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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승우를 안쓴걸까, 답은 '30분'에 다 있다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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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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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11월 전북 현대의 K리그1 우승 미디어데이에서 이승우는 올시즌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토로한 바 있다.

고액 연봉에 큰 이름값에 비해 선발로 나오지 못하고 교체로만 잠깐 활약하니 그럴만도 했다. 이승우는 올시즌 K리그에서 전북의 38경기 중 25경기만 나왔고 그마저도 8경기 선발에 그쳤고 풀타임 출전은 없었다.

6일 열린 코리아컵 결승전이야말로 이승우라는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명확히 드러나는 경기였다. 이승우라는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궁금하다면 후반 38분 이승우의 교체투입부터 연장 후반 1분 퇴장까지 딱 '30분'만 보여주면 된다 싶을 정도.

2025 코리아컵 결승전은 왜 이승우를 안쓰는지, 그리고 왜 쓰는지도 명백히 보여준 경기였다.

ⓒ연합뉴스

전북 현대는 6일 오후 1시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 광주FC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이승우의 결승골로 2-1로 승리하며 통산 6번째 코리아컵 우승을 달성했다.

1-1로 맞서던 후반 38분 전북은 이승우를 교체투입한다. 올시즌 늘 그랬듯 선발라인업이 아닌 벤치에서 시작한 이승우의 어쩌면 익숙한 교체투입. 재밌고도 황당한건 이승우는 경기에 나오기도 전에 벤치에 있다가 이동준의 선제골이 들어간 전반 추가시간 5분 도움을 기록한 김태현과 세리머니를 하다 경고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벤치 선수가 그라운드에 들어가 세리머니를 했기에 경고를 받았던 것.

이승우는 교체 투입되자마자 특유의 번뜩임을 보였다. 전진우를 향한 멋진 패스로 기회를 만들어줬고 빠른 돌파와 속도를 활용해 광주 수비를 휘저었다.

그러다 연장 전반 10분 이승우는 사건을 만든다. 왼쪽 수비상황에서 광주 풀백 조성권과 사이드라인에서 대치하다 조성권을 수비하는 상황에서 건드려 열받게 했다. 공이 밖으로 나가자 조성권은 이승우의 도발에 넘어가 어깨로 이승우의 몸을 쳤고 이승우는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활어처럼 팔딱 뛰며 넘어진 이승우. 주심은 조성권에게 달려가 옐로카드도 없이 다이렉트 퇴장을 명했다.

이승우가 영리하게 상대 퇴장을 유도해냈다고 볼 수 있다.

이승우의 퇴장 유도 장면. ⓒtvN

이후 연장 전반 15분 이승우는 김태현의 오른쪽에서 크로스때 먼포스트에 있다 뒤로 흐른 공을 왼발로 밀어넣어 이날 경기 결승골을 넣는다. 결승전 결승골. 이미 아시안게임 결승전 득점 등으로 큰무대에서 강한 이승우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상대 퇴장을 유도하고 결승골을 넣고 이런 최고의 장면까지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우의 승부욕은 과했고 도를 지나쳤다.

연장 후반 시작한지 딱 59초 시점, 이승우는 왼쪽 중앙선 부근에 있다 패스를 받으려 달려가다 늦었지만 광주 권성윤과 강하게 충돌해버렸다. 충돌할 때 이승우가 어깨로 권성윤의 얼굴을 박아버렸고 권성윤은 몸이 떠올랐다가 얼굴부터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권성윤은 일어나지 못했고 그사이 이승우에게는 추가 경고가 주어져 경고누적 퇴장이 명해졌다. 권성윤은 강한 충돌에 의해 일어나지 못하다 결국 앰뷸런스 차량이 들어와 실어 데려가야할 정도로 좋지 못했다.

직전에 결승골을 넣은 선수가 상대 선수를 앰뷸런스에 실어 보낼 정도로 큰 반칙으로 퇴장을 당한 상황. 이승우는 퇴장되어 경기장을 나가면서도 광주 심상민 등과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붙어 욕설을 내뱉었고 이 장면은 중계화면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팬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직전에 상대지만 동업자인 선수를 앰뷸런스 실어보내고 퇴장되어 나가면서 또 선수들과 충돌해 욕설로 나가는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승우의 퇴장 장면. ⓒtvN

이 모든게 이승우가 후반 38분 교체투입돼 추가시간 포함 약 30분만 뛰며 일어난 일이다. 요약하면 30분간 이승우는 좋은 플레이, 상대 퇴장 유도, 결승 득점, 상대를 앰뷸런스 실어 보낼 정도로 강한 충돌로 퇴장, 퇴장으로 나가며 또 상대선수들과 충돌을 한 것이다. 벤치 클리어링 2회의 기점은 덤.

이승우가 없는 전북은 남은 연장 후반 15분간을 실점없이 버텨야했고 처절하게 막아내다 힘겹게 2-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세리머니에서 이승우는 신난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며 춤을 췄다.

딱 30분간 이승우의 모든 것이 보이는 경기였다.

긍정적인점부터 얘기하면 경기장에 들어가면 분명 번뜩이는 움직임과 날카로움, 그리고 상대를 도발해 퇴장을 유도시킬 수 있는 능력, 결승전 결승골을 넣는 클러치 능력.

부정적인점을 얘기하면 과한 승부욕으로 VAR을 볼 것도 없는 퇴장 반칙 장면, 앰뷸런스에 실려나간 상황임에도 상대와 또 충돌. 이미 상대 퇴장을 유도할 때도 해당 장면으로 양팀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교체로 들어간 선수가 고작 30분밖에 뛰지 못하는 상황까지.

결승전 결승골을 넣을 수 있는 대범한 심장과 능력, 재능을 가졌지만 그 능력을 30분도 발휘하지 못하는 과한 승부욕과 안정성. 이승우란 이런 선수다. 그의 프로 생활 내내 많이 보이던 모습이다.

축구 통계 사이트 사커웨이에 따르면 이승우는 프로 통산 리그에서 188경기 37개의 옐로카드, 4번의 퇴장을 당했다. 반면 전문 수비수인 김민재는 프로 통산 리그에서 223경기에서 30개의 옐로카드, 2번의 퇴장을 당했다. 비슷한 포지션인 손흥민은 통산 리그 480경기에서 20번의 옐로카드, 3번의 퇴장을 당했다. 손흥민, 김민재의 예일뿐이지만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그정도로 많은 경고와 퇴장을 받지 않는다.

퇴장당해 나가면서도 싸우는 이승우. ⓒ쿠팡플레이

▶이승우, 김민재, 손흥민 경기수 대비 카드 숫자 비교

이승우 : 188경기 37경고, 4퇴장
김민재 : 223경기 30경고, 2퇴장
손흥민 : 480경기 20경고, 3퇴장

이승우는 양날의 칼과 같다. 결승전 결승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교체로 나와 30분만에 퇴장을 당할 수도 있는 선수며 30분만에 두 번의 벤치클리어링을 만들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감독들과 얘기해보면 주전 선수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 '언제 어디서나 같은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긴 시즌을 운영하는데 '계산이 서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 이승우의 신비한, 혹은 이상한 능력은 원체 종잡을 수가 없다. 많은 선수들이 승부욕이 있지만 티를 내지 않고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팀을 위해서다.

앞서 이유들이 이승우가 많은 팀과 감독을 거치며 꾸준히 뛰지 못한 이유이면서 '명장' 거스 포옛 역시 주전으로 기용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결승전 중요한 상황에 그를 기용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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