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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걸 알아도 남는 사람들 [취재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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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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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의 팬들이 7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SK와 2025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후반 추가시간 8분 응원을 하고 있다. 송한석 기자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다. 이렇게 보면 축구 관람은 당연히 취미의 영역에 들어간다. 그러나 승강 플레이오프 현장에서 마주한 수원 삼성 팬들의 모습은 사전적 정의와 거리가 있었다. 그들의 응원은 즐기는 차원을 넘어 결과와 무관하게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선택에 가까웠다.

지난 3일과 7일 열린 수원 삼성과 제주 SK의 승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취재하며, 취미를 웃도는 수원 팬들의 열띤 응원을 마주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승강 PO 1차전 현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수원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가득 찼고, 킥오프와 동시에 시작된 응원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선제골을 내준 이후 응원 구호는 오히려 더 힘이 실렸다.

인상적인 장면은 제주의 홈그라운드인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승강 PO 2차전에서 나왔다. 이날 아침부터 김포공항은 푸른 유니폼으로 붐볐다. 공항에서 경기장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은 “이 길이 이렇게 막힌 게 정말 오랜만”이라며 연신 감탄했다. 수원 팬들이 대거 제주를 찾은 탓이었다. 

이날은 2018년 유료 관중 집계를 시작한 이후 제주 홈경기 사상 최다 관중이 들어찬 날이었다. 1만8912명이 경기장을 찾았고 원정석 4300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여기에 중립석 1000석가량을 수원 팬들이 채웠다는 것이 제주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바다를 건너야 하는 원정길이었지만 전체 관중 3분의 1이 수원 팬이었다. 

1차전 패배(0-1)로 승리가 절실했던 수원 팬들에게 경기 내용은 냉정했다. 이른 실점, 퇴장, 그리고 다시 실점. 누구나 패배와 승강 PO 탈락을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이었다. 수원은 결국 2차전에서도 0-2로 졌고 1, 2차전 합계 0-3으로 패하면서 1부 승격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수원 팬들의 응원은 줄어들지 않았다. 불리해질수록, 끝이 가까워질수록 함성 소리는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수원 팬들의 응원은 승리를 기대하는 함성이라기보다, 결과와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에 가까웠다. 때로는 처절했고, 때로는 광기가 어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선택이 쉬울 리 없다.

성찰해야 할 부분도 있다. 1차전에서 폭죽으로 인해 이물질이 떨어지며 경기 진행을 방해했고, 2차전에선 일부 팬들의 과격한 행동이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열정이 과해 원활한 경기 진행과 타인의 안전을 침해하는 순간, 그것은 응원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수원 팬들이 보여준 열정,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 끝까지 남아 힘차게 응원하겠다는 선택은 스포츠 팬 문화가 가진 힘을 보여줬다. 효율의 논리, 승부의 결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뜨거운 감정은 스포츠가 여전히 사람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말이 이렇게까지 무거울 수 있다는 걸 이날 처음 알았다. 수원 팬들이 보여준 열정적 응원은 축구를 사랑한다는 말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다만 숙제도 남았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문화는 어디까지 존중받아야 하며, 어디부터 경계가 필요한가. 수원 팬들이 보여준 역사적 응원을 기록으로 남기며, 해답을 찾는 여정을 함께하고자 한다.

송한석 기자 gkstjr11@kukinews.com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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