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기찬, '케데헌' 오디션·영화 제작까지… '데뷔 30년 차'의 도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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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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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6년 데뷔해 어언 30년 차에 접어든 이기찬은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이자, 국내를 넘어 미국 드라마에도 출연한 바 있는 배우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그는 올해 콘서트를 열었고, 단편 영화를 직접 제작 중이며, 내년을 목표로 신곡도 준비하고 있다. 차분하게 2막을 설계하고 있는 이기찬을 본지가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진화 중인 가수 겸 배우 이기찬
이기찬은 고등학생 시절 데뷔해 ‘감기’, ‘또 한 번 사랑은 가고’, ‘미인’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2000년대 가요계를 대표해왔다. 동시에 그는 연기에도 도전하며 다재다능한 면모를 뽐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나 홀로 그대’, SBS ‘하이에나’, ‘녹두꽃’, OCN ‘미씽: 그들이 있었다’ 등에 출연했고, 2015년 워쇼스키 자매가 연출한 넷플릭스 ‘센스8’을 통해 해외 시청자에게도 널리 얼굴을 알렸다.
“연기에 대한 의지는 미국 드라마를 하면서부터 확실해진 것 같아요. 11년 전쯤이요. 그전에도 미니시리즈나 단막극, 영화는 했지만 넷플릭스 작품을 하면서 임하는 자세 자체가 달라졌어요.”
당시만 해도 넷플릭스가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이었다. 그는 “그때만 해도 미국 친구 계정 빌려서 우회해서 보던 시절이었다”며 웃었다. 이기찬은 ‘매트릭스’ 시리즈를 만든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오디션을 봤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연기가 젊을 때만 가능한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간이 쌓일수록 표현의 폭은 넓어진다고 믿는다. “연기는 어릴 때만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건 분명히 있어요.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쌓이거든요.”
예상 밖의 순간이 만들어낸 카타르시스
배우로서 의외의 감정을 끌어낸 캐릭터도 있었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셋팅이 바뀌며 전혀 다른 감정이 튀어나오는 순간을 ‘연기의 묘미’로 꼽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있어요. 소품이나 동선, 상대 배우의 리액션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고요. 준비하지 않았는데 감정이 확 튀어나올 때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그 대표적인 경험이 ‘녹두꽃’이었다. 일본인 악역으로 출연해 동학농민군을 고문하는 장면에서 대본과 전혀 다른 상황이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원래는 물고문 설정이었는데, 세트 사정 때문에 갑자기 손톱을 뽑는 고문으로 바뀌었어요. 빨리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바늘, 가위, 꼬챙이 같은 도구들이 놓여 있었죠. 제가 그걸 쓰다듬으면서 신나게 연기하더라고요. 재밌었어요.”
그는 “캐릭터 준비가 확실하면, 그런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경험을 높이 평가한 감독은 이후 tvN ‘신사장 프로젝트’에서도 그를 다시 불렀고, 카메오로 마지막 회에 출연했다.

해외 오디션, 넓어진 선택지
이기찬은 현재도 해외 작품 오디션을 보고 있다. 외국어에 능통한 비결을 묻자, 외가가 이민을 가게 되면서 중학교 시절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외국 생활은 짧게 했고,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영어 역할은 기본이고, 일본인 역할도 해봤어요. 요즘은 한국인 역할도 해외 작품에 많이 나오더라고요.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정말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그는 전 세계를 강타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귀마 역할 오디션도 봤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작품에서 귀마 목소리 연기는 이병헌이 맡았다. 이기찬은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이런 대박 작품일 줄 몰랐다”며 웃었다.
