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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초점] 수원은 진심을 다했고, 이정효는 낭만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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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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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명장을 움직인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24일, 수원 삼성은 클럽 제11대 사령탑으로 이정효 감독을 선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수원 삼성은 "명확한 축구 철학과 탁월한 지도 능력은 물론이고 선수 육성에도 강점을 가진 이정효 감독이 구단의 재도약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정효 감독은 해외를 비롯해 여러 K리그 구단들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수원 삼성의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여 부임을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근래의 이정효 감독은 '국내 으뜸'으로 꼽히는 지도자다. 그가 중소 구단 광주 FC(이하 광주)에 부임해 지난 4년 동안 해왔던 일들은 인상적이다. 자그마한 예산의 광주를 곧장 K리그2(2부리그)에서 K리그1(1부리그)으로 승격시켰고, 그것도 모자라 K리그1 3위까지 안착시켰다. 아시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이하 ACLE)에서는 2024-2025시즌에 걸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비셀 고베와 치른 ACLE 16강 1·2차전은 오래도록 언급될 경기로 남았다. 2025시즌엔 광주와 함께 코리아컵 결승까지 진출했다.

 

이토록 놀라운 업적을 꾸준하게 써 내린 이정효 감독이기에 숱한 클럽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이정효 감독의 선택이 어찌 보면 뜻밖이었다. 광주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그의 행선지가 1부리그나 해외가 아닌, 2부리그에서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몰락 명가' 수원 삼성이었기 때문이다.

수원 삼성은 이정효 감독 영입 전쟁에서 경쟁력이 압도적인 클럽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올겨울 이정효 감독을 노리는 클럽은 국내·외로 많았고, 수원 삼성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팀도 분명 존재했다. 수원 삼성은 엄연히 2부리그 클럽이다. 과거만큼 예산이 넉넉하지도 않고, 2부리그이기에 지갑 사정은 더욱더 제한적이다. 더 강인한 클럽의 지휘봉을 잡고 싶은 리더에게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만하다. 그런데도 이정효 감독은 수원 삼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축구계 소식통에 따르면, 수원 삼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이 제안할 수 있는 선의 한계를 명료하게 표시했다. 그것이 경쟁 구단에 비해 매력적으로 비치지 않을 수 있음에도 그랬다. 안 되는 걸, 된다고 우길 수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었다. 대신 수원 삼성은 정성을 다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정효 감독이 받았을 타 제안에 비해 부족한 점을 메우는 건 그 길뿐이었다. 결국 수원 삼성의 정성에 이정효 감독도 감응했다. 그는 조건이 아닌,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움직였다. 낭만적인 팬들을 보유한 수원 삼성 진정성과 이정효 감독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낭만이 부합한 것이다. 그것이 '상징적인 만남'으로 연결됐다.

일각에서는 이정효 감독이 최고의 조건이기 때문에 수원 삼성을 택했다고 하지만 그렇진 않다. 수원 삼성의 주머니 사정은 절대 넉넉지 않다. 해외 진출 조항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이정효 감독은 자신을 절박하게 원하는 수원 삼성의 진심과 그들이 제시하는 비전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고민했다. 

 

지난 몇 년의 수원 삼성은 그늘에 갇혀 있었다. 독보적인 팬덤을 바탕으로 K리그 명가 중의 명가로 꼽혀왔던 클럽이지만, 수년 사이 몰락을 거듭하며 2부리그에서만 세 번째 시즌을 보내게 됐다. 현 시점에서 수원 삼성을 명가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는 사실상 팬들 하나뿐이다. 이젠 전환점에 섰다고도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로맨틱한 시간을 되돌려줄 만한 인물이 왔기 때문이다. 

 

수원 삼성의 2026시즌 목표는 당연히 승격이다. 하지만 승격은 단기적 목표에 불과하다. 승격 이후의 강등 같은 악순환은 결코 없어야 하니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항해를 시작하려고 한다. 아주 머나먼 바다로 떠날 테니, 출항에 필요한 준비를 지금부터 철저히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정효 감독은 최고의 선장임이 분명하다. 광주를 데리고 이미 먼 곳까지 다녀와 봤던 그다. 개울에서 시작해 넓은 바다로 항해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명확한 모델을 바탕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90분 만들기와 미래를 대비하는 선수들을 꾸준하게 영입하고 육성하는 게 이정효 감독의 장기다. 선장으로 전권도 부여받았으니, 그가 그리는 그림대로 수원 삼성을 끌어갈 여건은 조성됐다.

 

수원 삼성은 승격은 물론 K리그 리딩 클럽으로서 지위 회복을 노린다. ACLE 복귀를 넘어 국내 축구계를 지탱하던 팀 중 하나였던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다. 수원 삼성의 암흑기 탈출은 K리그 차원에서도 파급력이 적지 않다. 리그의 흥미를 배가하는 요소다. 이정효 감독도 구단의 원대한 목표에 깊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가오는 2026시즌이 수원 삼성이 새 시대로 향하는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과정이 말해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온 힘을 다해 가장 뜨거운 사령탑을 데려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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