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딴지를 걸었지만, 이제 최강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23·삼성생명·1위)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올해의 선수상 사상 첫 3연패에 도전한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인 서승재(28)·김원호(26·이상 삼성화재)도 올해의 선수상을 노린다.

BWF는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의 선수상 후보를 발표했다. 한국 선수 중에선 여자단식 안세영, 남자복식 서승재·김원호와 여자복식 이소희(31)·백하나(25·이상 인천국제공항·5위)와 공희용(29·전북은행)·김혜정(28·삼성화재·3위)이 이름을 올렸다. 수상자는 15일 중국 항저우에서 2025 월드투어 파이널 개최를 앞두고 발표된다.

올해의 선수상은 남녀 올해의 선수, 남녀 올해의 복식 조, 선수들이 선정한 최고의 선수상, 올해의 라이징스타 부문으로 나눠졌다. 이 중 1998년에 제정된 올해의 선수는 2020년부터 단식 선수에게만 수여했다. 안세영은 2023년과 2024년 여자부 올해의 선수상 2연패에 성공했다.

안세영은 올해 수상에 성공하면 여자선수로선 사상 첫 올해의 선수상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과거 올해의 선수상 3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남자부 린단(중국·2006·2007·2008년)과 리총웨이(말레이시아·2009·2010·2011) 둘뿐이었다. 여자부에선 혼합복식 황야총(중국·은퇴·2018·2019)과 안세영의 2연패가 최고기록이었다.

새 역사를 쓸 자격은 충분하다. 안세영은 올해 BWF 주관대회 단일시즌 여자단식 최다우승(10회)을 달성했다. 그는 올해 18차례 국제대회에서 금10·은1·동메달 2개를 수확하며 세계최강다운 경기력을 보였다. 승률 역시 94.80%(73승4패)로 엄청나다.

그러나 올해 줄곧 “타도 안세영”을 외쳐왔던 중국에서는 올해의 선수 후보가 발표되자 안세영의 수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딴지를 걸었다. 자국 후보 왕즈이(2위)와 천위페이(5위) 역시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안세영 대신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3위)가 수상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포털 넷이즈는 7일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야마구치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며 유력한 올해의 선수 후보라고 전했다. 자국 선수를 올시즌 내내 눌러왔던 안세영 대신, 차라리 야마구치가 받는게 낫다는 편파에 가까운 예상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하루 뒤 대세를 인정했다. 8일 중국 포털 소후닷컴은 “세계 랭킹 1위인 한국의 안세영이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못했지만, 10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여자 단식 최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올해의 선수상 수상 유력 후보”라고 전했다. 이어 남자 복식 서승재·김원호에 대해서도 “세계선수권 우승을 비롯해 10번 우승을 달성했다. 역시 유력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BWF의 후보 발표 후 안세영에게 괜한 딴지를 걸었으나, 결국 현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실제 안세영이 못받을 이유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BWF는 직전 52주동안 누적된 세계랭킹 포인트와 전문가 패널 5명의 투표 점수를 합산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 중 2024 월드투어 파이널을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 성적은 가산점이 부여된다. 안세영은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에 그친 게 다소 아쉽지만, 다른 대회에서 워낙 좋은 성적을 거뒀다. 경쟁자인 야마구치, 왕즈이, 천위페이가 넘볼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