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32)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김보름은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해 2010~2024년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면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20년 넘게 누볐던 빙판을 떠나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김보름은 쇼트트랙에 입문해 정화여고 시절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스타나-알마티동계아시안게임 여자 3000ｍ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장거리 간판으로 떠올랐다.

김보름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3000m 13위에 오른 뒤 이후 매스 스타트에 집중했다. 이 종목에서 2017-18시즌 세계 랭킹 1위에도 오른 김보름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최고의 무대 시상대에 올랐다.

현역 생활에 대해 김보름은 "어린 시절 얼음 위에 처음 발을 디뎠던 날부터 스케이트는 제 삶의 전부였다"면서 "꿈을 따라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그 길 위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이라는 값진 무대와 소중한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선수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스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보름은 평창올림픽 당시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으로 엄청난 마음고생을 겪었다. 한국체대와 강원도청 및 국가대표팀 선배 노선영(36), 후배 박지우(27·강원도청)와 팀 추월에 나섰는데 노선영만 뒤로 처졌다. 이에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60만여 명이 참여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김보름은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할 만큼 괴로움 속에서도 매스 스타트 은메달을 따낸 뒤 빙판에 큰 절을 하며 대성통곡했다. 이후 2022년 법원은 김보름이 한체대와 강원도청,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했던 노선영이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왕따 주행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 감사에서 의도가 없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판결 뒤 김보름은 2022년 베이징올림픽 매스 스타트에서 5위에 오르며 3번의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김보름은 "많은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운동을 통해 배운 마음가짐과 자세로 새로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 길을 나아가겠다"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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