...나이를 묻지 않는다

모중경이 지난 2023년 제28회 KPGA 시니어선수권대회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는 모습./KPGA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요즘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포츠계 전반에 걸쳐 이른바 ‘나이 파괴’ 현상이 뚜렷하다. 먼저 국내를 살펴보면 프로야구에서 최형우가 올 시즌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함과 동시에 삼성 라이온즈와 2년 총액 26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그의 나이는 42세. 다시 말해 44세까지 현역을 보장받은 셈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 역시 43세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야구보다 체력 소모가 더 큰 축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동국은 41세까지 프로 무대에서 득점을 기록했고, 현재 강원FC 대표를 맡고 있는 골키퍼 출신 김병지는 45세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세계 축구계를 10년 넘게 이끌어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각각 41세와 39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저스틴 벌랜더(42·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39세이던 2022년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사이영상을 세 차례 받은 맥스 슈어저(41·토론토 블루제이스) 역시 여전히 로테이션의 한 축이다. 르브론 제임스(41)는 NBA 23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으며, 노박 조코비치(38)는 체력 소모가 극심한 테니스에서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 달 아테네에서 열린 헬레닉챔피언십에서 우승, 자신의 101번째 단식 우승을 기록한 노박 조코비치. 38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세계 톱3의 기량을 과시 중이다./AP.뉴시스

이처럼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불혹을 넘겨서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100세 시대’를 언급하며 영양 상태와 건강 산업의 발전을 원인으로 꼽는다. 물론 그것도 이유다. 그러나 스포츠의 경우, 선수들이 더 강해졌다기보다는 ‘스포츠 자체가 더 정교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과거에는 젊음의 속도와 파워, 체력이 가장 큰 무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판단과 효율, 선택의 정확성이 승부를 가른다. 야구는 스윙 스피드보다 존 관리와 카운트 싸움이, 축구는 활동량보다 공간 이해와 타이밍이, 골프는 비거리보다 리스크 관리와 멘탈이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여기에 스포츠 과학의 발전이 더해졌다. 회복 시간 설계, 출전 관리, 부상 예방 트레이닝, 수면·영양·근육 사용의 데이터화는 선수들의 하향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었다. 결국 스포츠계에 ‘고령 스타’가 늘어난 이유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 아니라, ‘스포츠가 인간을 더 세밀하게 평가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지난달 국내 남자 골프계에서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이 나왔다. 50대 중반의 베테랑 모중경(54)이 아들·조카뻘 선수들과 경쟁한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통과하며 7년만에 KPGA 투어 복귀에 성공했다.

QT는 차기 시즌 KPGA 투어 출전권을 가리는 시험이다. 올해 스테이지1에는 무려 707명이 참가했고, 스테이지2를 거쳐 파이널에는 총 120명이 72홀 승부를 펼쳤다. 스테이지2 통과자 78명과 대상포인트 71위 이하 20명, 최근 10년내 우승자 중 시드가 없는 선수 12명, 챌린지투어 11위부터 10명 등이다. 스테이지1부터 출전한 선수는 무려 11라운드, 198홀을 소화해야 했다. 말 그대로 ‘전쟁터’다.

올해 QT에서는 총 41명이 합격했다. 마관우가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수석 합격했고, 2020년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 김태훈, DP월드투어 3승의 왕정훈도 이름을 올렸다. 모중경은 최종 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 15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령 합격자 기록(54세 2개월 22일)을 새로 썼다. 최연소 합격자인 김선우(21세)와는 무려 33살 차이다.

#KPGA 역대 최고령 QT 합격

1. 모중경 54년 2개월 22일 2025년(T15)

2. 신용진 50년 2개월 24일 2014년(T8)

3. 박성필 50년 1개월 24일 2021년(T10)

4. 박성필 49년 1개월 25일 2020년(3)

5. 석종률 48년 9개월 18일 207년(T27)

#KPGA 역대 최연소 QT 합격

정태양 17년 4개월 17일 2017년(T17)

모중경이 지난 2023년 KPGA 대상시상식에서 챔피언스투어 우수선수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KPGA

모중경은 2000년 충청오픈을 시작으로 KPGA 투어 통산 5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아시안투어에서도 2승(괌오픈, 태국PGA챔피언십)을 올렸고 2023년 부터는 50살 이상만 출전하는 챔피언스투어에서도 활동해 2023, 24년 2년간 역시 5승을 기록한 바 있다. 또 1997년부터 2019년까지 23시즌 연속 정규투어 시드를 지킨 성실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시드를 잃은 뒤에도 와일드카드 출전을 이어가며 일곱 번째 도전 끝에 QT를 통과했다.

모중경은 기량 뿐 아니라 지도 능력도 탁월해 김경태, 홍순상, 박은신, 김비오, 서형석, 이동민, 박배종 등 많은 유명 선수들이 그에게 레슨을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면 수입이 불안정할 수 밖에 없는 투어 생활보다는 본격적인 레슨이 더 편할 법도 하지만 "평생 해 오던 것을 50대 중반까지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며 "나이와 체력에 맞는 준비로 시드 유지를 목표로 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성기를 고집하지 않고, 현재의 조건에 맞는 플레이를 선택한 결과다. 멀리 치기보다 안전한 길을 택하고, 더 많은 것을 하려 하기보다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젊은 선수들 처럼이 아니라 '50대 중반의 선수로서 가능한 방식'을 설계함으로써 얻어 낸 값진 결과인 셈이다.

QT는 이름도, 나이도, 경력도 묻지 않는다. 오직 스코어만 남는다. 모중경의 도전은 골프라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 골프에서도 가장 냉정한 시험을 통과했기에 그 의미가 크다.

스포츠에서 나이 파괴는 기적이 아니라 변화에 성공한 선수들이 살아남은 결과다. 그리고 스포츠는 이제 나이를 묻지 않는다.

(모중경은 내년 4월께 시작되는 2026시즌 전반기 대회 중, 아시안투어 또는 일본투어와 공동 주관하는 대회 3개(매경오픈, 한국오픈, 하나은행인비테이셔널)를 제외한 8~10개 정도의 대회에 출전하게 되며 그 때까지의 리랭킹에 따라 후반기 출전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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