최근 단편 영화 제작에 도전하고 있는 그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배우 친구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앙코르 콘서트 끝나고 바로 단편 영화 준비에 들어갔어요. 직접 글도 쓰고, 같이 연기도 보고, 서로 감독을 해주는 작업이에요. 요즘 배우들이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번 단편은 희망과 절망을 키워드로 한 10분 내외의 작품이다. AI를 남성과 여성의 모습으로 형상화해 대비시키고, 결국 희망이 이기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예능을 통해 달라진 성격
올해 4월 콘서트에 이어 앙코르 무대까지 마친 그는 “오랫동안 공연을 안 하다가 다시 관객을 모으는 느낌이었다”며 내년에도 공연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예능 출연 역시 일상에 변화를 줬다. 그는 스스로를 “극 I 성향”이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단다. 최근엔 KBS Joy·KBS2·GTV ‘오래된 만남 추구’ 2기로 출연하며 연애 예능에 도전했다.
“처음엔 고민도 많이 됐어요. 대본이 있는 게 아니고 리얼로 해야 하는데다 출연진 여덟 명의 스케줄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촬영 기간도 짧았거든요. 제가 뭘 보여줄 수 있을까 굉장히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 여성 출연자들은 다 친분이 있어서 편했어요. 아직도 단톡방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출연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그는 20대 시절에는 예능 출연이 선택이 아닌 ‘시스템’이었다며 “그때는 무조건 해야 했고, 분위기 때문에 한 것도 많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저작권 부자? 사실은
그는 여전히 ‘좋은 노래’를 들려주기를 꿈꾼다. “히트곡 욕심은 있죠. 나오면 좋죠. 그런데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은 없어요. 꾸준히 하다 보면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기찬은 ‘저작권 부자’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예능이라 재밌게 얘기한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 그는 실제 상황은 훨씬 현실적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저작권료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왔어요. 물론 요즘도 일반 회사 다니는 분들에 비하면 적지 않은 편이지만, 활동하면서 외적으로 쓰는 비용도 많거든요.”
히트곡이 나온다는 건 결국 운의 영역이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작사·작곡을 전문으로 하는 형들처럼 효자곡이 계속 나오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장 확실한 효자곡을 꼽자면 단연 ‘감기’다. “참 희한해요. 제가 20대 때는 예전 노래를 거의 안 들었는데, 지금은 ‘레트로’가 하나의 장르가 돼버렸잖아요. 오히려 요즘 사람들이 옛 노래를 더 찾아 듣는 것 같아요.”
현재 이기찬은 신곡 작업과 함께,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그는 “창법은 그대로인데, 나이가 들면서 성대가 약해지고 고음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년 넘게 성대를 쓰지 않았나. 앞으로 오래 쓰려면, 안 상하는 범위에서 소리 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올해 초부터 트레이닝과 치료를 병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이기찬
이기찬은 과거를 돌아보며 “상 받았던 순간도 좋았지만, 그땐 그게 얼마나 큰 일인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 감사하게 느껴진다는 고백이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은 이제 크고 화려한 성취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마쳤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큰 게 아니어도, 작은 걸 하나 이뤘을 때요. 오늘 PT 해서 근육이 조금 자란 것도 감사하고, 독감이 유행인데 아직 안 걸린 것도 감사하고요. 하하.”
나이가 드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이기찬의 얼굴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예전엔 큰일이 있어야 흥분했는데, 요즘은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느낌”이라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기찬에게도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다. “4~5년 전에 몸이 한 번 크게 아팠어요. 허리 디스크가 터지고, 다리도 부러지고… 한꺼번에 왔죠. 그때 3년 정도 일을 쉬었어요. 쉬다 보면 사람들에게 잊힌다는 불안이 있잖아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를 버티게 한 건 결국 사람이었다. “가장 힘이 된 건 친구들”이라고 말한 이기찬은 헬스와 수영을 꾸준히 하고, 녹용과 홍삼 같은 건강 보조식품도 챙겨 먹으며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끝으로 이기찬은 오랜 시간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일단 ‘감사하다’는 말이 제일 먼저예요. 고등학교 때부터 팬클럽 활동해 준 친구들이 이제는 아이 엄마가 됐어요. 암으로 고생한 친구도 있고, 아픈 친구들도 있고요. 노래를 많이 사랑해달라는 말보다 건강을 1번으로 챙기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공연을 하면 (팬들이) 항상 와주는데 이제는 진짜 친구 같아요. 다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앞으로의 활동도 지켜봐 주세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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