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정재 눈물의 운구…故 안성기, 아들에게 남긴 "겸손하라" 마지막 편지 남기고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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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한국 영화와 함께 숨 쉬어온 배우 고(故) 안성기가 동료와 후배들의 배웅 속에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9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집전으로 고 안성기의 장례 미사가 열렸고, 이어 오전 9시부터는 명동성당 채플홀에서 영화인 영결식이 진행됐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졌으며, 수많은 영화계 동료와 후배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이날 영결식에서는 공동 장례위원인 배창호 감독과 배우 정우성이 추모사를 낭독했고, 고인의 장남 안다빈 작가가 유족 대표로 인사를 전했다. 정우성은 추모사에서 "안성기 선배님은 한국 영화를 온 마음으로 품고, 한국 영화의 정신을 살리고 이어주기 위해 스스로에게 엄격한 책임을 부여했던 분"이라며 "한없이 고독해 보일 때도 있었지만 늘 의연했고,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철인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대했던 분이었고, 배우의 품위와 인간의 품격을 지켜주신 선배였다"며 "무색무취로 자신을 지키려 했던 선배님의 존재는 찬란히 빛났다.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유족 대표로 단상에 오른 안다빈 작가는 바쁜 시간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준 조문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고인이 생전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공개했다. 1993년에 쓰인 이 편지에서 안성기는 아들에게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며 "시간을 지킬 줄 알고, 실패와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라.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고 끝없이 도전하라"고 당부했다. 안다빈 작가는 편지를 낭독하던 중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장례 미사와 영결식 이후 고인의 운구가 이어졌다.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각각 영정과 금관문화훈장을 들었고,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 등이 운구를 맡았다. 명동성당을 나서는 동료 영화인들의 얼굴에는 깊은 슬픔이 어려 있었고, 특히 유지태는 붉어진 눈시울로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현장에는 김한민,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현빈, 한예리, 고준, 정준호, 오지호, 한석규, 오광록, 가수 바다 등 수많은 영화·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영결식에서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 김두호 이사가 고인의 생전 약력을 보고하며, 배우로서이자 한 사람으로서 살아온 안성기의 삶을 되짚었다.

한편, 고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2019년 혈액암 판정을 받고 오랜 투병을 이어왔지만, 마지막까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1957년 다섯 살의 나이로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약 69년간 1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굴곡진 역사를 온몸으로 통과해 온 배우였다. '칠수와 만수'(1988), '남부군'(1990), '실미도'(2003), '라디오 스타'(2007), '한반도'(2006) 등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작품들 속에서 그는 늘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연기의 표준'으로 불린 이유였다.

연기 외적인 행보 역시 존경을 받았다.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문화예술인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고, 현장에서는 늘 후배들을 먼저 챙기는 멘토로 자리했다. 현장과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는 '국민배우'라는 호칭을 넘어 한 인간의 품격으로 기억되고 있다. 장례 미사와 영결식을 마친 고 안성기는 양평 '별그리다'에서 영면에 들었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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