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학폭 조사…그의 이름은 1순위로 불릴까 [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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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KBO 신인드래프트가 오는 17일 열린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기에 훈련량이 부족해 올해는 예년보다 아마추어 선수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라운드부터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예견한 스카우트도 있다.
올해는 고교 졸업 예정자 93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61명, 얼리 드래프트 신청자 51명, 국외 아마 및 프로 출신 등 기타 선수 19명 등 총 1261명이 드래프트 시장에 나왔다. 10개 구단이 11라운드 동안 110명을 지명하니까 프로 유니폼을 입을 확률은 고작 8.72%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큰 관심사는 학교폭력(학폭) 의혹이 제기된 모 고교 에이스 ㄱ선수의 전체 1순위 지명 여부다. ㄱ선수는 지금은 은퇴한 유명 프로야구 선수의 아들이기도 하다. ㄱ선수는 시속 155㎞ 안팎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의 관심도 받았던 선수다. 수도권 구단의 한 스카우트는 “멘털적인 부분이 아직 약하지만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전체 1순위 지명권이 있는) 키움이 바로 호명할 것 같다”고도 했다.
문제는 ㄱ선수가 현재 학폭 의혹과 관련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열린 학폭위(학교폭력위원회)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스포츠윤리센터가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최근 피해자 대면 조사가 이뤄졌고, 3개월 이내에 결과가 나온다.
윤리센터는 동기간뿐만 아니라 야구부 후배들을 향한 학폭도 함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후배 중에서도 ㄱ선수에게 학폭 피해를 본 이가 있고, 이들 중 한 명은 괴롭힘 때문에 1학년 때 야구를 관두고 전학을 갔다. 다른 한 명은 정신과 상담 등을 받았으나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이유로 현재 말을 아끼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 쪽은 학폭위의 ‘학폭 아님 처분’이 잘못됐다는 것을 심판해 달라는 취지로 9일 행정 심판 접수도 했다. 행정 심판 결과는 늦어도 12월까지는 나온다. 학폭과 관련한 일련의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신인드래프트가 열리는 셈이다. ㄱ선수와 그의 가족은 현재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다수의 구단 스카우트는 학폭위에서 결정 내린 ‘무혐의’에만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피해자가 이상하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는 이까지 있다. 전형적인 2차 가해다. 스포츠계 특성상,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따돌림이라서 사안을 가볍게 보는 점도 없지 않다. 육체적 폭력이든 정서적 폭력이든, 학폭이 남기는 상처는 똑같다.
신인드래프트는 단순한 선수 선발이 아닌, 구단과 리그가 어떤 가치 위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언과도 같다. 1라운드 1순위 호명은 그래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조금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가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서야 되겠는가.
올해 드래프트만큼은 ‘어떤 가치 위에 프로 유니폼을 입힐 것인가’를 먼저 묻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실력이 모든 것을 덮는 순간, 리그 가치는 퇴보하고 팬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묵묵하게 자신의 꿈을 이어왔으나 끝내 지명받지 못할 91.28%의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지 잘 판단하고 각 구단이 최종 선택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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