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손흥민 활용법' 찾았나... 홍명보호가 9월 A매치에서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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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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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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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점골 세리머니 하는 손흥민. (대한축구협회 제공) |
| ⓒ 연합뉴스 |
홍명보호에게 이번 2연전은 확실한 성과와 새로운 과제를 동시에 확인한 무대였다. 먼저 가장 주목할 성과는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플랜B' 전술의 일환으로 스리백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에 이어 유럽파가 합류한 이번 2연전에서 스리백 전술을 본격 가동하며 3-4-2-1(혹은 3-4-3) 포메이션을 일관되게 실험했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권을 벗어나 강팀과의 대결이었음에도 스리백 카드가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홍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스리백을 플랜A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을 내리지 않았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경쟁력있는 전술적 옵션 하나를 추가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대표팀의 에이스인 손흥민의 이번 2연전 맹활약도 스리백 전술변화와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다. 손흥민은 미국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하여 1골 1도움, 멕시코전에는 2선 공격수로 교체 출장해 1골을 기록했다. 한국이 두 경기에서 넣은 4골 중 손흥민이 3골을 만들어냈다.이로써 손흥민은 한국 남자 역대 A매치 출전 부문에서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홍명보 현 감독과 함께 공동 1위로 올라섰다. A매치 득점 부문에서도 1위 차범근 전 감독(58골)과 격차를 5골로 좁혀 기록 경신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손흥민은 그동안 대표팀에서는 4-2-3-1 포메이션의 왼쪽 윙포워드로 가장 많이 출전했다. 물론 손흥민은 이 자리에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손흥민 활용법만 놓고 보면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맞춤형 전술은 아니었다.
대표팀에서 손흥민이 가장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던 시절은, 신태용 감독 시절 4-4-2에서 투톱의 처진 스트라이커를 맡거나,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의 4-3-3에서 인사이드 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 사이를 오가던 시절이었다. 공통점은 손흥민을 최대한 골문에 가까운 곳에 배치하고 직선적인 플레이로 골사냥에만 집중시켰을 때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월드컵 본선에서는 선수 조합 문제와 손흥민의 부상 같은 변수로 인하여 이러한 '손흥민 맞춤형 전술'이 제대로 가동될 기회는 별로 없었다.
홍명보 감독의 3-4-3은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역습과 속공위주의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전방에 공격 숫자가 적고 전문 윙어를 두지 않는 전술 특성상, 전방 공격수들의 폭넓은 활동량과 공간 활용이 중요하다. 특유의 스피디한 돌파와 라인브레이킹으로 빈공간을 뜷어내고,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오가며 '프리롤'처럼 움직이는 데 익숙한 손흥민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상대팀에 따라 미국전처럼 손흥민을 선발로도, 멕시코전처럼 후반에 투입하며 경기흐름을 바꾸는 조커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줄 공격수 파트너 자리에 오현규의 성장세를 확인한 것도 성과다. 오현규는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메디컬테스트 탈락으로 불발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멕시코전에서 선발출전하여 저돌적인 돌파와 자신감 있는 슈팅으로 골까지 기록하며 자신의 몸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황의조-조규성 이후 확실한 원톱 공격수 부재가 고민이었던 A대표팀에서 오현규는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듭났다.
또한 2연전 동안 중원과 수비에서 여러 조합들을 테스트하며 경쟁체제를 구축했다는 것도 성과다. 홍명보 감독은 미국전과 멕시코전에서 선발라인업을 대거 교체하며 최대한 다양한 선수들을 로테이션으로 점검하면서도 결과와 내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동경, 김진규, 이명재, 조현우 등은 유럽파들이 모두 소집된 최정예 대표팀에서 'K리거'의 경쟁력을 증명해보였다. 이번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첫 A매치를 치른 최초의 '국외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대표팀은 부상으로 9월 A매치에 합류하지 못한 황인범이 돌아오면 카스트로프, 김진규, 백승호와 함께 다양한 중원 조합이 가능해진다. 김진규와 백승호는 미국전에서 짝을 맞춰 좋은 모습을 보였고, 카스트로프는 강력한 몸싸움과 활동량으로 상대 공격수들을 봉쇄할 수 있는 '파이터형' 미드필더로 각기 장점이 다르다. 골키퍼 포지션에서 카타르월드컵 주전 수문장이던 김승규가 복귀하면서 조현우와 경쟁체제가 살아났다는 것도 앞으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수비와 빌드업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는 약점도 드러났다. 멕시코전 전반에는 황인범의 공백이 드러나며 박용우-카스트로프 중원 조합이 멕시코의 전방압박에 자주 고전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스리백 수비에서 김민재의 파트너 역시 아직 최상의 조합을 찾지 못했다. 김민재와 이한범이 2연전 내내 선발출장하고 남은 한 자리는 김주성과 김태현이 번갈아가며 맡았는데, 수비 상황에서 선수들의 동선이 자주 겹치는 상황이 자주 나타났고 결국 실점까지 이어졌다. 아직은 선수들이 스리백에서의 포지셔닝 플레이과 역할분담이 완전히 숙지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두 경기 모두 막판으로 갈수록,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줬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미국전에선 조현우의 연속 선방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고, 멕시코전에선 상대 공세에 일방적으로 밀리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내줬다. 이재성과 황인범의 부상공백 이후, 빌드업에서 경기 흐름의 완급을 조절해줄 만한 플레이메이커가 부족하다는 게 절실하게 느껴졌다.
또한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 공격의 쌍두마차로 할수 있는 이강인의 활용법도 홍명보 감독의 고민거리다. 이강인은 대표팀내에서 최고의 기술과 창의성을 지닌 선수지만, 홍명보호 출범 이후로는 활약에 다소 기복이 심해졌다. 소속팀에서 꾸준한 경기출전을 하지 못하며 체력과 경기감각도 떨어진 모습이다.
이강인은 멕시코전에서 특유의 킬패스로 오현규의 역전골에 기여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이날 6개의 크로스 시도 중 단 1개만 연결되었고 턴오버는 20개 가까이 기록하는 등 정상적인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었다. 향후 대표팀이 스리백 전술을 월드컵 본선에서 플랜A로 구사한다면 이강인을 선발로 기용할 만한 자리가 애매하다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홍명보 감독은 이번 2연전을 통하여 '손흥민 주장 교체설' 등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부정적인 여론을 어느 정도는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시아의 라이벌 일본이 한국과 같은 상대(미국, 멕시코)를 만나 1무 1패 무득점 2실점에 그치며 크게 부진했다는 것도, 상대적으로 홍명보호(1승1무 4득점 2실점)의 성과를 더 빛나게 한다.
9월 A매치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활용할 스리백이라는 플랜 B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캡틴' 손흥민의 건재함을 재확인했다는 성과를 남겼다. 대표팀은 이제 다음 달인 10월에는 남미의 강호 브라질, 파라과이와의 국내 평가전 2연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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