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박성현 방신실 이동은, 그리고 골프 무상(無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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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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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박성현(31)을 따르는 골프 팬들의 충성도는 유별하다. 바지를 거부하고 머리를 짧게 자른 그에게서 미소년의 모습을 본다. 그의 팬덤은 남녀 치우치지 않고 폭넓다.
엄청난 장타를 때려내며 무표정하게 필드를 지배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경기 중 특별한 퍼포먼스를 보이지 않고 동반자나 갤러리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등 어떻게 보면 결점으로 보일 부분까지 매력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그의 골프 팬들은 박성현에게서 어떤 장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호쾌한 샷을 날리며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를 선물로 받아들인다.
K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뒤 2017년 LPGA투어로 진출하면서 그는 골프의 절정기를 맞는다. LPGA투어 데뷔 첫해에 그는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서고 그의 팬덤은 세계로 확장되었다.
2017년은 그에게 '별의 해'였다. 23개 대회 모두 컷 통과했음은 물론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과 CP 위민즈오픈에서 우승을 거두며 데뷔 첫해에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데뷔 해에 이 두 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1978년 멕시코의 넨시 로페즈 이후 박성현이 두 번째다.
이듬해인 2018년엔 메이저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등 3승을 거두며 드디어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꿰찼다. 언어 소통 문제로 불편을 겪었지만 출중한 기량이 커버해 주었다.
2019년에도 2승을 보태며 순항했으나 이후 우승 행진은 멈췄다. 컷 탈락도 잦았다. 그의 슬럼프는 길어지고 2024년엔 부상으로 쉴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경기를 소화해 내고 있으나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모습이다.
9월 12~14일 경기도 포천의 포천아도니스CC에서 열린 OK저축은행 읏맨오픈에서 박성현은 방신실 이동은과 함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었다.
올 시즌 3승을 거둔 이예원, 2승의 홍정민이 승수를 추가할 것인가로 관심을 모았다면 방신실 이동은은 장타 대결로, 박성현은 부활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로 주목 대상이었다. 여기에 '괴물'이란 별명을 듣는 아마추어 랭킹 1위 오수민(17)도 가세했다.
이동은과 방신실은 드라이버 비거리 1, 2위에 올라 있다. 이동은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59.7m, 방신실은 258.5m로 실제 경기에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LPGA투어 통계에 나타난 박성현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40.9m로 두 선수에 조금 뒤진다. LPGA투어의 장타자로 소문난 렉시 톰슨도 처음 LPGA투어에 나타난 박성현의 샷을 보고 놀랄 정도로 박성현도 필요할 때 장타를 날릴 수 있어 세 선수의 대결은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1~2라운드에서 박성현 방신실 오수민을 한 조로 묶은 것만 봐도 대회 흥행을 바라는 KLPGA측의 의도가 읽힌다.
1~2라운드에서 방신실이 중간 합계 10언더파, 박성현이 4언더파, 오수민이 1오버파로 방신실이 압도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방신실 이동은과 LPGA투어에서 돌아온 성유진이 만났다. 방신실과 이동은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 경쟁을 벌였다.
17번 홀(파3)에서 승부가 갈렸다. 방신실이 핀 1m에 볼을 붙여 버디를 챙겼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두 선수 모두 버디를 성공시켜 결국 우승컵은 방신실이 품었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
방신실은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와 7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 이어 2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즌 3승으로 이예원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박성현은 최종 합계 5언더파로 공동 16위에 머물렀다. 경기 내용도 성에 차지 않을 것이었다. 언제쯤 면도날 같은 그의 샷이 돌아올까. 골프가 원래 무상(無常)한 것이지만 박성현은 아직 젋다. 박성현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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