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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 신태용 감독 논란, '단순한 뺨 한 번'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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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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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신태용 전 울산 HD 감독의 선수 폭행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는 울산 HD 구단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울산 HD도 곧바로 회신했다.

신태용 전 울산 HD 감독이 정승현의 뺨을 때리는 장면.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최근 불거진 ‘신태용 폭력 논란’은 뺨 한 번을 둘러싼 사소한 해프닝이 아니다. 한 감독의 거취를 넘어, 한국 스포츠에서 지도자와 선수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묻는 상징적 사건이다.

상견례 장면으로 시작된 논란의 핵심은 간단하다. 새로 부임한 감독이 공식 자리에서 성인 선수를 상대로 손바닥으로 뺨을 쳤다. 감독은 오래 지도해온 ‘애제자’를 향한 반가움과 애정의 표현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팀 동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국가대표 수비수가 얼굴을 맞는 장면은 충분히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당시에는 ‘감독이 저 선수를 유난히 아낀다’라는 농담으로 넘긴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훈련 과정에서 귀 가까이 호루라기를 부는 등 비슷한 유형의 행동이 반복됐다. ‘선수들을 물갈이하겠다’는 발언까지 겹쳤다. 처음의 뺨 한 번은 뒤늦게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논란이 커지자 신태용 전 감독은 ‘폭행 의도는 없었다’, ‘표현이 과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과거 운동부 문화 속에서 성장한 세대에게는 실제로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폭력의 판단 기준이 가해자의 마음속 ‘의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대가 실제로 느낀 수치와 두려움, 모욕감이 중요하다. 특히 감독과 선수처럼 권력의 무게가 전혀 다른 관계에서는 더 그렇다.

신체 접촉의 강도뿐 아니라 ‘누가, 어떤 자리에서, 누구에게 했는가’가 핵심이 된다. 그럼에도 ‘애정 표현이었다’는 말은, 상대가 느낀 감정을 지워버리는 편리한 자기 해명으로 전락하기 쉽다.

‘애정’이라는 말에는 함정이 있다. 폭력적 상황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다’, ‘사랑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 등의 말들은 폭력의 책임을 흐리고, 문제 제기하는 쪽을 예민하거나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만든다.

진짜 애정이라면, 상대의 존엄을 전제로 해야 한다. 상대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다면, 그 순간 그 행위는 이미 애정이 아니라 부당한 권력 행사다. ‘나는 사랑이라고 믿는다’는 고백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논란은 스포츠 현장 전체에 적용되는 문제다. 한국 스포츠에서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는 오래도록 ‘스승과 제자’라는 말로 미화돼 왔다. 이 말은 겉으로는 헌신과 존경, 인격적 성장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수직적 위계를 정당화하는 장치로 작동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스승이니까, 나를 키워줬으니까, 이 정도는 넘어도 참아야 한다는 논리가 그 안에 숨어 있다.

성인이 된 프로 선수에게까지 이 틀을 그대로 적용하면, 스승은 쉽게 절대 권력자가 된다. 프로선수는 계약을 맺고, 연봉을 받고, 팀의 목표를 위해 뛰는 ‘직업인’이다.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는 팀 성과를 위해 역할을 나누는 동료적 관계다. 그 위에 존경과 신뢰가 쌓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폭력과 모욕을 감수해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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