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역대급 역주행
온 세상을 밝힌 '나는 반딧불'
숙원 푼 엔믹스

올해도 수많은 앨범과 곡이 쏟아졌다. 그중 히트곡의 기준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주간 차트 최상위권으로 한정했을 때 극히 소수의 곡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드래곤이 'HOME SWEET HOME(홈 스위트 홈)'(feat. 태양, 대성)과 'TOO BAD(투 베드)'(feat. 팬더슨 팩)으로,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덕을 본 OST 'Golden(골든)'이 장기집권을 했고, 제니 십센치 등 전통의 '음원 강자'들이 역시나 히트했다. 이들 사이에 황가람 조째즈 엔믹스 등 깜짝 놀랄 만큼의 인기를 얻은 가수들이 몇 있다.

온 세상을 밝힌 '나는 반딧불'

2025년 가장 '핫'한 리메이크 곡을 꼽으라면 단연 '나는 반딧불'이다. 2024년 10월 공개된 이 곡은 그해 연말 써클차트 디지털차트 11월 월간 11위, 12월 4위로 기세를 올렸고 2025년에도 상반기 전체 3위에 오를 정도로 초장기 흥행을 이어갔다. 황가람은 이 곡을 통해 14년 무명을 청산하고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각인했다.

'나는 반딧불'은 황가람에게 리메이크 그 이상의 의미다. 많은 곡절 끝에 이제 막 빛을 내기 시작한 삶의 궤적이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라는 가사와 맞닿아 있고 그 궤적에서 만난 원곡자 중식이와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다.

'나는 반딧불'은 밴드 중식이가 2020년 발표한 곡이다. 중식이와 황가람은 2023년 방송한 MBN 타임슬립 오디션 프로그램 '오빠시대'에 출연해 친해졌다. 중식이는 황가람이 작사 작곡하고 신민경이 부른 '얼마쯤에 내꿈이 포기가 될까'(2021)를 리메이크하면서 '오빠시대' 톱7을 직접 모으고 여기에 곡자인 황가람의 목소리까지 더해 감동적인 곡을 탄생시켰다. 이에 화답하기 위해 황가람이 준비한 게 '나는 반딧불' 리메이크다. 이 곡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기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역대급 역주행 곡이 탄생했다. 우즈(조승연)의 'Drowning(드라우닝)'이다. 우즈가 2023년 4월 발매한 미니 5집 'OO-LI(우리)'에 수록된 이 곡은 타이틀곡도 아니었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그러다 우즈가 2024년 1월 군악대로 군복무를 시작한 뒤 가을 끝자락 그가 군복을 입고 이 곡을 부른 영상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역주행을 시작했다.

우즈는 2014년 그룹 유니크로 데뷔했고 2019년 Mnet '프로듀스x101'에 출연한 뒤 프로젝트 그룹 X1 멤버로 뽑혔지만 프로그램 투표 조작 논란 여파로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솔로 가수로 꾸준한 활동에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그는 2022년 아이유의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도약을 노렸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2024년 1월 입대했다. 그리고 군복무 중 'Drowning'로 써클차트 2025년 상반기 전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Drowning'이 우즈의 자작곡이라는 점에서 이 성과는 더 특별하다. 'Drowning'은 사랑하는 이가 떠나가 슬픔이란 비에 잠겨 서서히 죽어가는 이의 감정을 그린 곡이다. 강렬한 베이스 사운드와 울부짖는 듯한 보컬, 그리고 후반부에 나오는 스트링이 더해져 곡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 곡으로 우즈는 단숨에 가장 주목받는 남자 솔로 가수가 됐다.

아직도 조째즈를 '모르시나요'

말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름도 독특한 조째즈. 그는 2025년 1월 7일 다비치의 '모르시나요'(2013)를 리메이크한 동명의 곡으로 데뷔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조째즈의 데뷔곡 '모르시나요'는 발매 1~2주 만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올랐다. 일부에서 '사재기' 의혹을 제기할 정도로 뜻밖의 히트를 했다.

조째즈는 2016년 SBS '판타스틱 듀오'에 바다의 왕자라는 별명으로 출연해 탄탄한 실력에 소울풀한 보컬을 들려주고 2023년 TV조선 '미스터트롯2'에 트롯 능글남 왕준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가수의 꿈을 좀처럼 이루지 못하다가 히트 프로듀서 로코베리를 만나면서 일생일대의 기회가 생겼고, 단 한 곡이면 충분했다. '모르시나요'는 써클차트 2025년 상반기 전체 7위에 올랐고 스타덤에 오른 조째즈는 여러 무대와 방송에서 활약하고 있다.

인기 애니메이션 OST의 화력

2025년 화제작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다. 전 세계적으로 역대급 인기를 얻었고 작품에 삽입된 곡들까지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러 곡이 사랑을 받은 가운데 'Golden(골든)'은 역대급 기록을 남겼다. 이 곡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무려 8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음원차트 멜론에서는 역대 최초로 100일 1위를 넘어 총 102일 정상을 차지했다.

9월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레제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무려 341만 관객을 동원했고 OST 인기로도 이어졌다. 특히 오프닝 곡으로 삽입된 요네즈 켄시의 'IRIS OUT(아이리스 아웃)'은 음원차트 상위권(맬론 일간 최고 순위 11월 2일 12위)에 올랐다. 일본어 곡이 국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엔믹스는 한 차례 밀리언셀러에 등극했고 꾸준히 7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는 정상급 팀이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메가 히트곡의 부재였다.

그 부재를 10월 13일 발매한 정규 1집 'Blue Valentine(블루 밸런타인)'의 동명의 타이틀곡으로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Blue Valentine'은 멜론에서 일간차트 30일 1위를 차지했고 써클차트 10월 월간 8위, 11월 월간 1위에 올랐다. 이는 팀 자체 최고 음원 성적일 뿐만 아니라 2025년 발매 곡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메가 히트다.

엔믹스는 대중적 인기와 함께 음악성도 인정받았다. 영국 음악 매거진 NME는 '2025 최고의 K팝 25'을 선정하면서 첫 정규 수록곡 'SPINNIN' ON IT(스피닌 온 잇)'을 1위, 네 번째 미니 앨범 'Fe3O4: FORWARD(에프이쓰리오포: 포워드)' 수록곡 'High Horse(하이 홀스)'를 7위에 올려놨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힌 '2025 최고의 노래 50'에서도 43위에 올렸다. 엔믹스는 2025년 자타공인 최정상의 걸그룹으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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