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규정 위반 심판에 '비시즌 자격 정지'...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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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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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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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27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천상무프로축구단과 포항스틸러스 경기에서 김우성 주심의 모습. |
| ⓒ 한국프로축구연맹 |
축구협회는 12월 18일 공식발표를 통하여 '협회의 사전 승인 없이는 경기 전후 판정과 관련한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을 의무' 규정을 위반한 김우성 심판에게, 3개월 공식 경기 배정 정지 징계를 부과했음을 밝혔다.
김우성 심판은 최근 축구계에서 '인종차별 피해 공방'으로 인하여 논란의 중심에 놓였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11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대전하나시티즌의 K리그1 36라운드에서 주심을 맡았다. 당시 경기 중 타노스 전북 코치가 김우성 심판의 판정에 격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쪽 검지를 두 눈에 갖다 대는 동작을 취했다.
김우성 심판은 타노스 코치의 행동을 서구권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는 '눈찢기' 제스처로 받아들였고 '인종차별 행위'로 보고 심판보고서에 기재했다. 프로축구심판협의회도 김우성 심판의 주장을 지지하며, 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징계를 촉구했다.
타노스 코치와 전북 구단 측은 "심판에게 판정을 정확하게 봐달라는 의미의 항의"였고 인종차별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타노스 코치의 행동을 인종차별로 판단하고 5경기 출장 정지 징계와 함께 2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전북은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을 청구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타노스 코치는 이 사건에 충격을 받고 한국을 떠나기로 발표했다. 올시즌 전북의 2관왕을 이끈 거스 포옛 전북 감독도 1년 만에 구단과 계약을 해지하고 조기 결별을 선택한 데는, 자신의 측근이었던 타노스 코치 징계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판정 항의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리그 우승팀의 코치진 전면 교체라는 엄청난 후폭풍으로 돌아온 셈이다.
축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전북 팬들은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타노스 코치의 입장을 지지하며 연맹의 징계에 반발했다. 한편으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불리한 오심 논란에는 침묵하면서, 자신들에게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징계를 요구한 심판들의 '이중잣대'에 대하여 곱지 않은 반응이 쏟아졌다.
팬들의 여론과 동떨어진 축구협회의 문제인식
인종차별 논란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김우성 심판은 KBS와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이 타노스 코치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하여 '잘못 본 게 아니라 잘못한 겁니다'라고 주어가 없는 게시물을 올리며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김우성 심판의 해당 인터뷰가 축구협회의 승인 없이 이뤄진 것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 '심판규정 제20조 제4항'에 따르면 '심판은 협회의 사전 승인 없이는 경기 전후 판정과 관련한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이에 김우성 심판은 "사전에 인터뷰인 줄 몰랐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응했을 뿐"라고 해명했다.
결국 축구협회는 김우성 심판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정작 징계 내용이 공개되자 이번에는 그 적용 시기와 실효성을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축구협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김우성 심판의 3개월 자격정지 징계 기간은 지난 12월 16일부터 2026년 3월 15일까지다. 그동안 김우성 심판은 프로 경기를 비롯해 프로팀 전지훈련, K3·K4리그 전지훈련, 대학팀 연습경기 등 모든 경기 배정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김우성 심판의 징계기간 대부분이 '프로축구 비시즌' 시기라는 점이다. K리그1 2026시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다. 통상적으로 K리그는 2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시즌이 개막한다. 2025년 일정을 기준으로 2월 15일에 개막한다고 했을때, 3월 중순이면 현장 복귀가 가능하기에 김우성 심판의 실질적인 징계기간은 길어야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분에 가까운 협회의 결정에 대하여 '징계가 아닌 겨울방학을 내렸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하여 대한축구협회의 공지에 따르면 심판들은 '프로 경기나 정규시즌만이 아니라, 비 시즌에도 프로팀 전지훈련이나 대학팀 연습경기 등에 배정을 받는다는 점', '심판은 기본적으로 고정급여가 없고 경기별로 수당을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는 점'을 설명하며 'K리그 비시즌이라 심판의 징계 효력이 없다는 것은 사실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우성 심판은 엄연히 프로 심판이고, K리그와 관련된 언행으로 규정을 위반하여 징계를 받는 것이다. 선수나 감독같은 K리그 구성원들이 규정을 위반하여 벌금이나 출장정지 징계를 받게 된다면, 보통은 당연히 소속된 리그와 정식 대회를 기준으로 페널티가 적용되지, 비시즌 전지훈련이나 연습경기 출장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규정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유독 심판에게만 '생계 유지'니 '경제적 부담' 여부까지 일일이 따져가며 징계 수위에 반영하자는 발상 자체가 옹색하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심판의 명백한 오심으로 '피해자'가 된 선수나 감독들조차, 판정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라도 하면 '규정 위반'을 내세워 단호하게 처벌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왜 심판의 잘못에는 이런저런 관용적인 잣대가 적용되어야 할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하여 K리그 팬들 사이에서 심판과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심판은 아무리 큰 오심을 저지르고 규정을 위반해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오래전부터 팽배해있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심판위원회는 이러한 팬들의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수용하고 떨어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신중하게 고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번 심판의 징계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여전히 축구협회의 문제인식은 팬들의 일반적 여론과는 많이 동떨어져있다는 것만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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